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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를 키운 며느리(1)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462 추천수:19 112.168.96.71
2014-11-25 13:23:34
서재에서 컴퓨터로 글쓰는 며느리 ㅡ찻잔을 든 시아버지가 들어선다

박창대 : (문열고 들어오며) 차 마시고 해라 무슨 공부가 해도해도 끝이 없냐? 대추차다. 미국은 대추도 커! 가짜 꿀 없어 좋구, 마셔라!
며느리 : 고맙습니다! (마시고) 아유 좋다.... 아부지두 한잔 드세요.
박창대 : 맛보느라구 마셨다.
며느리 : 아부지.... 이거 비행기 표예요! 연말 특별 코슨데요 뉴욕 워싱턴 캐나다 나이야가라 폭포까지 다아 보구 오시는 거예요
박창대 : 당장 물려라! 에미 너 교환교수 끝내구 돌아갈 때 다같이 돌아 보는 게 좋지... 뭔 재미에 혼자 여행이냐? 여행은! 나 싫다!
며느리 : 혼자가 싫으세요? 그럼 여자친구까지 소개해 드려야해요?
박창대 : 여자 친구? (웃으며) 야 에미야 참! 사실은 오늘 마켓에 전도하러 갔다가 첫사랑 만났다!
며느리 : 네에? 첫사랑요? 아부지 첫사랑이면.... 면장댁 셋째 따님이라는 분요?박창대 : 핫핫 하하.... 우리 며느리 기억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세상이 좁긴 좁지..... 25년 전에 이민을 왔단다... 그러니 한국에서 우연이라도 만날 기회가 없었지.....
며느리 : 세상에... 전도하신 상급을 금방 받으신 셈이네요? 무척 반가우셨겠어요.... 근데 혼자되셨데요 그쪽두?박창대 : 그게 왜 궁금 하냐 넌? 며느리 : 궁금 하죠 이제라도 첫사랑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아요? 혼자시래요?
박창대 : ... 결혼해 초년 과부가 됐다는구나 글쎄.
며느리 :쯧쯧....... 예수 믿으시구요?
박창대 : 아닌 것 같아.
며느리 : ..... 전도하셨어요?
박창대 : 그럼 이번 주일에 교회에서 만나기루 했다.
며느리 : 사시는 형편은요?
박창대 : 아들딸들 사업으로 성공 하구 잘 산데... 아직도 영어공불 한다는구나 글세, 그 나이에! 며느리 교환교수 공부하는데 따라 왔다니까 얼마나 기뻐하는지....
며느리 : 아부지가 며느리 대신 살림까지 해준단 말씀도 하셨어요?
박창대 : 암! 암! 시아버지가 홀로 되면 설자리가 없는 법인데 에미 니가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줬다구 아주 기뻐 하더먼.
며느리 : ... 얼굴두 여전히 예전 같이 고우시던가요?
박창대 : 아브라함 아내 사라 만큼은 안 이뻐두..... 동무하기 챙피하진 않더라. 며느리 : 아부지 그럼 됐어요.박창대 : 되긴 뭐가 돼?
아들 : (수화기들고) 네에 제일 항공삽니다.
며느리 : 여보 나예요! 지금 막 아버님 첫사랑 추영임 할머님 따님 하고 만났는데요. 년 말에 두분 여행 보내드리는 거 대찬성이래요! 자녀분들이 아주 좋은 분들이네요, 점잖구요 아들 : 아니 그런말 전하려구 남자 직장에 전활해? 당신 교수 맞어?
며느리 :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전화가 어딨어요? 시아버님 결혼시켜 드리는 일이 될런지도 모르는 일인데 남편 직장에 전화못하구 어디다 해요?
아들 : 아이구 챙피하게! 아버님 연세가 얼만데 결혼
운운이야? 당신 집안 일 시킬 분이 한 분 더 필요하니? 그럼 내가 한다 차라리 내가 해! 끊어! 그날 밤 남편이 퇴근해 오면
며느리 : 항공사 지사장쯤 되면 전화 매너부터좀 바꿔요! 끊어! 그게 뭐예요?
아들 : 당신 나까지 교육 시키려들지마! 여성학 교수로 유명한 거 알어. 당신 학문을 적용해서 시아버지 부엌일 까지 시키는 사람 아냐? 여성학 아니라 여성학 증조할머니학이래두 난 안 넘어가! 알아?
며느리 : 이제 고백하는데요, 나도 당신 모르게 아버님 모르게 눈물 많이 흘렸어요! 어떻게 하면 아버님께 효도하구 서로 서로 화목하게 살 수 있을까? 눈물로 기도해서 주신 지혜가 아버님 자릴 만들어 드리는 일이었어요! 며느리 늦잠 곤히 잔다구 아버님 발걸음 소리두 안내시구 아침 준비해 주시곤 했죠? 그러시는 거 다아 알면서도 나 피곤한 척 일부러 안 일어났다구요!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모른다구 시침떼구 응석 부리구 부탁드렸구요 사방 팔방 전적으로 잘못하는 척 해서 아버님 도움을 일부러 받았어요..... 당신 말대로 맛없는 삼계탕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삼계탕으루 알구 먹었구요, 이틀만에 털구 일어날 감기두 사흘씩 나흘씩 아프다구 엄살부리구 안 일어났어요! 내가 그러면 아버님이 더 씩씩하게 기운 내시구 돌봐주시니까..... 그 모습 뵈면서...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내가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얼만지 당신은 몰라요!
남편 : ..... 왜 몰라 나두 알아! 내가 미련해두 그정돈 안다구! 나두 다아 알면서 모른체 한 거 많아! 당신하구 나하구 둘이서 짝짝꿍 연극하면 아버지가 아시구 신명 안 내실테니까 내가 일부러 사사껀껀 당신 걸구 넘어진 것두 많았어! 그랬더니 아버진 전적으루 당신 편이 되셔서 더 힘을 내셨구..... 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소외 당한 건 사실이야! 안 그래?
며느리 : 당신....
아들 : 솔직히 말해 봐! 그러다 보니까 당신 어느 사이 편해진 것두 사실이잖아? 아버님은 집안 일 선수되시구... 이젠 미안한 것두 없이 살구 있잖아? 안 그래?
며느리 : 네에 그래서 아버님 결혼을 생각 하는 거에요. 솔직히 당신한테 소홀하구두 아버님께 효도 하는 거니까 알아주겠지 싶은 거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땐 당신 진짜 나한테 화낼 일 많았던 것두 알아요! 이제 아버님 독립하게 하시구 우리두 분가해 둘이서 살아보자구요
아들 : 분가? ... 당신이... 그런 꿈을 다 꿨어? 자기 학문만 전분줄 알았는데?
며느리 : 신혼부터 당신, 당신어머니 끔찍이 좋아해서 분가 못했죠. 아버님 혼자되셔서 또 분가 못했죠 .... 그래요! 나도 분가해서 살아보는 게 꿈이었어요! 당신 그동안 아버님 뵙구 배운 거 많죠? 분가해 나가면 당신이 아버님 하시던 일 다해야 해요!
아들 : 맙소사! 당신 머리는 정말 못당할 머리야!
며느리 : 머리가 아니구 지혜예요. 기도해서 주신 지혜라니까요. 지혜로운 여인은 그 손으로 그 집을 세우느니라!


시아버지를 키운 며느리(1)
주부편지 2001년 1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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