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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부모님을 위한 기도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374 추천수:19 112.168.96.71
2014-11-25 10:13:53
시어머니께서 오월이 가기 전에 친정 어머니를 뵙고 오신 다며 고향에 내려 가셨다. 시어머니는 일흔 둘이고 시외 할머니는 아흔 둘이시다. 몇 년 전만해도 할머니와 어머니는 모녀간이라기 보다는 자매처럼 보였다. 그 만큼 할머니는 정정하고 총명 하셨는데 한 번 골절상을 입은 후로는 자리에 누워서 일어나지를 못하신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사의 양이 줄어 들고 잠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져 이제는 겨우 몇 숟갈에 묽은 죽만 드실 뿐이다. 스스로 용변을 보지 못하시면 서도 기저귀를 자주뜯어내는 건 삶 전체를 환갑이 넘은 아들 내외에게 맡기는 것이 괴로우신 까닭이리다.

지난 추석에 우리 가족이 가 뵈었을때, '그래 와주어서 고맙다. 예수 잘 믿고 불쌍한 사람들 많이 도와주거라.' 하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지만 한사코 눈을 뜨지 않으셨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빛의 통로를 스스로 닫아거신 듯 그렇게도 아끼던 외손자와 증손들을 바라보지 못하셨다. 최근 들어 혼자 나들이하는 것을 꺼리던 시어머니께서 할머니를 뵙겠다고 결정한 것은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고 여기셨기 때문이다. 누워계신 뒤로 교회에도 못 가시고 말씀이나 찬송도 못 들으시는 할머니를 위해 하룻밤이라도 옆에서 기도하며 찬송가를 불러드리고 싶어 하셨다.

외삼촌들이 할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그 수고에 대해서는 고맙기 이를 데 없고 큰 동생 부부에게 늘 미안하다고 하신다. 고통스럽게 신음을 하시는데 옆에서 찬송을 불러 드리니까 신음 소리도 없이 편안해 하셨다고 한다.. 말씀을 읽어 드리면 '아멘' 하고 반응을 하셨다니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버거운 영적 전쟁에 시달리셨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다. 얼마 전 신앙이 없는 친구가 임종이 가까운 할머니께 들려드릴 성경 말씀을 알려 달라고 하기에 시편의 말씀들을 골라 읽어 드리라고 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는 신앙이 있던 분인데,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주 '아버지 하나님'을 부르며 '아버지에게 돌아간다' 고 하셨다. 그런 할머니께 친구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 드린 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아기로 태어나 부모의 도움으로 자라나서 아기를 낳고 기르며 나이를 먹어 가는 인생, 종국에는 아기처럼 온몸을 후손에게 내맡기고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은 모든 것 세상에 두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까지 창조주께 반납해야만 천국 문에 들어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아무도 미리 가보지 않은 세계이지만 약속을 받은 자녀에게는 기다리던 '아버지 집' 이기에 두려움을 떨치고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 비록 무의식 상태에 잇는 분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앞둔 분에게는 믿음의 약속이 중요하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잊게 하려는 악의 세력들은 끊임없이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를 훼방하기에 주변에 있는 믿음의 친구와 후손들은 많은 중보의 기도를 드려 주어야 한다. 원래 사람들은 내리 사랑의 법칙을 굳게 믿는다. 자연히 자녀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고 부모님께 대한 사랑은 소홀해 지기 쉬우며 쉽게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부모님의 조부모님을 생각해 보자. 자녀 손을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시다 연약할 대로 연약해져서 끝내 이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그 분들. 나는 오늘도 그 분들에 의해 물려받은 생명의 힘으로 값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내 모든 것을 남의 손에 맡기고 홀로 그 나라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이다. 창조주요, 심판자이신 그 분 앞에서 떨지 않을 자가 과연 누구랴.

우리의 죄와 허물을 끝없이 참소 하는 자들이 있다해도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원자 되신다는 믿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때때로 낙심하고 절망하는 노부모님들께도 그 약속을 붙잡으시라고 응원을 보내 드려야 한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하여 어리디 어려지신 그 분들을 어린아이와 같이 용납하고 기도 해 드리는 것이 최선의 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 부모님을 위한 기도/이진화(수필가)
-주부편지 7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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