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시험지에 쓰여진 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557 추천수:20 112.168.96.71
2014-11-26 10:17:19
회색 스웨터가 토미의 텅 빈 책상 위에 무기력하게 걸려 있었다. 방금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나간 의기소침한 한 소년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이제 조금 있으면 최근에 별거를 시작한 토미의 부모가 와서 교사인 나와 면담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갈수록 나빠지는 아이의 학업 성적과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토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상대방 모두를 호출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외아들인 토미는 늘 행복하고 협조적이며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급격히 학업 성적이 떨어진 것은 분명히 부모의 별거와 이혼 소송에 따른 절망감 때문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토미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윽고 토미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토미의 책상 옆에 마련해 놓은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토미의 아버지도 도착했다. 어쨌든 출발은 좋았다. 최소한 그들은 내 면담 요청에 반응을 보일 만큼은 자식에게 관심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놀라더니, 금방 짜증 섞인 표정이 얼굴 위로 지나갔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서도 명백히 서로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나는 토미의 행동과 학교 수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의 별거가 자신의 아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 줄 적당한 말이 떠오르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좋은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문득 토미의 지저분한 시험 답안지를 보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토미의 책상 안에서 구겨진 영어 시험지를 한 장 꺼냈다. 시험지는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시험지 앞뒤로 빼곡이 토미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똑같은 문장을 끝없이 반복해서 휘갈겨 쓴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시험지를 펴서 토미의 어머니에게 건넸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것을 들여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내 그의 얼굴이 펴졌다. 그는 거의 영원이라고 느껴질 만큼 오랫동안 그 휘갈겨쓴 말들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마침내 토미의 아버지는 시험지를 조심스럽게 접더니 그것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도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나는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토미의 아버지는 아내가 코트를 입는 걸 도와 주고는 둘이서 함께 교실을 나갔다. 신께서 그 가정이 다시 합쳐질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을 나한테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신은 나를 그 노란색 영어 시험지로 인도하셨다. 그 시험지에는 어린 소년의 괴로운 마음에서 토로된 고뇌에 찬 문장이 다시 끝없이 반복되어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잭 캔필드/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래 중에서-


<빵집 아이>

한 작고 예쁜 빵가게가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은 돈으로 겨우 가게를 장만한 주인은 진열장의 빵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렀고, 손님이 많은 날은 행복한 미소가 입가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가게 진열장에서 빵이 한 봉지 두 봉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남아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지만 주인은 잘못 헤아렸거나 이미 팔고도 기억을 못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문의 빵 실종사건은 매일 되풀이됐습니다. 대체 누구 짓인지 범인을 잡기로 한 주인은 촉각을 곧추세우고 빵가게에 드나드는 사람을 일일이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주인의 그 감시망에 걸려든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열 살배기 딸아이였습니다. 학원 가는 길에 가게에 들르는 아이가 슬그머니 빵을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아이의 빵 훔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먹고 싶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빵을 굳이 몰래 가져가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그래서 빵가게 주인은 그날도 빵 두봉지를 가방에 슬쩍 집어넣고 나가는 딸아이의 뒤를 밟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한동안 뒤를 따라가던 주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쟤가?" 딸아이가 멈춰선 곳은 미술학원 지하도 입구였습니다. 딸아이가 그곳에서 구걸을 하고있는 소년 앞에 빵봉지를 내밀었습니다. "고마워. 내 동생은 이 빵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대." 딸아이는 불쌍한 소년을 위해 날마다 빵을 건네 주었던 것입니다. “휴, 그럼 그렇지." 딸의 모습을 몰래 지켜본 주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주인은 아예 딸아이가 가져갈 두 봉지의 빵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