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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207 추천수:20 112.168.96.71
2014-11-25 16:58:38
영원한 팀
by Mary Alice Dyess, Phoenix, Arizona
아내는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한 가지만은 간직하고 있었다. 그날 밤 아내 에스텔과 저녁 식사를 하러 브라이트모어 요양소로 운전해 가며 난 생각했다. 연합감리교회의 순회세미나를 위해 아내와 내가 얼마나 많은 거리를 함께 달렸었는지를. ?소명의 발견?이라는 구상을 내놓은 것은 아내였다. 다른 일도 그랬지만 이 세미나도 역시 완벽한 우리 두 사람의 협동작업이었다. 강단에서는 연설을 나누어 했고, 다른 교회로 이동하는 길에서는 번갈아 가며 운전을 했다. 그러나 아내가 묵고 있는 요양소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금, 그런 신나는 경험들은 너무도 오래 전의 일인 것만 같았다. 아내는 항상 그랬듯이 무뚝뚝하고 멍한 표정으로 창가의 의자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았다.?여보, 괜찮아. 나야, 거스. 당신 남편.? 내가 말했다.?작은 충격으로도 부인의 기억력에 다소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 조심하면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아내의 증세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력에 관한 한 의사들이 절대로 옳았다. 아내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기억을 잃어 갔다. 곧 세미나 연설은 모두 내가 도맡아 하게 되었고, 아내는 격려하는 따뜻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서 맨 앞줄에 앉아 있게 되었다. 그 후 의사들로부터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바로 ?알츠하이머? 병이었다. 나는 ?소명의 발견?의 전국위원회를 소집했다. 그리고는 아내를 옆에 세우고 모인 이들에게 말했다. 좋게 말해서 휴가를 청구한다고. 아내를 돌보는 일이 나의 새 직업이 되었다. 나는 요리를 직접 했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내에게 음식도 먹여 주어야 했다. 샤워, 양치질, 화장실 가는 것 등 아내는 모든 일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한번은 내가 잠시 낮잠을 자는 동안에 아내가 집 밖으로 나간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즉시 문이란 문에 모두 빗장을 단단히 걸었다. 하지만 내가 항상 아내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아내에게는 내가 돌보는 것 이상의 간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97년 1월 2일, 아내는 브라이트모어 요양소에 입원했다. 그곳에서의 첫날 밤에 내가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나려 할 때였다. 공포와 혼란이 뒤섞인 아내의 표정 때문에 난 정말 괴로웠다. 직원들은 나를 돕고자 했다. 한 간호사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은 아주 가까이에 사시는군요. 그럼, 여기 오셔서 부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드시지 그러세요??그래서 그날 밤, 여느 날 밤처럼 나는 아내와 함께 식당 한구석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내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사이사이에 나는 날씨나 뉴스, 교회 소식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아내는 전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전에는 한밤중이 되도록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서로가 하던 말을 대신 마무리해 줄 정도로 우린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단순한 대화조차도 나눌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이전의 제 아내가 그립습니다.?마치 내가 옆에 없는 듯 창 밖만 응시하는 아내의 모습을 차마 더는 바라볼 수가 없었다. ?여보, 우리 산보할까?? 내가 제안했다. 아내는 반응이 없었다. 나는 아내를 부축해서 출구로 데리고 갔다. 아내와 나는 서로 팔짱을 끼고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방을 하나하나 지나면서 보니, 이곳 사람들은 그저 라디오나 TV를 볼 때만 흥이 나는 것 같아 더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우리는 유난히 슬픈 표정을 하고 자기 방 앞에 나와 있는 휠체어 탄 여인과 마주쳤다. 아내는 가던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하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아내가 그 여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자신만의 그 우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여행할 때마다 아내에게 그렇게 많은 친구들을 얻게 해 주었던 그 미소를. 그 여인은 금세 얼굴을 활짝 피며 우리에게 답례했다. ?댁들도 안녕하세요???정말 멋졌어, 여보.? 나는 걸음을 계속하며 말했다. ?당신은 그 부인의 하루를 완전히 바꿔 놓은 거야.? 아내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꼭 쥐었다. 바로 그 한 번의 미소가 전환점이 되었다. 머지않아서 우리는 규칙적으로 가정 방문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거나 그들의 앨범을 보기도 하고, 그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 주기도 했다. 아내의 상태가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나도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종종 손을 잡고 복도를 걸으며 우리의 ?정기 코스?를 방문할 때면, 아내는 나를 돌아보며 자신만의 그 우아한 미소를 보내 준다. 그러면 나는 깨닫는다.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한 팀이라는 것을.
-가이드포스트 2003년 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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