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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밭에 계시던 주님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399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0:28:22
저는 선대(先代)로부터 내려오던 과수원을 일구며 고향을 지키고 사는 늙은이입니다. 자식 농사를 그런 대로 지어서세 아들, 두 딸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각기 짝을 맞추어 준 뒤에 멀찍이서 지켜보는 재미로 낙을 삼고 지내지요.그러나 날이 갈수록 과수원 일은 고되기만 하고 채산이 맞지 않아서 어느 해는 비료값도 못 뽑을 때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회지로 빠져나가서 일꾼을 구하기도 어렵고 두 늙은이가 과수원 일을 하자니 이제는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마을의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여서 방학 때나 명절 때가 아니면 젊은 사람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 요즘 시골입니다.

저는 선대부터 신앙을 전수 받아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저 생긴 대로 살기는 했지만 전도를 열심히 한 일도 없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도 없었는데, 교회에 젊은 목사님이 오시고부터 전도를 해야만 이 다음에 하늘나라에 가서 주님을 웃는 얼굴로 뵈올 수가 있다며, 계속해서 전도를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늙은 나이에 어디에 가서 전도를 하며 어떻게 해야만 전도가 되는 것인지를 몰라서 퍽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5년 전 가을이던가요. 사과가 한참 잘 익어서 머지않아 출하를 할 무렵인데, 잘 익은 사과가 자꾸만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고민하다가 어느 날 밤에 과수원을 지키기로 하고 숨어서 지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이 되니 누구인가 살금살금 울타리를 넘어와 사과를 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앞 뒤 따질 것 없이 불쑥 나타나 사과도둑을 붙잡았습니다. 사과도둑은 기절할 듯이 놀라며 달아나려 했지만, 벼르고 별러 있는 힘을 다하여 깍지를 낀 내 팔을 이길 수가 없었던지 달아나는 것을 포기한 듯 했습니다.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어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 끝머리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는 집의 아들이었습니다. 형제들이 많아서 부모가 늘 허둥거리며 사는 집인데, 내가 놀란 것은 그가 어려운 형편에서 서울에서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세상에 너는 아무개네 큰아들이 아니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 아니냐?" 그는 덜덜 떨면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내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가 떠올랐습니다. 인간을 용서하신 예수, 지금도 용서하고 계신 주님,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신 하나님의 생각이 났습니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리이까.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할지니라.』 그래서 붙잡고 있던 팔 힘을 늦추고 목소리를 낮추었습니다. "아무개야, 이렇게 밤에 사과를 따다가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찔리면 다치기가 쉽다. 그러지 말고 사과를 따려면 낮에 와서 따거라. 빈말이 아니니 내일 낮에 오너라. 자, 여기 사과 한 자루가 있으니 형제들하고 나누어 먹든가, 차비라도 마련하려 했거든 내다가 팔아서 용돈으로 쓰도록 해라."

나는 선선히 사과 한 자루를 등에 매어 주었지요. 한사코 마다하는 것을 달래어 보냈습니다. 가면서 내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젊은이의 손등이 눈물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를 돌려보낸 뒷자리에서 나는 사과밭 가운데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님이 승리하셨습니다! 주님이 승리하셨습니다!" 그 사건은 본래의 제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매년, 그 집에 사과를 몇 자루씩 보내었습니다. 5년째 되던 해 어느 날 주일, 바로 그 대학생의 아버지 되는 분이 아들과 함께 교회로 인사를 왔습니다. 내 손을 잡은 그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들 하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신 은인이십니다." "아니지요. 그 아들을 새로 태어나게 하신 분은 예수님이시지요."
그 당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학생의 아버지는 다음 주일부터 온 식구를 이끌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습니다. ♣

사과 밭에 계시던 주님/C교회 장로
주부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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