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내 딸을 키워주신 하나님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979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51:43
삼남매를 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정녕 하늘이 무너진 듯 했습니다. 남편이나 저나 열심히 살았고 이웃을 괴롭힌 일없이 착하게만 살려고 노력해 왔던 저희들의 삶에 왜 이런 이별이 주어지는지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당장 남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존재는 엄숙한 삶의 명령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가. 막막한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걸까.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일까. 마음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회 식구들이 끊임없는 위로를 주고 옆에서 간절한 기도를 드려 주는 것을 바라보며 '언제인가는... 언제인가는...' 지금의 좌절이나 절망하고는 다른 상태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불끈 딛고 일어났을 때,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힘이 생기는 듯 했습니다. 저는 한눈 팔 사이 없이 열심히 열심히 일해가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큰딸과 그 아래 두 사내 아이. 큰딸은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대학을 포기했고 남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결혼도 미루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슬아슬한 고비도 많았고 위태로운 낭떨어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번 한번을 기도에 매달려가며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15년. 막내가 대학에 입학한 뒤에 군대에 들어갈 무렵 큰딸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여라도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것 때문에 트집이 되지나 않을까. 학력 때문에 탓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졸였지만 사위 될 사람은 딸의 인품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귀하게 여기는 신앙인이었습니다.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지요.

결혼식을 어떻게 끝내었는지, 딸 내외를 신혼 여행지로 떠나 보낸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야 갑자기 무엇이 허물어진 듯 허전하고 허탈했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마치도 의지까지 없는 사람처럼 허망감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한 밤중에 큰아들이 어미를 찾았습니다. "어머니 누나가 떠나면서 오늘밤에 이것을 어머니께 드리라고 했어요" 아들이 내어놓은 것은 은행통장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저의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내어놓고 그때마다 어미에게 용돈을 타갔습니다.

그렇게 몇 푼 받은 용돈을 아끼고 아껴가며 십여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 둔 돈이었습니다."어머니 저희들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바치신 어머니. 단 한번도 당신 자신을 돌아보는 일 없이 우리를 위하여 생애를 다 바치신 어머니. 늘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머니의 사랑을 쌓아 놓듯이 모은 돈입니다. 필요하신 일에 마음 놓고 쓰세요, 박 서방도 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시겠다 했으니 너무 외로와 하시지 마시구요......" 통장 안에 들어있던 딸아이의 편지를 읽으며 그만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미장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빨리 와 보라는 전갈이었어요.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가 보니 "따님이 어머니를 위하여 부탁해 놓은 화장품이에요." 화장품 한 셋트 였습니다. 아이들을 기르는동안에 화장품을 살 틈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딸 아이 눈에 내가 그렇게 늙어 보였을까. 화장품을 안고 돌아오며, 이제는 사위의 눈도 있고 하니 정말 모습을 단정하게 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뜻밖에 초인종 울리는 소리가 나기에 나가 보니 꽃집에서 배달을 왔다며 꽃 빛도 아름다운 아잘리아 화분을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내 딸이! 나는 화분을 가슴에 안고 너무도 가슴이 벅차서 또 한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아, 사랑스러운 내 딸... 심지 깊은 내 딸아 부디 행복하여라! 하루를 그렇게 감동 속에서 지낸 다음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한약방이라면서 느닫없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무개 아무개가 따님이시지요? 며칠 전에 어머님 보약을 지어놓으라 하면서 오늘 날짜로 배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요. 지금 배달하겠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눈물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뿐이었습니다. 기나긴 터널을 외롭게 외롭게 견뎌 온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상급을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제가 드린 기도는 언제나 한가지 뿐 이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땅에서 아비를 잃은 내 자식들에게 말씀을 먹여 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를 들어 주셨고 그 응답을 이렇게 보여 주셨습니다. 말씀을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한 이 땅의 상급이 이러할 때에야, 믿음을 지킨 하늘나라의 상급은 어떠하겠습니까. 미쁘신 하나님.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세세 무궁토록 받으시옵소서. 아멘.

내 딸을 키워 주신 하나님
-주부편지7월호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