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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스승이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504 추천수:23 112.168.96.71
2014-11-26 10:32:41
2차 대전. 전 세계가 전쟁에 휘말리고 유태인들이 대량 학살을 당하고 있던 무렵. 폴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도 불안한 기운에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웬 일인지 이 마을에는 그 무서운 독일군이 나타나지 않아, 오히려 하루하루 불안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작은 학교에도 유태인 가정의 아이들이 적지 않게 섞여 있어 코르자크 선생님은 하루하루가 가시 방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드디어 독일군이 회오리바람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한 무리는 학교로 들이 닥쳐 유태인 어린이를 색출하여 끌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공포에 떨면서 선생님께 매어 달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두 팔로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죄 없는 어린아이들을 잡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하고 싶었으나 자신도 너무 두려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 때 트럭 한 대가 먼지를 휘날리며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더욱 질려 울면서 선생님께 매어 달렸습니다. “애들아 무서워 할 것 없단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께서 두려움을 거두어 주실 거야. 그리고 마음에 평안을 주실 것이다”. 독일군은 코르자크 선생님으로부터 강제로 아이들을 떼어놓으려고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부르짖어 울면서 더욱 선생님께 필사적으로 매어 달렸습니다. 한동안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끌어안고 있던 선생님은 두 팔을 들고 독일 군인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결연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심하게 다루지 마시오. 내가 함께 가겠소!” “당신은 유태인이 아니지 않소, 함께 갈 수가 없소!”“아니요, 내가 유태인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 학생들의 선생이요. 내가 이들과 함께 가겠으니 막지 마시오!”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 앞에 의연하게 섰습니다. “얘들아 우리 함께 가자. 선생님이 함께 가면 무섭지 않지? 그렇지?” “네 선생님, 선생님이 함께 가시면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울지 않고 갈께요.” 선생님은 독일군 트럭에 먼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가슴에 품듯이 안아 올렸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독일군이 험악한 얼굴로 달려 올라와 선생님을 끌어내리려고 했습니다. 군인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무슨 짓이오? 당신은 유태인이 아니지 않소? 우리는 유태인만 끌어오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오!” 선생님은 조용하게 얼굴을 들고 군인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네들 민족에게도 어린이들이 있겠지요. 그리고 당신네에게도 스승이 있겠지요. 당신들은 이 아이들을 죽이러 가는 것 아닌가요? 나는 이 어린 학생들의 선생이요. 내가 지금까지 가르치던 사랑하는 이 어린이들만 죽음의 길로 보내라는 말입니까?” “그러면, 선생, 당신에게는 가족도 없소? 결혼을 했으면 아내와 자식이 있을 것이고 부모와 형제도 있을 것 아니요? 그들은 어떻게 하고 이 아이들을 따라 가겠다는 거요?” “어린 제자들과 함께 가는 동안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가족과 형제와 부모는 이 어린이들보다는 나은 형편에 있으니 내가 돌보아야 할 자리는 이 곳입니다”독일군인들은 선생님의 결심을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하려는가 보자는 심사로 더는 강제하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선생님은 그 날로부터 어린 제자들과 함께 강제 수용소 길을 함께 갔습니다. 강제 수용소에서도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과 헤어지지 않고 함께 지내면서 어린이들을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기도하며 보호했습니다. 그 사실은 게슈타포에게도 알려져, 선생님의 행로(行路)는 끝내 가스실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자 잘난 선생, 드디어 가스실이오. 어떻게 하시겠소? 유태인으로 태어난 이 아이들의 운명은 이 아이들만의 것이오. 이만큼 지켜 주었으면 체면이 섰을 텐데 설마 가스실에까지 함께 들어가시지는 않으시겠지? 이제는 물러나시고 아이들만 들여보내시지요.” 선생님은 오들오들 떨고 서 있는 어린 제자들의 손을 꼭 잡고 의연하게 가스실 문 앞에 섰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선생님은 너희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자, 이렇게 선생님은 너희들과 함께 이 문으로 들어간다. 무서워하지 말고 기도하며 들어가자!” 선생님은 어린 제자들의 앞장을 서서 가스실로 들어갔습니다. 문안에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 들였습니다. 그 곳은 악명 높은 트레물렌카 가스실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히틀러에게 학살된 동족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기념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념관 뜰에는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사랑하는 어린 제자들을 두 팔로 꼭 껴안고 있는 코르자크 선생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주부 편지 2005년 3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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