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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좋은 시계 ,마음 찍은 사진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256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3:29:11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년이 지난 어느 무더운 봄날 아침, 누이들과 나는 마침내 아버지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우리는 우리 농장 한쪽에 있는 창고 같은 건물에 모였는데, 이 곳은 아버지가 일을 하거나 책을 읽기 위해 찾으셨던 아버지만의 은밀한 장소였다. 찌그러진 여행용 가방속에서 어머니는 낡은 회중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그 낡은 시계를 앞치마로 문질러 닦으면서 내 아들 데렉이 혹시 대학 졸업 선물로 그걸 갖고 싶어하지 않겠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잘 가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 시계가 데렉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일깨워 줄 거야." 시계를 내게 건네 주며 어머니가 말했다.

색이 바랜 시계뚜껑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면서, 나는 그 시계가 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소박함, 단순한, 믿음직스러움. 단지 엔진이 아직까지 잘 작동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가 구입했던 고물 자동차들에 대한 기억도 새삼스레 떠올랐다. 또 옥외 화장실도 기억났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실내에 연관공사(수돗물, 가스 등을 통하도록 관을 설치하는 공사. 여기서는 실내 화장실을 만드는 공사; 편집자 주),를 한지 훨씬 지난 후에도 나와 동생들은 손님들에게 화장실은 "뒷문으로 나가서 바깥에"있다고 설명해야 했다.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약간 기분이 상하신 아버지는 옥외 화장실이 잘 지어졌고 깨끗하니까 창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했었다. 나는 아버지가 당신의 은신처에다 수집해 놓은 물건들을 생각해 봤다. 가스 난로, 괜찮은 등잔, 안락 의자. 이 곳에서 아버지는 고장난 라디오나 손자의 장난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다 버린 물건들을 수리하곤 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중년 신사는 여동생에게 아버지가 자신의 가족들이 굶지 않도록 도와 준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 부모님이 식료품을 갖다 주던 토요일밤을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기다렸던가를 우리에게 얘기해 주었다. 겨울에는 아버지가 석탄과 나무도 갖다 주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어머니에게 했더니, 어머니는 오히려 우리에게 반문했다. "너희는 이 언덕받이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버지가 음식도 나눠 주고 추위를 이겨내도록 도와 주셨다는 걸 몰랐었다. 그저 우리집의 낡은 차나 옥외 화장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쓰느라 너무 바빴었다. 그 회중시계를 받고 나서, 데렉은 시계를 보석상 친구 허브에게 가져갔다. 허브는 2주 후에 그것을 수리하고 잘 닦아, 다시 가져와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계의 내부 부속과 겉 뚜껑을 따로 선택할 수가 있었다. 허브는 자기가 지금까지 고친 대부분의 시계들은 겉 뚜껑은 비싼 거였지만 그 내부 부속은 겉 뚜껑에 비해 훨씬 질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 시계야말로 아주 진귀한 물품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겉 뚜껑은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내부 부속은 최고로 좋은 것이었기에 말이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시계를 선택하셨을까요?" 허브가 물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우리 아버지시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시계와 같은 분이었다. 겉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속은 순금과 같은 그런 분이었다.

최고로 좋은 시계 , /가이드포스트 98. 5 중에서

마음 찍은 사진사

마음을 찍으면 그 사람의 소원을 보여주는 사진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찍어보면 돈이나, 감투, 박사학위 증 같은 것들이 찍혀 나왔습니다. 더러는 아름다운 여자나 남자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기도 했지요. 어린아이들은 재미있게도 인형이나 꽃, 아니면 장난감 로봇이나 먹음직스러운 딸기 아이스크림 등이 아주 선명히 찍혀 나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이 가게에 얼굴이 온화하고 당당한 몸짓의 노동자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그의 마음을 찍어보니 바다가 보이는 작은 창문이 나왔습니다. 의아해진 사진사가 물었습니다.“당신의 소원이란 고작 이 창문 하나란 말인가요?”그 사람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그렇습니다. 내 고향은 바닷가 마을이지요. 그 마을의 언덕 위에 우리 집이 있었는데, 우리 집의 창문에서 소년시절처럼 바다를 내려다보며 사는 것이 나의 소원이지요. 그 창을 지닌 채 죽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마음 찍은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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