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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서랍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416 추천수:23 112.168.96.71
2014-11-25 16:37:16
꿈의 서랍

by Peggy Romanoski
우리 플로렌스 대고모님에게는 아주 멋진 골동품 책상이 있었다. 그것은 100년 전 증조부모님이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인데 대고모님이 물려받은 것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여기저기를 다 건드려 보았다. 책상 끝에 붙어 있는 서랍 하나만 빼고. 바로 거기엔 대고모님의 귀중한 문서나 보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대고모님에게 그 서랍에 대해 물으면, 그분은 ?하나님과 나만 아는 일이란다.? 하고 대답하곤 했다. 대고모님 댁을 방문할 때면 나는 항상 내가 그 책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말하곤 했다.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때면, 그 책상이 만일 내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거기에 앉아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책상 서랍에다가 어떤 걸 숨겨 놓을까?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 미래에 대해 비밀스런 꿈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페기야, 뭘 쓰고 있었니?? 어느 날은 대고모님이 이렇게 물었다.
?별거 아녜요.??어디 좀 보자.? 대고모님은 페이지를 넘기며 주의 깊게 읽어 나갔다. 그러다 어떤 부분에서 잠시 멈추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굉장한 걸.? 대고모님은 그렇게 말했다. 짜릿한 흥분이 온몸에 느껴졌다. ?꿈이 많은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하나님께서 모두 이루어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으렴, 페기야.?플로렌스 대고모님은 유언을 통해 그 고풍스런 책상을 내게 남겨 주었다. 어른들은 도대체 왜 이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이 열세 살짜리 소녀에게 그리도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선반에 책을 가득 올려놓았고 칸막이마다 내 문학적 창조물들을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책상에 딱 하나뿐인 특별한 서랍에 숨겨 놓을 만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중학교 1학년 영어 숙제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여러분 자신에게 편지를 한번 써 봅시다.? 선생님이 말했다. ?여러분의 인생 목표와 그걸 어떻게 이루려 하는지를 써 보세요. 그런 후에 편지를 봉투에 넣어 봉인하고 그 위에 날짜를 적으세요. ?10년 후에 열어 볼 것.?이란 말도 덧붙이세요.? 종이 위에 적어 넣고 싶은 모든 소망들이 머리를 스쳐 갔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꿈꿔 왔던모든 것들을 하나의 목표로 다 아우를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 플로렌스 대고모님의 말이 떠올랐다. ?하나님을 신뢰해라.?나는 편지를 써서 봉인한 뒤에 집에 가져와서 그 오래된 책상 서랍에 밀어 넣었다. 나는 영문학을 전공하여 네바다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는 동안 그 고풍스런 책상은 오하이오 집의 지하실에서 빛을 잃어 갔고, 책상에 얽힌 비밀들 또한 내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어느 날 밤 나는 생활보호대상자 주부들을 돕는 친구의 직업에 대해 듣게 되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 같았다. ?한번 해 보지 그래.? 약혼자 찰리가 말했다. 이리하여 나는 사회사업가가 되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돕는 일은 정말 보람 있었다. 서른 살이 될 즈음 나는 결혼해서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했다. ?당신이 늘 이야기해 왔던 그 책상을 이젠 창고에서 꺼내 와야지.? 남편이 말했다. 그렇게 하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였다. 이삿짐 트럭이 책상을 배달해 주었다. 나는 책상에 흠집이 났으면 어떻게 하나, 혹은 세월이 흘러 내가 기억해 오던 그 장엄함을 잃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 책상은 여전히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 책상을 거실에 놓았다. 나는 짙은 색깔의 부드러운 책상을 손으로 쓸어 보고, 오래 묵은 광택제 향을 맡아 보았다. 칸막이마다 종이조각들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 서랍엔 봉투가 하나 있었다. 잘 봉인된 봉투. 중학교 일 학년 때 했던 영어 숙제! 그걸 까맣게 잊고 살아왔던 것이다. 벌써 1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때 손으로 적어 넣었던 글씨체를 알아볼 수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봉인을 뜯은 후 깔끔하게 접혀진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페기에게, 지금쯤 너는 대학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겠지. 그때쯤이면 멋진 남자와 약혼을 했을 거야. 그리고 비행 청소년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그게 어떤 일이든지 하나님과 사람들을 섬기는 일일 거야.?그렇다. 나는 책을 쓰는 작가나 여자경찰이 되지는 않았다. 그 편지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관해 긴 메모가 적혀 있었다. 버림받은 여자나 고아원의 아이들,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 비행청소년도 있었다.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방법으로 나는 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내가 서랍에 그 편지를 넣어 놓았을 때, 나는 그것을 하나님께 맡겨 놓았던 것이다. 그 책상은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있다. 책상 전면 유리 뒤에 나는 도자기와 사진들을 놓았다. 선반에는 청구서와 편지를 보관한다. 하지만 서랍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글쎄, 플로렌스 대고모님의 말처럼 ?오직 하나님과 나만이 아는 일이다
-가이드 포스트 2002년 12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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