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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있다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918 추천수:20 112.168.96.71
2014-11-26 09:48:43
천 명이 넘는 통근 승객을 실은 최신형 열차 브로커호가 뉴욕시를 출발해 뉴저어지주의 우드브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임시 구각교로 접근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새로 만들어진 이 다리 위로는 이 열차에 앞서 이미 여섯 대의 열차가 아무일 없이 통과한 일이 있었으므로 꿈에라도 사고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이 번쩍하는 순간 벽력같은 소리가 나면서 열차는 궤도에서 벗어나 25피이트 높이의 낭떨어지 밑으로 굴러 떨러진 것이었다. 1951년 2월 6일에 일어난 이 재난은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큰 열차 사고로 기록되었다. 85명이 사망했고 5백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참화였다. 이 사고로 봅 스타우드는 큰 부상을 입었다. 밀드레드 스타우드는 이제 곧 퇴근해 올 남편 봅 스타우드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긴급 뉴스를 전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승객들은 아비규환의 수라장 속에서...... 사고 현장으로는 앰브런스들이 달음질치고 있으며......알려진 희생자의 이름은......” 브로커호라구! 우리 봅도 바로 그 차에 타고 있을 텐데......

밀드레드 스타우드 부인은 까무러칠 듯 놀라 일손을 멈추고 희생자의 명단을 부르고 있는 라디오 소리에 귀를 모았다. 같은 시각, 근처 레드 뱅크 마을의 제 1 감리교회 목사 스퀘어씨도 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다. 그는 자기 교회 신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열차로 통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놀라운 사고 소식에 얼굴이 다 창백해진 목사의 부인이 옆에서 방송되고 있는 신도들의 이름을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 얼마 후 방송이 끝났을 때 목사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우선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들의 집을 방문하여 위로해 주기 위해서였다. 스퀘어 목사가 스타우드의 집으로 들어서 보니 밀드레드 부인은 어린이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목사는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려 밀드레드 부인을 위로하고 나서 그 가족을 위하여 잠시 기도를 올려주고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봅과 밀드레드는 교회 찬양대원이었다. 밀드레드 부인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사고 현장으로 갔다. 사고 현장은 횃불로 대낮처럼 밝았으며 도저히 남편의 소식을 알 수 없어 경찰서로 갔다. 임시로 설치된 경찰서 확성기가 계속 새로운 희생자의 명단을 알리고 있었다.

밤 열 두시 반, 드디어 밀드레드 부인은 확성기로 남편의 이름이 불려지는 것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섰다. “로버트 스타우드 중상 암보이 제네럴 병원에 입원 중” 밀드레드 부인은 쏜살같이 경찰서를 뛰쳐나와 병원을 향했다. 마침내 밀드레드가 남편의 병실을 찾아 들어갔을 때 봅은 붕대로 머리를 칭칭 동여맨 채로 침대에 누워 의식이 없었다. 침대에 달려 있는 임시 진단서에는 ‘두개골 파상 가능성’이라고 적혀 있었고 ‘10시에 최후 의식’이라고 부기되어 있었다. 이튿날에도 봅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자극 실험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밀드레드 부인은 눈물에 젖은 얼굴로 시체나 다름없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소식을 들은 스퀘어 목사가 병원으로 달려와 봅을 위하여 기도를 올려주고 돌아갔다. 수요일이 지나 목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봅의 혼수상태는 조금도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들은 모두 절망적이었지만 부인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였다. 스퀘어 목사는 11시 예배 시간이 되어 교회 강단 위로 올라섰다. 이곳 저곳에서 며칠 전의 열차사고를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스퀘어 목사는 잠시 병원 침대에 누워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는 봅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단을 내려와 회중 앞에 섰다. “지금 시각은 11시 15분 여러분이 사랑하는 우리의 교우 봅 스타우드는 지금 이 시각 중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을 합하여 기도하면 절망의 상태에서 빠져 나올 것입니다.” 스퀘어 목사와 교인들은 간절히 기도하였다. “주여 봅의 이마 위에 자비의 손을 얹으시고 병을 고쳐주옵소서.....” 기도가 끝난 뒤 목사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단으로 올라가서 예배를 진행하였다. 기도가 끝난 뒤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겨우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이 모두 돌아간 뒤 목사는 사택의 서재에 들어가 쉬고 있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목사님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맥박과 호흡이 완전히 끊어져있던 봅이 별안간 눈을 뜬 거에요” 꼭 5일만의 일이었다. 목사는 축하의 말도 잊은 채 밀드레드 부인에게 황급히 물엇다. “환자가 처음 눈을 뜬 시간을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기억할 수 있어요. 11시 20분이었어요” 스퀘어 목사는 아무말없이 수화기를 내려 놓고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노란 손수건/샘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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