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믿음에 의지하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808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0:48:50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다시 펜실베니아로 이사해 오자 아버지는 토요일 아침마다 우리집에 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건 꼭 아버지는 아침 10시에 나타났다. 그렇게 오셔서는 가끔 내가 볼 일을 보러 가는데 동행하시거나 어떤 때는 부엌에 함께 앉아 있기도 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목사로 시무하시다 은퇴한 아버지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음미하는 것을 좋아했고 난 마음 한 구석에 ‘이런 건 적어 놔야 하는데.’ 하고 곧잘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여유를 갖지 못했다.

1996년 봄에 아버지는 플로리다에 가셨다가 얼굴이 창백하고 아주 기력이 약해진 채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나와 대화를 나눌 힘조차 내기가 어려웠다. 나는 아버지께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보라고 설득했다. 의사들은 아버지의 병이 불치의 혈액병이라고 말해 주었다. 한 달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아버지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매주 토요일을 아버지와 함께 보내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웠다. 나는 아버지가 여전히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이끌어 주셨으면 하고 원했던 것이다.

직장에서 내가 과중한 새 직책을 맡았을 때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과연 내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아버지라면 그애들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실까? 아버지의 대답을 들을 수만 있다면……. 1월,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생활에 우리가 막 적응하기 시작한 그때, 어머니가 집으로 전화를 하셔서는 흐느끼셨다. 데비 누나가 쓰러져서 급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누나의 위와 간에서 파열된 악성 종양을 발견했다. 그것은 수년 전에 누나가 이겨냈다고 우리가 생각했던 바로 그 암이 재발한 것이었다. 의사들은 누나가 그날 밤을 넘길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진정한 투사인 데비 누나는 투병에 온 힘을 기울였다. 누나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우리 전 가족은 계속해서 기도했다. 종종 나는 데비 누나가 자신의 낡아빠진 성경책을 읽는 것을 보았다. 그 성경책은 수십 년 전 누나가 음악 학교에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날 때 아버지가 주신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친히 오셔서 누나를 위로하고 누나에게 필요한 말씀들을 해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데비 누나에게 목표를 제시해 줄 수 있다면, 누나가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거야.’ 나는 생각했다.

“이걸 누나 달력에다 표시해 놔. 부활절까진 어떻게 해서든지 버텨야 해.” 모든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누나는 해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 아들이 2학년 마치는 걸 누나가 보고 싶어한다는 거 알고 있어.” 나는 누나를 격려했다. 종업식이 있던 날, 누나는 아들이 공부 잘한 것을 칭찬해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 해 여름, 나는 누나에게 저지 해변에서 가질 우리 가족 모임에 누나가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게 했다. 정말로 누나는 해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작년에 이루어낸 모든 것을 축하하려고 가족들을 위한 트로피를 준비했다.

어머니에게는 간호상을 드리기로 했는데, 그것은 어머니께서 데비 누나 곁에서 수개 월을 보내며 간호하셨기 때문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병에 대한 의학적 실마리를 찾아내느라 애썼던 매형에게는 연구상을 주기로 했다. 조카에겐 강인한 남자상을, 그리고 누나에겐 최고 챔피언상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 시상식이 거행되기도 전에 누나는 발작을 일으켰고 나는 누나를 다시 병원에 데려다 주어야 했다. 암은 누나의 뇌에까지 퍼져 있었다.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기 2주 전, 9월에 누나는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 후, 매형과 나는 누나의 소지품들을 살펴보았다.“자 받게나. 자네 누나는 처남이 이걸 갖기 원할 걸세.” 매형은 누나의 낡은 성경책을 내게 건넸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빨간 줄이 쳐진 수많은 구절들을 보았다. 그리고 앞 표지 안쪽에 끼워져 있는 쪽지를 발견했다.“사랑하는 뎁, 이건 내 성경책이란다… 지난 7년 동안 나는 이 성경에 빨간 색으로 표시를 해 놓았지…분명, 네가 살아 가는 동안 어떤 일에 대해서 내가 뭐라 말할까 하고 궁금해질 때가 있을 게다.

빨간 표시들은 내가 그 중에서도 특히 진리이고 유익하다고 느꼈던 구절들이란다. 그 구절들을 네 인생의 지침으로 삼거라. 사랑을 전하며. 아버지가.” 바로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적어 두고 싶었던, 아버지가 가진 모든 삶의 지혜를, 아버지께선 이미 데비 누나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그것에 의지하도록 해 놓으셨던 것이다. 그후 몇 달 동안 나는 일을 마치면 매일 낡은 성경책을 펴고, 새로운 여섯 권의 성경책에 있는 똑같은 구절들에 밑줄을 그었다. 아버지의 대답은 빨간 색으로 칠해졌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내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또 다른 구절들에다 계속 초록색으로 칠을 했다.

그 해 크리스마스에 나는 그 새 성경책들을 우리 형제들과 아이들, 아내 그리고 조카에게 주었다. 아버지의 가족들에게 말이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바로 손만 펼치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있는 곳에 성경 말씀을 두고 살아갈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지침으로 삼아 왔던 그 복된 말씀에 의지하면서 말이다.

믿음에 의지하여
-가이드 포스트 2000년 5월 호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