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평화를 만드는 사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496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6:23:23
아버지는 일리노이 주 페오리아에서 20년 넘게 경찰로 지내셨다. 그분은 183cm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하고 활동적인 분이셨다. 나는 어린아이였을 때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안전하다고 느꼈다. 밤이건 낮이건, 맑은 날이건 폭풍우가 치는 날이건 상관없이 늘 그랬다. 어디에 있느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가르쳐 주셨다. 어린 학생들이 으레 겪는 친구와의 우정 문제로 내가 염려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계속 보여 주신 한 가지 지혜가 있다.

"주님이 다스리신다"고 말씀하시며 나와 함께 기도해 주신 것이다. 그러면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고 다시 아름답게 보였다. 아버지는 그 외에도 자연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나 아버지의 인생 여정 등에 적용하여 가르쳐 주시기도 하셨다. 아버지는 특히 돈에 대한 교훈을 꾸준히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는 관대하셨고 나는 아버지의 외동딸이었다. 얼마나 근사한 짝인가!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여러 번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다. 동전몇 푼을 주고받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당시 어린아이에게는 상당히 큰 액수라고 할 수 있는 지폐를 놓고 협상을 벌이곤 했다. "아빠, 1달러 있으세요?" 하고 내가 물으면 아버지는 "린다야, 어제 준 1달러는 다 뭐 했니?"하고 되물으셨다. 내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다 썼어요"하고 대답하면 아버지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셨다. 그러나 그 돈을 내게 건네시기 전에 "아빠한테 1달러가 있는 건 아빠가 이 1달러를 써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어린 시절 내내 이러한 대화는 계속되었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내가 마음껏 돈을 쓰더라도 아버지가 쓰시지 않는 한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아버지가 내게 검소함을 가르치려고 그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무엇보다도 '관대함'이다. 또한 아버지가 보여주신 것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은 것은 아버지의 유머 감각이다. 아버지는 유쾌한 분이셨다. 잘 웃으셨고 언제나 나를 웃게 만드셨다. 그리고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을 통해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도 가르쳐 주셨다. 그 확신이 이후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하나님만 아실 것이다. 아버지는 의식하지 못하셨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을 다 알고 계셨고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셨다. 심장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건,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는 가난한 아저씨건 상관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언제나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셨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셨다. 범인을 체포한 다음 날은 감옥으로 그 사람을 찾아가 그리스도를 전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친절함이 묻어나는 그 모습. 아버지의 친절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대하셨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대하셨다. 그리고 심지어는 동물들에게도 친절을 베푸셨다. 지나가다 우연히 다친 동물을 보시면, 집으로 데려와 나을 때까지 돌봐 주셨다. 어떤 동물이건 상관하지 않으셨다. 한번은 불이 났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구조 차를 몰고 나가신 적이 있다. 진화 작업이 다 끝난 후 아버지는 상처 입은 어린 토끼 한 마리를 옷에 싸서 집으로 데려오셨다. 그리고 그 토끼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돌봐 주셨다. 우리 집 굴뚝을 타고 들어온 어린 새들을 정성스레 돌보기도 하셨다.

처음에는 작은 우유 병으로 새들을 먹이셨고, 나중에는 그 새들이 다 자라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손으로 모이를 먹여 주셨다. 아버지는 상처를 입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누구든 그렇게 돌봐 주셨다. 춥고 바람 불던 어느 날, 우리는 교외의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길 옆에 누워 있던 어떤 사람이 라이터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즉시 차를 세워 그 사람을 살펴보셨다. 그는 개인용 소형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옥수수 밭에 추락했고,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에게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시고는, 그 사람을 찬바람에서 보호하기 위해 트렁크에서 상자를 꺼내 덮어 주셨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의료진이 도착해 환자를 병원으로 수송하기까지 아버지는 그 사람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다음 날 아버지가 병원을 찾아 갔을 때, 의사는 그 사람 10분만 더 추위에 방치되었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그 후 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그 비행사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그것이 바로 경찰복 속에 감춰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 아버지가 보여 주신 사랑과 새에게 모이를 먹여 주시던 두툼한 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가 지갑에서 꺼내 주시던 지폐, 아버지가 구해 주셨던 생명을 늘 기억할 것이다. 아버지가 언제나 허리에 차고 다니던 총과 경찰차에 싣고 다니던 성경책을 늘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경찰직에서 은퇴하셨지만 그분은 여전히 내 아버지로서의 임무를 맡고 계시다. 여전히 나의 가장 좋은 친구며, 그리고 영원토록 나의 영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린다 글레즈포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