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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촌 제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751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3:41:54
"안녕하세요. 전 제리예요.” 이렇게 인사하며 이웃집 여자 제리 는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동네 사내아이들 중에 유치원에 들어갈 아이가 있으면 미리 사귀게 해주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애가 마티예요.” 제리가 말했다. “브렌트, 마티를 데리고 뒤뜰에 가서 네 나무집을 보여 주려므나.” 내가 넌지시 말했다. “어서 가 보렴.” 그 애 엄마도 재촉했다. 두 아이가 후다닥 뛰어나갔다. 제리는 내가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우아하고 침착하고 아주 쾌활한 성격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녀를 보면서 막연히 나는 나 자신이 무언가 덜 갖춘 사람인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그녀의 무릎에 앉아 있는 귀여운 얼굴에 갈색 눈동자를 한 사내아이였다.

브렌트의 남동생도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 네 살일텐데. 나는 이 말을 크게 내뱉을 뻔했다. 블레이 크가 죽은 후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식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제리에게 말할 뻔 했던 것이다 . 하지만 나는 얼른 자신을 가다듬었다. 낯선 사람에게 그런 일을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특히 빈 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때부터 브렌트와 마티는 정기적으로 만나 같이 놀았다. 나는 제리를 만날수록 점점 더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걸 느끼 곤 했다. 그녀는 무척 차분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나는 일단 유치원만 개학하면 그녀를 이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개학 바로 전 날, 제리가 나를 과거의 깊은 슬픔 속 으로 몰아 넣고 말았다. 그녀는 내 자전거 뒤에 달려 있는 아기 의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제가 아직 못 본 어린 아이가 또 있나요? “전엔 있었지요.”'당신의 아들 맥스와 꼭 같은 나이에, 맥스처럼 금발에 갈색눈을 가진, 자전 거 헬맷 아래로 웃는 모습마저 꼭 닮은…’ 나는 되도록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려 애쓰며 대답했다. “블레이크라는 브렌트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작년에, 그러니까 세 살 때 뇌막염으로 죽었어요. 아직 미처 의자를 치우질 못했네요.” “어머나, 팻, 얼마나 힘들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제리가 말했다. “고마와요.” 나는 재빨리 대답하고 화제를 바꾸었다. “얘, 마티야. 정말 멋진 자전거로구나!” 나는 내 고통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하나님, 제 인생은 이것저것 허점투성이인데, 그녀의 인생은 어쩜 그렇게 모든 게 완 벽하단 말입니까?”

나는 울부짖었다. 유치원에서도 브렌트에게 얼른 키스 해주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팻, 기다려요.” 제리가 소리쳤다. “할 말이 있어요.” 나는 땅만 쳐다보며 자전거 옆에 서 있었다. “오늘 아침에 어디 있었어요?” 그녀가 물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좀 일찍 출발했어요.” 내가 대답했다. “팻, 용서해요. 기분 나빴지요. 미안해요. 요즘 내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있었거든요.”나는 제리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됐어요. 잊어버려요.”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제리가 말했다. “당신은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모든 걸 다 제대로 해내고 있잖아요. 당신은 엄마 노릇도 너무 잘 하고, 집안도 깔끔하게 정돈하고, 브렌트는 밝고 말 잘듣는 아이로 잘 자랐잖아요.

난 남편이 너무 많이 밖으로 나다니다 보니까 내가 꼭 홀어머니인 것만 같아요. 당신 옆에 있으면 내가 실패 자처럼 느껴져요. 당신은 너무 빈틈이 없어요.” “내가 빈틈이 없다구요?” 나는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매일 아침 당신과 헤어지고 나면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알아요? 블레이크와 동갑나기인데다가 그 애와 무척이나 닮은 맥스를 매일같이 보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무너져 내리는지 아냐구요?”“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리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제가 당신의 삶 속에 끼어들 틈을 절 대 주지 않은 걸요.” 그때서야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제리 역시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혼자서만 삭이고 있었단 말인가? 그녀를 위로해 줄 수도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도 그 고통을 숨긴 채로 말이다. 그녀는 나처럼 아이를 잃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보다.

아마도 제리와 나는 서로의 문제들을 숨기지 말고 함께 나누라고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도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제리는 계속 말했다.“제대로 좀 해 보려 구요. 팻, 당신이 하는 식으로요. 내가 당신처럼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하지만 난 아이들 옷을 만들어 주지도 빵을 굽지도 않잖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기분이 너무 가라 앉아서 하루하루 살아 가는 것조차 힘겨워요.” 어느새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제리가 자전거에서 내린 다음 안전벨트를 풀고 맥스를 잔디밭 위에 내려놓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당신이 무슨 일들을 겪고 있는지 난 전혀 몰랐어요.”그녀가 말했다. “난 꾹꾹 참으며 안 그런척 하고 있었어요.” “나도 그랬어요.” “아마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비슷할지도 몰라요.”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우리는 솔직하게 털어놓고 푸는 걸 잘 못하나 봐요.” 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겠지만 팻, 다음에 언제 블레이크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겠어요?”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럴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 오후에…” “2시 45분에 웨스트게이트와 일레인 코너에서 볼까요?” “그리로 갈게요.”나는 맥스를 안아올리며 그 애의 보드라운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자전거 의자에 앉힌 다음 벨트를 매 주었다. “이따 만나자.” 그 애는 나에게 키스를 보내며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상쾌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속으로 달려갔다

가이트 포스트 2000년 9월 호 중에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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