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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봉사합니다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124 추천수:20 112.168.96.71
2014-11-25 10:40:42
(씽크대 위에 크고 작은 냄비, 후라이팬, 밥그릇, 김치통 등 여러 가지 그릇들을 올려놓고 드럼 치듯 리드미컬하게 치고 있는 엄마―작업복을 걸치고 퇴근해 들어서던 남편이 꽥 소리를 지른다.)

남편 : 니 또 무슨 불만이 있어가 이라나? 니 내한테 불만 있을 때마다 이 노릇 하더라마! (아내 계속하면) 이봐라 이봐라 평생해도 돈 되는 일은 못되는 기다 때려치라마!
아내 : 돈은 안 되는지 몰라도요 정신건강에는 최곱디다. 당신하고 부부 쌈하고 싶을 때마다 이걸 치고 나면 후련했어요. 이 덕분에 우리가 이혼 안하고 사는 줄이나 아세요.
남편 : 하나님 덕분이 아니고 이 덕분이라꼬? 집사라는기 이래 믿음 짜리가 없어 갖고 금방 믿은 나보다 못하다 아이가. 그래갖꼬 교회식당 봉살한다꼬? 때리쌔리치라마!
아내 : 나 평생 당신 수발만 들고 핍박받으면서 살아왔는데요 이젠 교회 봉사도 하고 싶어요, 식당봉사 한번 할 테니까 제발 허락해주세요 네?
남편 : 교회 식당 망칠 일 있드놋! 우리 집 식당봉사나 제대로 하라마!(아내 다시 북채를 들고 살림 드럼 치기를 시작한다.)
남편 : 이봐라 이봐라, 하고많은 봉사 놔두고 와 폼 안 나는 식당봉사고?
아내 : 교회봉사에 폼나고 안나고가 어딨어요.
남편 : 왜 없드노? 근사한 양복입고 교회 앞에서 안내하는 장로님들 폼나데!
아내 : 그래요. 그런 당신이 믿음 키워서 나중에 하세요. 난 식당봉사가 제일 맞구요 제일 하구 싶은 일이예. 이것두 하나님이 주신 맘인걸요.
남편 : 그라모 교회식당서도 니 뜻대로 안되는일 있으모 이 노릇(북치는 흉내)할끼가?
아내 : 안 한다면 허락할꺼예요?
남편 : 해봐라! 그 대신 교회식당 망쳤다소리 들리모 그땐 나도 교회 끊는데이!
아내 : 여보! 정말요 (껴안으며)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남편 : 와 이라노!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무대 암전 되고 다시 조명 들어오면, 이번에는 앞치마에 머리수건까지 쓴 남편이 아내보다 더 능숙한 솜씨로 살림드럼을 치고 있다. 아내가 꽃 한송이 들고 급히 들어선다.)
아내 : 여보 미안해요! 결혼식이 있어서 식당봉사가 오늘따라 늦어지지 뭐예요!
남편 : (더 신나게 친다)
아내 : 미안하다니까요!
남편 : 아 속이 씨원타아! 내도 이것 없었으모 당신 교회봉사 못하게 했을끼라! 당신 이놈을 때리면서 눈물 얼마나 흘렸드노? 내가 직장도 없이 허랑 방탕한 세월이 얼마였드노 말이데이! 당신 식당봉사 내년에는 내한테 맡기라마!
아내 : 당신이요? 당신은 안내하고 싶댔잖아요?
남편 : 그기사 나중일이고! 식당봉사 위원들 봉사 잘해서 교회에 사랑이 넘친다고 야단아이가? 교회부흥도 한 몫 한다고 장로님들이 내한테 깍듯이 인살하는기라! 내는 당신 우습게 알고 살았는데 교회서는 당신을 여러 사람이 참말로 아끼고 위하대.
아내 : 예수님을 위해서 진심으로 살고 봉사하니까 예수님께 영광이 돌려지는 거예요 여보.
남편 : 누가 모르나 고걸? 고걸 아니까네 내도 내년엔 식당봉살 하겠다는거 아이가!
아내 : 고마워요! (꽃 한송이 건네며) 교회식당 주방장님이 당신 갖다주랍디다.
남편 : 꽃 한송이로 나까지 포섭하겠다 그거제? 좋다! 포섭 당해 줄끼다.(아내에게 꽃 한송이를 귀바퀴에 꽂고---)
남편 : 이봐라 부부 냄비드럼 연주 한번 하자마! 멋지게!
아내 : 좋아요!
(부부 동시에 살림 드럼 치기를 시작하다. 내게 강 같은 평화∼ 가 남편 입에서 터져나온다.아내 입에서도 터져 나온다. 온 교인들이 따라 부른다.)

식당 봉사합니다/집사
-주부편지2000년 1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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