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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것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78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4:00:44
“ 아내의 알츠하이머 병은 나의 가장 힘든 시련이었으며 동시에 최고의 스승이었다. ”

1937년 무렵 나는 의학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독일에 갔고, 그곳에서 사랑스럽고 발랄한 아가씨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우리는 한 해 전 그녀가 미국 버몬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만났었다. 나는 곧 청혼을 했고 마리아는 이를 받아들였다.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전, 예식을 진행할 독일인 관리는 마리아를 따로 불러내어 미국인과 결혼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충고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와 결혼식을 올렸고 독일시민권을 잃게 되었다. 마리아는 그저 웃음을 지으면서,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폴란드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총성이 터졌을 때 우리는 미국으로 옮겨 왔다. 마리아로서는 가족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일이었다. 1944년 나는 의학공부를 마치고 마취의로 군 복무를 하게 되었다. 그 무렵 우리의 여섯 자녀들 중 첫째, 둘째인 엘렌과 바바라가 태어났다. 마리아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기 일을 포기했다.?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7)?결혼식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을 우리 부부의 예식에서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마리아는 언제나 그 구절을 좋아했다.

아내는 그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결혼 생활을 일구어 내기 위해 자신이 치룬 희생을 마땅히 감내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어려운 순간에 부딪힐 때마다 마리아는 그 문제를 놓고 기도함으로써 해결하려 했다. 그렇게 기도를 할 때면 아내는 종종 그 말씀을 되새기곤 했다. 1980년대가 되자 마리아는 집 주변의 일들에 관해 점차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결혼 50주년인 1988년이었다. 난 아내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자고 설득했고, 그 결과 그녀는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의사였기에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비참한 정신적 파괴를 익히 보아 온 터였다. 난 내가 받은 의학적 훈련 덕분에 아내의 질병을 좀더 쉽게 다룰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때는 활기차고 유능했던 여인. 그녀 없이는 내 인생의 단 한 가지 꿈도 이룰 수 없었기에, 아내가 그렇게 무너져 내리자 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련들을 이겨 낼 수 있게 도와주었던 성경구절들을 다시 찾아서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마리아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내 사랑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을까? 아내에 대한 수많은 추억들, 아내가 했던 일들을 되새기다가 문득 그 대답이 떠올랐다. 나는 펜을 쥐고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50년의 결혼 생활 동안 여섯 명의 자녀를 길렀다는 것은 곧 5만 번 요리를 하고 상을 차렸음을, 92만 개의 접시를 설거지했음을, 그리고 23만 개의 기저귀를 갈았음을 의미했다. 나는 숫자들을 연이어 써 내려가면서, 마리아가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불평 없이 기쁘게 헌신한 모든 일들을 적어 보았다. 물론 어림잡아 계산한 것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마리아가 우리를 위해 희생한 것을 제가 다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녀가 아픈 지금, 제가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그날부터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매 순간 마리아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작은 일에서부터 배워 나갔다. 이불호청을 빨고,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아 가만히 누워 있는 날에는 요에 흘린 것을 닦아 주기도 했다. 그것은 내 감사 기도를 실천한다는 의미였다. 마리아가 내게 이미 해 준 것들을 의식적으로 보답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나는 이제야 그 말씀이 결코 단순히 감상적인 문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다른 사람과 함께 삶을 나눈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진정으로 일깨워 주는 말씀이었다. 지금 마리아는 완전한 문장을 말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도 할 수 있는 말, 내게 하는 말이 한 가지 있다. 그녀는 내 손을 힘주어 꼭 잡으면서?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곤 한다.

그 세 마디의 말속에서 나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말한 것 외에 또 다른 사랑의 증거를 본다. 그것은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로 끝나는 부분에 이어질 또 하나의 문장이다. 그리고 이 말은 모든 것 중에 가장 진실한 것이라 믿는다.?사랑은 끝이 없다.?


가장 위대한 것/by Wallace A. Reed, M.D., Phoenix, Arizona
-가이드 포스트 2002년 5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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