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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진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942 추천수:23 112.168.96.71
2014-11-26 09:52:35
최선의 진료
- Richard Litwin -

40년이 넘도록 의사로 일해 오는 동안,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을 돌봤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내가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내가 의사로 첫발을 내딛던 시기의 어느 날 밤에 만났던 여인이다. 그 부인은 어떻게 환자를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자세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스물다섯 살이던 1963년 봄, 나는 병동과 수술실이 산재한, 크고 번잡한 L.A 카운티 종합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줄곧 20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느라 정말 내 생에 그보다 더 피곤한 적은 없었을 만큼 녹초가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중년부인이 침대에 실려 들어왔고 응급실 입원절차에 따른 기본 검진을 받기 위해 내게 배정이 되었다. 나는 그녀를 대략적으로 검진했다. 쇠약한 얼굴과 무반응으로 보아 뇌졸중인 듯했다. 청진기로 폐의 소리를 들으니 폐렴임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잡음이 들렸다. 검사 결과 그녀는 심각한 빈혈 증세로, 병원에서 공급할 수 있는 한 대량의 수혈이 필요한 상태였다.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우선순위 선정법에 따라 의사들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부터 구해야 한다. ‘이 부인이 사망하는 건 시간문제야.’ 나는 생각했다. ‘내가 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돌봐야 할 새 환자들도 엄청나잖아?’ 나는 그 여인의 상태를 기록하고서 간호사실에 차트를 올려 두었다. 그리고서는 다른 인턴 두 명과 함께 병원 구내 식당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 날 새벽 이후로 우리가 처음 갖는 휴식 시간이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 중년부인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녀가 곧 죽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잘못 본 것은 없었나? 이런 의심들이 계속 뇌리를 맴돌았다. 결국 나는 기도하기로 했다. ‘주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한 것일까요?’ 나는 마지막 남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나중을 위해 남은 샌드위치 반을 싸가지고서 다시 병동으로 돌아왔다. 그 중년 부인의 차트를 들추어 각각의 증상이 어떠한지 세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두 장 가득 처방을 적었다. 폐렴 증세에 대해선 페니실린을, 심장엔 강심제를, 빈혈 증세를 바로 잡기 위해 혈액 4병을 수혈할 것을 처방했다. 아울러 빈혈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십이지장염에 대해선 마그네슘유제(위산억제지)에 관한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얼마 후 나는 집으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어기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오랜 친구인 데이브 보이스의 전화였다. “딕,” 친구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때문에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의사가 너라고 하더라, 어머니는 어떠셔?” 또다시 그 죽음의 문턱에 있던 부인이 생각났다. 내 친구의 어머니라고? 너무 지쳐 있던 터라 그녀의 이름조차 본 기억이 없었다. “데이브, 지금 바로 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살펴본 후 전화할게” 나는 보이스 여사가 병원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도 놀랐다. 뇌졸중 증세는 온데 간데 없었다. 반응이 없어 보이던 것은 빈혈 때문이었음이 분명했다. 내가 처방했던 페니실린과 강심제, 그리고 수혈은 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보이스 여사는 완전히 회복이 되어 퇴원했다. 내가 책에서 읽은 모든 것보다 의과 대학 시절 교수님들에게 배웠던 것보다 바로 그 사건이 내게 의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의학적으로는 물론이요 영적으로도 말이다. 환자라면 누구나 최고의 진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가 누구이든지 간에, 그의 상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말이다. 때로는 그 환자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로 판명이 날 수도 있기에

- 가이드 포스트 2004.7월호 중에서 -


아름다운 배경

공원에는 솜씨가 빼어난 석공이 만든 키가 늘씬하고 우아한 탑이 서 있었습니다. 탑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해묵은 고목 한 그루가 있었는데, 잎새도 꽃도 모두 시원찮아 보였습니다. 탑은 봄이 올 때마다 꼬박꼬박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고목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자네가 피운 꽃을 누가 봐준다고 사서고생을 하는가? 이제 그만 쉬게." 그러나 탑이 뭐라고 하든 고목은 빙긋 웃기만 했습니다. 탑은 그런 고목이 더욱 못마땅해 한 마디 했습니다. "이봐, 똑똑히 알아두라고! 공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러 오는거야." 하루는 사람들이 공원에 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니다. 탑은 자신을 그리는 사람들의 스케치북을 쳐다보면서 어깨를 으시댓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탑 뒤로 고목도 그려 넣는 것이었습니다. 탑은 입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아니, 저 못생긴 고목은 왜 그리는거지?" 그때 고목이 말했습니다. "이보게, 자네도 멋있지만, 내가 잎과 꽃을 피우면 자넨 더 훌륭해 보인다네. 내가 항상 자네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지 않는가?"

-낮은 울타리 2004년 6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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