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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사진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3130 추천수:21 112.168.96.71
2014-11-26 09:45:06
휴가 기간 동안 나는 멀리 사시는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대부분의 어머니와 아들이 그렇듯, 우리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 전 일들을 추억했다. 그러다가 벽장에서 옛날 사진들이 들어 있는 커다란 상자를 꺼내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 시절까지 자라온 과정을 보여 주는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카우보이와 인디안 복장을 한 모습, 초등학교 1학년 연극 발표회 때 솜 꼬리가 달린 토끼 분장을 한 모습,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 수도 없이 많았던 피아노 발표회...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마지막으로 대학 졸업식 때 찍은 사진들까지. 그 사진들 중에서 나는 뒷면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갓난아기 사진을 한 장 보았다. 사진에 찍힌 아기는 아주 평범했다. 통통한 볼, 머리카락이 채 다 나지 않은 머리,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바라보는 눈 등 여느 아기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진이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가지고 놀기라도 한 것처럼, 많이 구려지고 너덜너덜하게 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께 깨끗한 사진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망가진 사진을 보관하고 계시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그 사진을 중요하게 간직해 오신 것은, 아버지가 병을 앓으시는 동안 그 사진을 늘 옆에 붙여 두고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지 10개월 되었을 때 척추 신경 마비에 걸리셨고, 내 첫 번째 생일 잔치를 한 지 3개월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24세의 나이에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었고 근육이 너무나 약해져서 커다란 스테인레스 실린더 속에 들어가 사셨다. 아버지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50년대 사람들은 그 병을 마치 오늘날의 에이즈 정도로 무서워하며 심하게 꺼려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아버지는 어머니와 두 아들의 사진을 항상 보고 싶어 하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보실 수 있도록 쇠로 된 손잡이 사이에 사진을 끼워 두셨다. 그래서 그 사진이 그렇게 구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어린아이는 병실 출입이 금지되었으므로 나는 병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구겨진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나는 이상하고도 강렬한 어떤 느낌을 받았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 어쩌면 내가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사람을 상상하는 것이 아주 이상했다. 숨을 거두시기 전까지 아버지는, 어머니 옆에서 나와 형의 사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셨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종일 무엇을 하셨을까?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을까? 분명히 그러셨을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셨을까? 그건 확실하다. 그러나 전신이 마비된 사람이, 자기가 누워 있는 방에 들어올 수도 없었던 자기 자녀들에게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이후 나는 종종 그 구겨진 사진을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였던 낯선 사람, 지금의 내 아이보다 열 살이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 사람과 나를 연결해 주는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 내가 아는 바가 없는 사람,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매일, 온종일 나를 생각하고, 내게 헌신하며, 나를 사랑했던 사람. 어쩌면 어떤 신비로운 방법으로 그분은 다른 영역에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중에 우리는 시작과 동시에 끝나 버렸던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머니가 내게 구겨진 사진을 보여 주셨을 때 느꼈던 그 감정들이 대학 기숙사 방에서 내가 처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믿게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내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 이것은 나의 목숨을 바쳐도 될 만큼 굉장히 가치 있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새롭고도 강한 소망에 나는 깜짝 놀랐다.

-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앨리스 그레이 편저, 두란노 중에서 -


쏟아지는 축복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은 재물이 아닙니다.
커다란 집이 아닙니다. 건강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은 당장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천천히 소리없이 내리는 것이며
천사의 음악이며
흐르는 물소리처럼 맑은 하나님의 음성이며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며
뜨겁게 감싸고 있는 커다란 손이며
오늘도 기다려지는 은혜의 강물이며
행복한 일기장이며
향기 가득한 그분의 흔적 밟는 것이며
빈틈없이 그분으로 가득 채워진 마음을 말합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
금싸라기 같은 햇살이 자꾸 얼굴에 부어지는 것,
평화로움으로 날마다 해가 뜨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 쏟아지는 축복/최명희 지음, 요단출판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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