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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의 동이 터온다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080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0:42:36
아버지 쪽 친지들은 그리 가깝게 지내진 않았다. 서로가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가족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기본적인 예식들에나 가끔씩 참석하는 정도였다. 심지어 우리는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결혼을 하고 직접 아이들을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모든 상황들이 바뀌었다. 내 아내, 낸시는 독실한 신앙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랐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 걸까?” “나는 무얼 믿고 있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동이 트기 전 몇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배의 뒷 갑판에 앉아서 달빛이 비치는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님, 당신이 정말 존재하신다면, 제가 당신을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는 깜박 잠이 들었다. 수평선 건너편에서 뻗어 오는 찬란한 일출에 나는 잠이 깼다. 온 하늘에 퍼지던 그 빛깔! 그 순간, 난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당신이 실제로 존재하며, 성경이 진리임을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을.

그 후에 내게 일어난 놀라운 일들은 세세히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회 수련회를 열면서 누리는 즐거움, 주일 아침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의 기쁨! 나는 이런 것들을 통해 신앙이 가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나 자신이 영적인 고아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선조들은 무엇을 믿었을까? 그들도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너무 이상하게도,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이 상영된 일이 내가 품었던 의문들에 대해 일종의 답을 제공했다.

그 영화가 개봉과 함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중에 한 지역 잡지기자가 내게 전화를 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할머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타이타닉호의 침몰 당시 살아 남은 생존자이십니다.” 그 정도는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나의 할머니, 바로 아버지의 어머니가 그 비운의 대양 유람선에 타고 있었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들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1974년에 돌아가셨고, 그때까지 그 일에 대해 할머니와 내가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도와 드릴 게 없군요. 전 할머니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나는 기자에게 말했다. 음, 당신이 흥미를 느낄 만한 중요한 자료가 있어요.” 놀랍게도 기자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직후에 할머니가 1인칭으로 쓴 글의 복사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할머니의 친구를 통해 그 자료를 추적해 냈던 것이다. 그날 오후, 기자는 “R.M.S. 타이타닉호 침몰에 대한 나의 경험”이라는 원본의 복사본을 내게 주었다. 할머니가 자필로 쓴 글의 처음 몇 단락을 훑어보는데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열여섯 살 소녀의 생생한 증언이었다. 할머니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아주 강한 본능을 갖고 있다.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한다. 난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약간의 오한을 느끼며 침대에 똑바로 앉았다. 옆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사람들의 깊은 숨소리와 배의 둥근 창을 찰싹찰싹 때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나는 삼 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배가 격렬하게 뒤뚱거리더니 엔진이 멈췄다.’ 나의 할머니, 로라 크립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삼등석에 올라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영국에 살고 있던 미국인이었고, 할머니의 아버지는 한 부유한 철도 사업가의 아들을 돌보는 집사로, 신사 중의 신사였다.

짐작컨대, 할머니는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지내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던 길이었다. 할머니는 역사상 가장 큰 배의 처녀 항해길에 오르는 표를 사면서 매우 흥분했을 것이다. 삼등석에는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과 떨어져 잠을 자고 있었다. 배가 갑자기 기울다가 멈췄을 때, 어린 로라는 아버지를 찾아야만 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가 재빨리 옷을 입고, 큰 통로로 급히 달려갔다. 곧 사람들이 그곳에 가득 찼다. 모두들 하나같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나는 큰 통로에서 몇 분 동안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난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통로 끝으로 가서 동승객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아버지는 내게로 돌아와, 사고가 났기 때문에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아마도 우리가 구명보트를 타고 삼십 분 정도 가야 될 거라고 말했다.’ 이런 순진한 설명들이 내게 감동을 주었다.

새날의 동이 터온다/By Eric Buzzell
-다음주 계속- (가이드포스트99년 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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