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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의 편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982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1:03:43
내가 쿠바에서 이곳 미국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돌이켜 보노라면, 한발한발 누군가 인도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가족을 떠나기로 마음먹는 것은 대단한 결단을 요하는 일이었다. 나는 하나님이 누구신지, 혹은 어떤 분이신지 의식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하나님은 내가 종종 꿈꾸던 미국이라는 나라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고, 자유 그 자체만큼이나 소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레베카가 내게 무언가를 알려 주었고 그것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이 바로 내 여정의 첫걸음이기도 했다.

내 목표는 의대에 가는 것이었으나 그러려면 아주 어려운 입학 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다. 레베카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나는 온통 걱정에 휩싸였다. 시험에 떨어질까봐 얼마나 불안한지 난 레베카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뭔가 결심하는 듯이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렇게 속삭였다. “에레디스, 시험 볼 때 정답을 모르겠거든 하나님께 도와 달라고 부탁 드려.” 그리고는 재빨리 자기 책으로 눈을 돌려 버렸다.

내 조국 쿠바에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나는 그녀가 말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몰랐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그 말을 곱씹어 보곤 했다. 그러다가 나는 매우 힘든 시험을 치르는 중에 무척이나 당황스런 수학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정답을 찾는 건 고사하고 질문 자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를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만약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절대로 의대에 들어가지 못할 거야.’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문제를 풀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레베카가 했던 말이 다시금 마음에 떠올랐다.

‘하나님께 도와 달라고 부탁 드려.’ 난 그전엔 한 번도 하나님께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절박한 심정에 서툴게나마 도와 달라는 기도를 했다. 마치 굉장한 부탁을 하는 것처럼. “하나님, 당신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지만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 제발 도와 주세요.” 그 문제를 다시 읽어 보니 즉시 문제의 핵심을 알 수 있었다. 정답을 분명히 알 순 없었지만 문제는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시험 결과가 벽보에 붙었는데 나는 합격이었다. 바로 그 문제 하나를 푼 덕분에 아슬아슬하게도 말이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다.

레베카는 내게 포켓판 신약 성경을 주었고 나는 서점에서 낡은 성경을 찾아내어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기도란 단순히 하나님께 뭔가를 부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과 때때로 기도는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응답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늘 우리의 소망을 알고 계시다는 것도. 그때부터 더 이상 내 꿈이 무리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쿠바에서는 그 해에 미국으로 이민이 허락되는 2만 명의 사람들 중 몇 명을 추첨으로 뽑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나의 꿈에 동의하시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주님, 주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나는 바닷물이 하늘과 만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어 보았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입니까?’그때 갑자기 바닷물이 튀는 바람에 나는 모래 사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 대서양에서 밀려온 자질구레한 쓰레기 더미들 속에 병이 하나 섞여 있었다. 해변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 병을 바닷물 속으로 다시 차 버리려는 순간 병 속에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종이 위에는 뭔가가 쓰여 있었다.

밀봉한 곳에 틈이 생기면서 병 속에 물이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코르크 마개는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이 병은 아마도 미국에서 온 것이리라! 미네소타 주 헨더슨이라는 곳에 사는 리스키 가족이 1993년 7월 30일, 가족끼리 휴가를 보내던 중에 매사추세츠 주 케이프 코드 근처의 바다에서 이 병을 띄워 보낸 것이었다. 리스키 가족은 누구든지 이 병을 발견하면 자기들에게 꼭 편지를 보내서 그 병이 어디까지 밀려 올라갔는지, 그리고 그 병을 발견한 사람이 누군지도 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답장을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 날 밤 기도 중에 나는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무엇을 알려 주시는 겁니까?’ 내가 미국으로 갈 운명이고 하나님께서 내 꿈에 함께 하신다는 의미일까?나는 리스키 가족에게 편지를 썼고 우리는 사진도 주고받았다. 그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내 꿈은 훨씬 더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리스키 가족이 보낸 병을 발견한 지 일 년이 지난 후, 내가 이민 추첨에 뽑혔다. 전에 성경에서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제 나는 기적이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미국으로 출발하던 날, 막내 여동생 리셋을 옆으로 불러 내 성경책을 주었다. “리셋, 이 책을 읽고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해 봐. 하나님께서는 분명 너를 위해서도 꿈을 갖고 계셔.”내 앞에 미국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기적이란 바로 이런 걸거야.’

병속의 편지 /에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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