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엄마는 ...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119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0:28:42
방안에 물건들을 어질러 놓기 시작했어. 옷이랑 물건들이랑 그리고 내 장난감도. “엄마는 내가 방 안에 장난감 어질러 놓으면 막 혼내면서, 엄마는 왜 방 어질러?”내 말에 엄마는 어이없다는 표정과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어. “준수야, 엄마 청소 좀 하게 밖에서 놀겠니?”엄마는 그렇게 말하곤 계속 방을 어질러 놓았어. 난 엄마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방 여기 저기를 뛰어다녔지. 이렇게 물건이 어질러 있는 곳에서 노는 것은 무척 재미있거든. 그런데 방 안은 무척 더웠어. 꼭 옥수수 삶는 것 같애. 엄마가 진짜로 옥수수 삶아 주면 좋겠다. “방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엄마는 그렇게 혼자 말하며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장롱 위에 있던 물건들을 꺼내다가 부엌에다 갖다 놨어. 그리고 내려 놓은 물건들을 걸레로 여기 저기 닦고, 또 장롱 속에서는 큰 이불 보따리를 꺼냈지. 아마 바깥에다가 말리려고 그러는 것 같애. “엄마, 이런 거 들면 힘들지? 내가 도와줄게. 엄마.”“하나도 힘들지 않으니까, 넌 이런 거 참견하지 말고 바깥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대. 이불을 들고 막 헉헉거리면서 말야. “싫어, 나도 할래.”나는 뒤에서 이불 보따리를같이 들었어.

“사람 더운데 자꾸 짜증나게 할래? 귀찮게 하지 말고 어서 나가서 놀아!”엄만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아마 날 무척 고맙게 생각할 거야. 쨍!” “아야!” "준수야, 왜 그래?” “무릎에 피가…. 아앙…” 난 이불 보따리 뒤를 쫓아 가다가 그만 바닥에 내려져 있던 거울 위로 넘어진 거야. 엄마는 내 무릎에 흐르는 피를 보더니 “내가 뭐랬니? 나가서 놀라고 했지?”엄만 정말 화가 난 것 같았어. 난 아프지 않았지만 무릎에서 피가 흐르니까 무서워서 막 울기 시작했지. 그렇게 해야 엄마한테 덜 혼나거든. “안되겠다. 업혀라. 병원가야겠다.”

엄마는 내 무릎을 수건으로 감싸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어.“넌 어떻게 된 애가 하루도 얌전한 날이 없니?” 택시 안에서 엄만 계속 그런 말만 했어. 택시 운전사는 ‘쯧쯧쯧’ 소리를 냈어. 왜 이럴 때 어른들은 꼭 ‘쯧쯧쯧’ 소리를 낼까? 병원에서 난 마취주사라는 것을 맞았어.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의사 아저씨가 내 무릎을 이불 꼬매듯이 꼬맸지. 안 아팠냐고? 아프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무서웠어. 의사 아저씨가 무릎을 꼬매고 있는 동안 간호사 누나들이 혹시 내가 무서워서 발버둥칠까봐 내 팔다리를 붙잡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이 다 끝나고, 난 큰 일을 해낸 양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기다리는 엄마한테 갔지.

엄만 내가 울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얌전히 있었던 걸 칭찬해 줄 거야. “너, 엄마 말 안 듣고 또 그럴 거야?”엄만 날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그렇게 말했어. 엄마의 눈 속이랑 입 속에는 마치 꼬챙이가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꼬챙이가 내 맘 속을 찌르는 것 같았어.“다음에 또 그러면 병원에도 안 데리고 올 줄 알아. 알았어?”눈물이 나오려고 했어. 엄마 미워.“어서 업혀. 집에 가게.”엄만 내게 등을 보이며, 여전히 꼬챙이 들어있는 말을 했어. 난 업히기 싫었어.“나 그냥 집에 걸어 갈래.”“또 말 안 듣지? 어서 업혀!” 난 엄마 등에 업혀서 병원을 나왔지.

바깥은 무척 더웠어. 옥수수 삶는 것처럼 말야. 몸은 금방 땀이 나서 끈적거렸고 햇볕은 무척 따가웠어. 햇볕이 엄마 말소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길거리에 사람들은 그늘에서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어. 가게에서는 아이들이 하드를 사먹고 있었어. 맛있겠다.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오늘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었습니다.” 전파사를 지나는데 라디오 소리가 났어. 그리고 택시들이 옆으로 막 지나갔어. 아까 전에 병원 갈 때 택시 타고 오니까 무척 시원했는데. “엄마는 나 업고 가면 힘들지 않아? 택시 타고 가면 힘들지 않고 집에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난 조심스럽게 엄마한테 말했지. “하나도 힘들지 않아.”엄마의 목소리는 좀 부드러워졌어.

엄마의 귀 밑으로 땀이 흐르고 있었어.“엄마, 힘들면 나 내릴까?” “엄만 하나도 힘들지 않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그러나 대답은 힘들어 보였어. “준수야” “응?” “너 왜 엄마가 그렇게 화났는지 알아?” “내가 엄마 말 안 들으니까.” “만약에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망가지면 넌 어떤 생각이 드니?” “성질 나.” “준수야, 엄마도 마찬가지야.”그리곤 엄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어. 엄마도 엄마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망가지면 성질 나는구나. 엄마도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나?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뭐지?

엄마는 ... / 남종필 글
-CCC 편지 99년 10월 호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