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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라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940 추천수:24 112.168.96.71
2014-11-25 16:23:47
미국 ABC방송국 앵커 피티 제닝스의 성공비결은 아버지로 부터 들은 한마디 말이였다. 부모님의 집은 기사에 오르내릴 만한 흥미로운 사람들로 가득 차곤 했다. 아버지 찰스 제닝스는 방송인이자 캐나다 라디오의 개척자였다. 아버지는 외무장관에서 동네 식료품 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을 알고 지냈고, 종종 그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무엇보다도 듣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얘깃거리를 갖고 있단다. 그걸 듣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지.? 지금까지도 나는 거리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나는 열일곱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1964년에 뉴욕 ABC 방송국의 뉴스 기자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기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경청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명백해 보이는 것 너머로 사람들이 하는 말의 핵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1960년대 말에 나는 해외 특파원이 되어 전 세계를 다니며 일했다. 하지만 내 눈을 열어 준 것은 언제나 보통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가끔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였다. 1983년 나는 ?월드 뉴스 투나잇?의 앵커가 되었다. 어느 날 신참 기자가 와서는 방금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여성과 했던 인터뷰에 대해 말했다. ?그 사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죠.

그녀의 말이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해 주셨습니다.?였어요.?그래서 그 기자는 ?네, 그런데 정말로 당신을 구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라고 이어서 물었다고 했다. 우리의 신참 기자는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것은 생존 여성의 관점과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그 사람은 추락 속에서 자신을 살아남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말한 거라네. 자네가 정답을 듣고도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놓쳐 버린 거지.? 나는 그 기자에게 말해 주었다.

언론인은 이야기의 여러 가지 측면을 공정하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의 말이 비록 30초 짜리 방송용 멘트에 맞아떨어지지 않을지라도 경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말을 듣기 위해 다음 날까지도 기다려야 함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되, 그들이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으리라 추정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한편으로는 다양해짐에 따라,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훌륭한 기자가 되는 데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님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의 소리를 듣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경청하라/Peter Jennings
-가이드 포스트 2002.6 중에서-


정욱이 한글 선생님이 방문 하시던 날이었어요. 달리 대접할 것이 없어 과일을 접시에 담아서 드렸죠. 선생님 가신 후 접시에 남아 있던 바나나를 정욱이가 먹더라구요. 마지막 부분을 일부러 조금 잘라 놓았었는데 그것까지 먹으려고 하기에 저도 모르게 "먹지마. 그건 꼬다리야." 했어요. 표준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에요. 그때 정욱이 눈이 똥그래지면서 꼬다리가 뭐냐고 묻는 거예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응, 그건 바나나 끝 부분인데 먹으면 엉덩이에서 꼬다리가 생기거든. 그게 자꾸 자라면 원숭이 엉덩이 꼬리처럼 길어져.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을 때 꼬다리 까지 먹어서 꼬리가 길어진거야." 대답하면서도 작문 실력에 스스로 감탄까지 했다니까요. 그런데 정욱이는 너무나 걱정을 하는거예요. 그래서 꼬다리를 먹었어도 엄마 말씀을 잘 들으면 없어 진다고 위로 반 협박 반 둘러댔어요. 그쯤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꼬다리의 약발은 상상을 초월했어요.

그토록 뺀질거리던 아이가 "꼬다리는 어쩔려고 그러니!" 한마디면 둘도 없는 순한 양이 되는 거예요.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정욱이의 기도는 식사 감사 기도와 전혀 무관한 기도였어요. "하나님! 오늘 바나나 씨처럼 생긴 꼬다리를 먹었어요. 그게 엉덩이에서 자라지 않게 해 주시구요, 혹시 내가 울면서 토하면 입 밖으로 꼬다리가 튀어 나오게 해 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렸습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지만 정욱이의 신실함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한참이 지났을 때 주방에 있는데 조금은 안심이 되는 표정으로 옆에 오더니 "엄마! 내가 엉덩이를 문질러봤는데 꼬다리는 없구 냄새만 나던데?"하더군요. 다른 사람눈치 채지 못하게 구석에서 엉덩이를 문질렀을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재밌는거 있죠! 자기 전 기도도 어김없이 꼬다리에 관한 기도 더군요. 다음날 아침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내뱉은 정욱이의 첫마디도 역시"엄마! 내 꼬다리는??" 였죠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엄마는 꼬다리의 약발을 놓지 못하고 있고 아들은 꼬다리의 공포를 기도로 이겨내고 있답니다. 이쯤에서 끝내야 할텐데 그 약발이 어찌나 강력하던지...


정욱이와 꼬다리 /정계연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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