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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배달하며 배운 인생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053 추천수:24 112.168.96.71
2014-11-25 17:17:29
신문배달하며 배운 인생

필립걸리
대학교 4학년이었을 때 나는 신문 배달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돈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인격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나는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려면 훌륭한 성격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 중에는 과부인 스탠리 부인이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아침마다 유리창 너머로 내가 오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자전거를 탄 내 모습이 길 모퉁이에 나타나면 준비해둔 콜라를 갖고 나와 현관에서 나를 맞아주셨다. 그래서 나는 그 아주머니 댁에만 가면 꼭 현관 앞에 얼마동안 앉아 있게 되었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내가 콜라를 마시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아주머니가 주신 콜라를 받아 마시고 아주머니는 내 옆에 앉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게 아주머니와 내가 아침마다 되풀이하는 일이었다. 내일도 만나자는 약속 같은 것은 없었지만,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렇게 대화를 나누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탠리 부인은 주로 사별한 남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주머니는 툭하면 “오늘 아침에도 남편과 함께 시내에 있는 가게에 갔는데….”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찌나 놀랐던지 그만 콜라를 잘못 삼켜서 켁켁거렸다. 그 날 나는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러자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마 그 아주머니는 외로워서 그러시는 것 같구나. 앞으로도 아저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면 그냥 조용히 귀 기울여주고 이따금 고개도 끄덕여 주고 미소도 지어주렴. 그러면 그 분도 머지 않아 남편이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것을 멈추게 되실 거야.” 그래서 나는 아빠 말씀대로 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는 스탠리 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야말로 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는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아빠 말씀처럼, 몇 년이 지나자 아주머니도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빠의 권유로 스탠리 부인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스탠리 부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난 뒤 신문배달을 그만두고 수입이 더 좋은 잔디 깎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있는 한 교회의 바자회에 갔다가 뜻밖에도 스탠리 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배식대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담아주고 있었는데,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일 년 전만 해도 말 상대가 없어 신문 배달 소년을 콜라로 매수하여 그 아이에게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했던 스탠리 부인 옆에는 이제 친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하나님 품으로 갔지만, 스탠리 부인은 자신만의 공동체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사랑으로 빛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공동체는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때로는 우리를 치료해 주기도 하고 다른 그 무엇으로도 맛볼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다. 지금 우리 집에 신문을 배달해주는 에드나라는 아주머니는 아이가 셋이고 폐차 직전의 차를 몰고 다닌다. 그녀는 아침마다 내게 신문을 건네며 어제 하루는 어땠냐고 묻는다. 내가 “좋았어요.”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무슨 일 있었나 싶어 현관 앞에서 머뭇거린다. 정말이지 그 아주머니와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나는 가끔 일부러 심각한 문제가 있는 척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녀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도록 하려고 말이다. 그녀는 공동체가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공동체는 꼭 사는 지역이 같아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요즈음 근황이 어떠냐고 물어주면 - 무슨 이익이 생겨서가 아니라 정말 당신을 생각해서 - 그게 바로 공동체인 것이다. 이 천년 전, 베드로라는 초대교회 지도자는 공동체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 : 8)." 이 말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때로는 그의 결점을 못 본 척 눈감아 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가끔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미소를 짓는 것이 어떤 조언이나 충고보다도 낫다.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 2
엘리스 그레이 편저/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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