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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선택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167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2:18:35
나는 엄마가 내미는 두벌의 드레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흙먼지 날리던 삼십 년대, 오클라호마 주 변두리에 위치한 우리 고장 사람들은 누구나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형제들은 엄마 덕분에 아무도 그런 줄 모르고 지낼 수 있었다. 우리 다섯 자매들은 각자 두 세 벌의 드레스를 갖고 있었다. 대부분 사촌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엄마가 우리 몸에 맞게 손질해 준 것이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옷은 엄마가 싱어 발 재봉틀에 앉아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매년 성탄절이면 나는 학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엄마가 만들어 주는 새 드레스를 입고 나갈 기대에 부풀곤 했다. 내가 열 살이 되던 해였다. 우리 학교는 교실이 두 개뿐인 자그마한 시골 학교였는데 우리는 서로 친구들의 이름을 제비 뽑아 성탄 선물을 교환하곤 했다. 나는 헬렌의 이름을 뽑았다. 헬렌은 새로 전학 온 아이였다. 그녀의 가족은 누군가가 버리고 간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우리 집처럼 암소나 닭도 없었고 풍차가 있는 정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애는 바느질해 줄 엄마도 없었다.

헬렌은 날마다 똑같은 갈색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왔다. 주일날 우리 학교 건물에 딸린 교회에 올 때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 똑같은 드레스만을 입었다. 몇몇 동네 사람들은 헬렌의 아버지가 게으르고 술을 많이 마신다며 수군거렸다. 어떤 이는 심지어 자기 아이들이 헬렌과 친해지는 것조차 싫어했다. 그러나 엄마는 늘 “헬렌보고 우리 집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해. 그 애는 상냥하고 공손할 뿐 아니라 항상 설거지도 도와 주지 않니.”라고 하셨다.

학교가 끝나고 우리와 함께 집으로 올 때 헬렌은 우리 엄마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보고 기뻐했다. 그 애는 집에서 만든 빵에 걸쭉한 소스를 끼얹어서 마치 진수 성찬을 음미하듯 천천히 먹곤 했다. 12월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헬렌에게 크리스마스 때 입을 드레스를 하나 만들어 주면 멋지지 않을까요?” 엄마도 좋다고 했지만 나는 엄마의 표정에서 옷감을 살 여분의 돈이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엄마는 나와 우리 자매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사 온 데다가 재봉도 거의 끝나가고 있던 터라 이제 남은 일이라곤 단추를 다는 일뿐이었다.

“무슨 방법이 있을거예요.” 난 단언했다. 나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믿고 싶었다. 엄마는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무슨 방도가 있으면 좋겠구나.”그날 밤 이부자리 속에서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헬렌이 새 드레스를 갖게 해주세요.”이튿날 아침 엄마가 나를 부엌으로 불렀다. “좋은 생각이 있어. 너랑 헬렌은 옷 치수가 같잖니. 만약 네가 새로 만든 빨간 드레스를 그 애에게 준다면 네게는 사촌 언니 에스더가 물려준 모직 체크 무늬 드레스를 고쳐서 줄게."난 순간적으로 배가 아팠다.‘헬렌에게 내 새 드레스를 주라고요?’내가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엄마가 말했다.

“내가 곧 체크 드레스를 고쳐 놓을 테니 너는 그 애한테 그 옷을 주어도 돼. 그러면 헬렌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입을 평소와는 색다른 드레스가 생기는 거지.” 나는 마음이 거의 풀린 채 학교로 향했다. 그날 오후에 행사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우리가 ‘뽑은 이름’의 사람들에게 주려고 각자 사서 종이로 곱게 포장한 선물을 꺼냈다. 헬렌은 자기 앞으로 된 선물을 보곤 집어들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흔들어 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주려고 예쁜 머리핀을 샀었다. 빨간 드레스와 체크 드레스에 마지막 다림질을 마친 엄마가 나를 그 방으로 불렀다.

나는 엄마가 내미는 빨간 드레스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헬렌은 엄마조차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체크 무늬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빨간 드레스는 헬렌에게 주세요. 헬렌이 그걸 가지는 게 좋겠어요.”"정말이니?”정말이었다. 진심으로. 헬렌이 방으로 들어오자 엄마는 그 애에게 새로 만든 빨간 드레스를 건넸다. 헬렌의 얼굴에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그 애는 엄마를 꼭 껴안더니 아직도 엄마 팔에 걸쳐져 있는 새 드레스가 행여 구겨질세라 흠칫 뒤로 물러섰다.

마침내 헬렌은 그것을 받아 들고 자기 몸에 대 보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고마워… 나 너무 행복해.” 나도 역시 행복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헬렌은 금방 이사를 갔고 이후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엄마가 만들어 준 그 많고 많은 예쁜 드레스들을 제치고 내게는 그 체크 무늬 치마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 되었다. 그 한 벌의 드레스를 통해 난 그렇게 멋진 일들을 많이 해주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내게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가를 상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베풀어 준 많은 것 중에서 최고로 멋진 일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우리를 훨씬 더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몸소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행복한 선택/by Amy Hanson
-가이드 포스트 10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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