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새벽에 달려오신 아버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689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0:44:33
새벽 5시쯤 되었을까? 느닷없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대 문을 열어보니 택시 한 대가 서 있고 그 안에 아버지께서 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지 ! 이 시간에 웬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잘 있으니 됐다. 나 그만 간다." "어- 어 ?' 아버진 타고 오신 차를 돌려 그 길로 가버리셨다. 제대로 인사 드릴 겨를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오후 나절이 되어서야 새벽의 소동이 생각나 친정으로 전화를 걸으려는 순간 코드가 빠져 있다는걸 알았다. 딸 아이가 또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어제 느이 아버지 한 잠도 못 주무셨다. 그러니 난들 잘 수 있냐? 한밤중에 가신다는 걸 억지로 말려 그나마 날 밝자마자 택시 잡아타고 가신 거 아니니, 나 원. ..." 친정 어머니는 두손 들었다는 투로 내게 넋두리를 하셨다, '아! 그랬었구나' 순간 울컥 눈물이 배어 나왔다. 어제 밤늦게 집에 전화를 했는데 여러 번 걸어도 받지를 않으니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밤잠을 설치신 모양이다. 부시시하나마 무사한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며 발길을 돌리신 거였다.

늘 그랬다 자식들 걱정에 밤잠도 물리치고 달려오셔야 마음이 놓이실 정도로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에게 각별하셨다. 조금만 얼굴이 안돼 보여도 보약 지어 먹여야겠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하시며 자식들을 챙기셨다. 몇 년전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향하는 차안에서조차 아버지는 우리 걱정을 먼저 하셨다. 그 와중에 종이와 펜을 찾으시며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 적으라고 하셔 우리들을 더 오열하게 하셨던 아버지. 그대로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는 없었다. 의사는 30%정도밖에는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우리들은 아버지를 그냥 바라볼 수만 있어도 괜찮으니 데려가지만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르짖었다.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가시고 다시 나오실 때까지 가슴을 졸이고 발을 동동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행히도 위험한 순간을 잘 넘긴 덕에 회복을 하셨지만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아버지의 자식 걱정은 더 많아지신 것 같았다. 나도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가 되었지만 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새벽의 작은 소동 때문인지 하루 종일 아버지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오늘 저녁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미더덕 찜이라도 해놓고 전화를 드려야 겠다. 철없는 손녀의 장난때문에 밤잠을 설치신 아버지를 위해.

새벽에 달려오신 아버지/김진회.
낮은 울타리 1월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