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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군에 보내고 아내에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1404 추천수:32 112.168.96.71
2014-11-26 11:51:15
아들을 군에 보내고 아내에게
- 태기관 집사 -

나는 군 생활 할 때 2소대 1분대 1번 포수였네. 포열 무게는 70.6kg, 포판 무게 103kg, 걸침 대 무게 36kg 이것이 내가 군생활 때 늘 다루었던 박격포의 제원이네. 1번 포수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네. 제 3번 탄약수부터 시작하여 2번, 1번 탄약수 그리고 부포수를 거쳐 주어진 보직이었네. 병장으로 포수가 되기까지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었네. 훈련 때마다 포를 분해하여 포 우로 모여 포 뒤로 모여를 수십 번을 반복하고 차려포의 명령이 떨어지면 타 분대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해 분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었네. 그렇지 못하면 늘 기압이 있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견디었나 생각이 드네. 폭염 속에서 포 판을 이리 저리 옮기고 포 열을 들고 뛰다보면 철모 안에서 온수가 만들어졌네. 땀은 머리에서부터 흘러 온몸을 적시고 발끝까지 땀으로 뒤범벅이 되다보면 전투복 상의와 허리벨트 부근에는 소금으로 지도가 그리어졌다오. 그렇다고 겨울에 훈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네. 엄동설한에도 어김없이 박격포 훈련은 계속되었는데 헤어진 장갑 밖으로 빠져나온 손가락이 포 열에 닿으면 떨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오. 내가 입대하는 날 최 전방에서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났었지. 그로 인해 훈련소에 있는 기관병들은 완전무장에 출동 준비가 완료 된 상태에서 대기 중이였지. 우리 훈련병들은 예비사단에서 6주의 훈련 만 지나면 전방으로 투입하여 총알받이가 된다는 소문이 들릴 때는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다오.
여보, 만호 엄마!
우리 아들 만호가 군에 입대한 지금의 상황은 그 때에 비하면 얼마나 좋소. 남과 북의 이산 가족이 일년이며 수 차례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소. 어디 그 뿐인가. 개성공단에 남쪽 사업체가 입주하여 사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이다 백두산 관광이다 하여 그야말로 반공을 국시로 삼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소.
만호 엄마.
옛날 우리 선배들이 군 생활 할 때만 해도 먹을게 부족하고 구타당하고 고생 많이 했었지. 그 때는 군에 가는 사람들도 대부분 못 배우고 못 먹던 시절이어서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많이 아팠을 때였오. 전쟁을 겪으신 어르신들이 논일 밭일 하다가 군에 가는 아들을 보고 얼마나 많이 울었겠소. 지금이야 그 옛날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소. 우리 만호야 그 시대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호강하다가 군대에 가오. 너무 슬퍼 울지 마오. 집에서 편안히 생활하였지만 군에 가서 훈련을 받으며 더욱 성장하고 성숙될 것이오. 내가 군 생활하던 시절, 내 몸무게 56kg였소. 그런데 내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포열을 어깨에 매고 훈련을 받았소. 어느 때인가 훈련을 받던 중 넘어져 상급자에게 구타를 당한 일이 있었소. 그 때 나는 원망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힘겨운 훈련을 견디어 내었오. 나중에는 그 무거운 포의 무게가 그리 힘들지 않게 되더구만. 힘겨운 훈련을 받으며 극복하다 보니 내 성격이 바꾸어졌오. 소극적인 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적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졌오. 뭐든지 하면 된다는 생각이 나의 군생활을 보람있게 만들어 주었소. 이 정도면 군생활도 괜찮은 곳이지 않소. 어차피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고 여러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날마다 즐겁게 세월을 보낼 수 있다오. 만호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군생활을 통하여 성격이 더 밝아지고 인간관계 훈련을 충분히 받고 올 것이오. 더욱이 요즈음은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군에서 배려한다고 하지 않는가? 만호가 전공을 더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오. 이제까지 만호를 우리 품에서 떨어뜨리지 못했는데 나라의 부름을 받고 무료로 숙식을 시켜 주며 사회 훈련을 시켜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군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한 몸으로 군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우리 때는 복무기간이 34개월이었오. 지금은 22개월에다가 훈련기간 5주 밖에 되지 않으니 그리 긴 시간이 아니오. 잠깐이면 되니 하나님께서 우리 보다 더 잘 훈련시켜 주실 것으로 믿고 조금 만 참고 기다립시다.
만호 엄마!
우리 만호가 군 생활을 통해서 많이 변하고 자기 인생에 있어서 많은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하고 기도합시다. 당신과 나는 주님이 항상 함께 하니 모든 일이 형통할 것으로 믿고 섬기고 있지 않소. 우리 걱정하지 말고 매일 매일 만호를 위해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세. 군에 가있는 만호에 대해서 너무 걱정말고 잠이나 푹 자게.
사랑하는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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