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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9414 추천수:27 112.168.96.71
2014-11-26 10:35:17
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 석희경 -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앞에서만 유독 부끄러움을 타는 외손녀 희경이에요. 말로 하지 못한 얘기들, 마음 속에만 담아 두었던 얘기들을 풀어놓고 싶어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예뻐요. 할머니께서 손수 심으신 과꽃 소식이 궁금합니다. 함박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던 소담스러운 꽃봉오리들을 올해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아버지 앞에서 수줍음을 타게 된 이유를 아세요? 아마 제가 유치원생이었을 적 일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전도해야겠는데, 영악한 어린 머리로 생각을 해 보니 할아버지만 전도하면 큰 외삼촌, 작은 외삼촌부터 줄줄이 딸려올 것 같지 않겠어요? 조심스레 “할부진 왜 교회 안 다녀요?” 로 운을 떼는데, 오히려 제가 당해 버렸달 까요(웃음)? 주기도문, 사도신경부터 시작해서 성경 구절을 줄줄이 읊으시는 할아버지 앞에서 저는 까만 눈동자만 또록 또록 굴리며 멀뚱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왠지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으면서 말예요. 지난 겨울에는 혼자서 금식기도원에 가보지 않았겠어요? 2박 3일을 금식하면서 “우리 할아버지 안 아프시게 해주세요. 못된 암 병은 물리쳐주시고 예수님 믿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답니다. 집에 돌아가던 날, 왠지 할아버지 댁에 들리지 않고는 못 가겠더라고요.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간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어찌나 반갑던지! 금식 후라 음식을 조심해야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새로 구운 생선 내와라, 왜 들기름을 요것밖에 안치냐 하시면서 할머니께 호통 치시는 바람에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 먹어 치워야했지요(결국 소화가 안 돼서 끙끙 거려야 했답니다!). 아홉 끼를 굶은 후의 쌀 죽 한 그릇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집에 갈 시간은 다 와가고 전도는 해야겠는데 요놈의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 거예요. 결국 제가 읽으려고 집에서 가져온 기독교 서적 두 권만 거듭 사양하시는 것을 억지로 안겨드리고 도망치듯이 왔잖아요. 그러면서 제 마음이 전해지기를 기도했답니다. 그 다음 날, 교회에 가서는 십일조를 드렸어요.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모올래 꼬옥 쥐어주신, 꼬깃꼬깃 손때 묻은 돈. 저는 그 이상으로 값진 돈을 만져 본 적이 없답니다. 지난 제사 때 시골 내려가서는 거동조차 힘들어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의 병든 몸도 슬펐지만 저는 어쩐지 할아버지의 영혼이 가엽게 느껴졌습니다. “얘야, 성경말씀이 참말로 좋더라. 예수님 하신 말씀이 다 좋은데, 이 할아버지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아서... 너는 다 믿어지더냐?”“믿음으로 믿어지는 거예요, 할아버지.” 믿음으로 믿어지는 거예요. 제가 기도할게요. 할아버지의 늙은 등이 왠지 서럽게 느껴지어 손이라도 한 번 꼬옥 잡아드리고 싶었는데... 소심한 손녀딸은 괜스레 할아버지 누우신 이불 맡을 서성거리기만 했답니다. 할아버지, 이번 주 일요일에 생신이 시잖아요. 생신 축하드리고요,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건강 하셔야해요! 그리고, 다음 번엔 저랑 같이 손잡고 교회 가실 거죠?!! 꼭이에요!! /부끄럼쟁이 손녀, 희경 올림.



사랑하는 엄마께
- 진두리 -

엄마 저 두리에요. 참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막상 이렇게 쓰려니까 잘 써지지가 않네요. 요즘 들어 엄마의 나이를 느끼게 되네요. 항상 기운차게 사실 것 같고 안 아프실 것 같은 엄마도...나이가 들으셨다는 것을 요즘 들어 정말 깨닫게 되네요. 아까 전화로 엄마랑 통화했을 때에 많이 아프신 것 같았는데....걱정되네요. 어제 저녁에도 많이 안 좋아 보이셨는데. 생각해보니 아픈 엄마 옆에서 철없이 TV나 보았던 제가 참 바보 같아요. 축구경기에 열중 해 있느라 엄마가 얼마나 피곤하신지, 미처 배려 못 해드려서 죄송해요. "엄마 많이 아프세요?" 이 말만했더라도 엄마는 덜 섭섭하셨을 텐데....그래도 애써 섭섭한 것 다 참으시고 엄마는 아프다는 말도 안 하시네요. 그런 엄마를 볼 때마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철없는 말하고, 철없는 행동하고..엄마의 자랑스런 딸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가끔 이렇게 반성하면서도, 또 엄마를 화나게 하고 섭섭하게 하고.... 차마 제 앞에선 못 울으시고 속으로 많이 우셨을 테죠. 감히 제가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고는 말못하겠어요. 저도 제가 엄마를 잘 이해하는지 자신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엄마의 심정을 알려고 노력해 보지도 않고, 항상 엄만 날 이해 못한다면서 짜증냈던 거 죄송해요. 엄만 절 이해하려 노력하셨을 텐데....엄마가 절 이해 못한다고 짜증냈지만, 저 또한 엄말 알려고 하지 않았어요. 항상 바라는 건 많았지만, 그 만큼 엄마께 해드린 건 없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늘 웃으려고 노력하시면서 저와 언니만을 보시네요. 엄마는 저를 꾸짖으시면 서도 속으로는 항상 언니와 저 걱정 뿐이신 데....항상 인상쓰고 그랬던 거 정말 죄송해요. 또 엄마가 언니와 제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실 텐데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죄송해요. 엄마가 바라시는 건 줄 알면서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언니에게 너무 상처를 많이 주지 않았나 싶지만,,.이미 뱉어버린 말이네요.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는. 이런 결점 투성이 인 저를,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마의 모든 걸 희생해 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엄마 딸이듯이 엄마도 영원한 저의 엄마이세요. 엄마,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2005년6월4일토요일 곧 집에오실 엄마를 기다리는 두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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