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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211 추천수:19 112.168.96.71
2014-11-25 10:49:21
사랑하는 안드레아,
너를 바라볼 때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8월에 태어난 너는 너무 어려서 아직 내 말을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종이 위에다 내 생각을 적어 놓는 까닭은 언젠가 이 말들이 너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란다. 과연 엄마에게 있어 딸의 의미란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넌 지금 내 삶의 원동력이란다. 지난 15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이 직업에 몸담아 왔지만 지금은 오로지 너의 행복만이 내겐 최고의 관심사란다. 넌 그렇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란다. 이 점을 항상 기억해 두려무나.

왜냐하면 어느 날엔가 네가 회의에 빠질 날이 있을 테고, 또 네가 회의에 빠지게끔 만드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네 아빠와 내가 널 갖기로 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랬지. 나와 같은 ‘수족 발육 부전증’의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50대 50인데 왜 아이를 낳으려 하느냐고. ‘수족 발육 부전증’이라는 말이 무시무시한 단어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간단히 말하면 우리의 손과 발이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거란다. 네 외할머니와 외삼촌 한 분이 그랬고, 네 이모와 다른 외삼촌은 그렇지 않았단다.

네 아빠와 난 임신한 걸 알고 기뻐했지. 우린 오랫동안 널 기다려 왔거든. 산전(産前) 검사를 통해 네가 나와 같은 기형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난 중절 수술을 받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단다. 물론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안드레아야, 너도 곧 알게 되겠지만, 우린 TV나 잡지 혹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완벽한 육체에 대한 이미지들이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가운데 살고 있단다. 그 메시지들은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 흠없는 육체의 겉모습만이 칭송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메시지는 잘못된 것이란다. 시간과 정력의 낭비요, 또 무엇보다 사랑의 낭비인 거야. 네 아빠와 나에게, 또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넌 태어난 순간부터 완벽하고 아름다웠어. 그러나 이 ‘완벽’이란 단어는 너무도 주관적이고 속기 쉬운 말이야. 육체의 완벽이란 인간의 껍데기를 묘사하는 말일 뿐, 인간의 영혼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들여다보시는 내면이란다. 그러니까 우리가 남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일하고 뛰놀 때의 마음이라든가, 살아가다 맞게 되는 도전적인 일에 직면했을 때의 자세라든가 하는 것 말이야.

아이러니 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완벽’이란 단어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이런 내면적인 것들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단다. 난 하나님께서 우리들 각자에게 특별한 목적을 갖고 계시다고 믿는단다. 물론 그 뜻을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 난 네 살 때 어머니에게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단다. 어머니는 부드럽게 그건 실현하기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셨지. 그러다 잠시 후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그렇지만, 네가 열심히 노력하고 강한 신념을 가진다면 넌 뭐든지 할 수 있단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말이다.

”안드레아야, 장애물이 많이 있겠지. 하지만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꿈이란다. 내가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몇몇 애들은 내 손을 보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기 시작했단다. 그때 내 꿈은 조금 흔들렸었지. 할머니는 내게 그애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주셨지. 난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고 그렇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상처 받을 일도 아니며, 어떤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이야. “너 자신이 그런 상태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신경 쓰지 말거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너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게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단다.

이런 뜻에서 부모님은 사람들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도록 오빠와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셨지 우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꾸밈없이 대하면 그들도 누구나 그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단다.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도왔듯이 네 아빠와 나도 너를 돕고 싶구나. 내가 자라난 미네소타 주 오스틴에서 네 할아버지 올라프 넬슨 씨는 ‘산들바람’ 주유소를 맡아하시느라 매일 열심히 일했고 할머니는 4남매를 손수 키우시면서 또한 그 주유소에서 부기일을 도우셨단다.

내가 내 몫으로 떨어진 집안 일을 못 하겠다고(가끔은 손 핑계를 대면서) 떼를 쓰면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어쨌든 내게 빗자루를 건네 주시곤 했단다. 덕분에 난 청소기로 바닥을 깨끗이 하고, 먼지를 털어 내는 일이며, 설거지도 할 수 있게 되었지. 너도 10대 시절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될 거다.(다음주 계속)

-가이드 포스트 2000년 5월호 중에서-


그 시절엔 감성이 너무도 여리디 여리거든. 내게도, 고등학교 시절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감정의 지뢰밭이었단다. 난 남들과 다른 나의 신체적 차이를 메꿔 보려고 다른 애들이 하는 대로 다 따라하곤 했지. 심지어 나 자신에게 ‘불꽃놀이 안전포스터에 적격인 아가씨’라는 별명을 붙이는 등 스스로에 대한 농담도 서슴지 않았어. 헐겁고 뭉툭한 ‘미니 마우스 신발’을 신는 것이 싫어서 다른 여자애들이 신는 보통 신발에 억지로 발을 집어 넣고는 걸을 때마다 지독한 고통을 느끼기도 했단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학생 중의 한 명이 내게 관심을 가졌을 때 난 내가 가진 모든 문제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어. 그애가 내게 데이트를 신청했을 때 난 전율을 느꼈단다. 일 년쯤 우리는 이따금씩 데이트를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난 세상이 꺼져 버리는 충격을 받았지. 내가 막 내 사물함을 열었을 때 여자 친구 두 명이 그곳에 들어섰단다. “방금 끔찍한 얘길 들었어.” 그애들이 말했지. 난 최근의 소문이 무얼까 긍금해서 돌아섰단다.“네 남자친구가 너 없을 때 널 “가재 발’이라고 부르고 있어.” 한 애가 털어놓았어.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먹은 걸 토할 것 같았단다. “그애 친구들이 그앨 시켜서 너 같은 애의 손을 잡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보게 했다나 봐.”또 한 애가 말했단다.‘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일 거야.’ 난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난 남자친구를 직접 대면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그앤 머리를 숙였어. 사실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나를 쳐다보면서 이젠 정말 나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런 일로 우리의 관계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어. 거의 2년 동안 난 남자애들을 믿지 않았지. 그때는 내 외모에 대해 이미 극도로 민감해져서 난 양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기 시작했단다. 그때 할머니께서 내게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어. “만일 네 손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있기만 한다면 넌 결코 성공의 사닥다리를 오를 수 없을 거야.”라고 말이야. 그 경험은 내게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 줬지. 그 일을 통해 너도 함께 배울 수 있었으면 해. 진정한 친구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육체적 결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친구야. 넌 그런 친구들을 알아보게 될 거다.

너 자신이 그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정말 좋은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게다. 안드레아야, 좋은 친구가 되려면 더 열심히 진리를 찾아야 하는 거란다. 주일학교 선생님이셨던 폴슨 선생님은 내가 묻는 것들을 끝없는 인내로 답변해 주셨지. 왜 사람들은 예수님을 미워했나요? 왜 그들은 예수님을 조롱했나요?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어.“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저절로 이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으신단다.

우린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고 그래서 때가 되면 이해하게 되는 거야.” 난 우리 모두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편협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지. 비단 신체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관점, 혹은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도 말이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싫어하며, 어떤 이는 자신의 집안을 탓하기도 하지. 사람들의 그런 잘못된 생각들이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거야. 안드레아야, 결코 세상적인 잣대로 네 능력이 평가되어서는 안 된단다.

KGTV에서 일을 시작할 때 난 의수를 끼고 있었단다. 그 장갑은 실제 손하고 똑같아 보였지만 내겐 영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단다. 내가 사기꾼처럼 느껴졌단다. 그날 밤 5시 뉴스에 난 원래의 내 손 모습 그대로 스크린에 비쳐졌단다. 그리고는 기다렸어. 방송국으로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왔고 편지가 쇄도했어. 그런데 전화와 편지 내용은 모두 긍정적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실제 모습을 보여 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내 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나의 새로워진 ‘자연스러움’에 대해 얘기했어. 그래서 안드레아야,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란다. 난 네가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선함을 기대하면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매진하기를 바란단다. 난 네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 느끼는 바로 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하나님의 축복이 네게 있기를! 너를 한없이 사랑한단다.
사랑하는 엄마, 브리 씀

사랑하는 딸에게/ by Bree Walker
(로스앤젤레스 CBS 텔레비젼 앵커우먼)
-가이드 포스트 2000년 5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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