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만남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795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0:39:34
정집사 : 목사님! 목사님! 아버지가 절 찾아오셨어요. 40년만인가봐요. 아버질 소개해 드릴려구 왔어요.
(구리빛 얼굴의 팔순 노인이 정집사 손에 이끌려 들어서며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목사님께 자식을 버리고 산 40년간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할아버지 : 아들 자식만 여덟 명이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자랑이고 기쁨이었지요...그런데...넷
째 놈이었던...이녀석이 12살에 문둥병에 걸린 겁니다.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았지요. 우리한테 그런 일이 생겼다는게 믿을 수 없었구...넷째가 그런 병이 들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습니다. 자식을 소록도에 보내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싶어 어느날 애비 가 자식을 앞세우고 산에 데리고 올라갔죠.
정집사 : 절벽이 나오면 절 데리구 떨어지실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 어깨를 잡으시더니 차마 못하시겠던가봐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부지 엄마 하고 형들 동생들 생각을 하시라구요. 저는 죽구 아부지는 사세요...했어요...
할아버지 : 저 때문에 식구들까지 팽개치지 말래요. 이녀석이 우리 식구 모두의 사랑을 합친 것보다 더 큰사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이녀석을 소록도 가는 배에
태워버리고 집에 와서는 죽었다고 했어요. 사망신고까지 했지요.
정집사 :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나요?
할아버지: 니 동생들까지 결혼해서 고향을 떠나구 나서 돌아갔다. 아내가 돌아가자 의지할 데가 없어졌습니다. 8년 가까이 혼자 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큰 아들네로 갔습니다. 가고 보니 제가 그렇게 달갑지 않은 존재라는걸 금방 알 게 되었습니다. 한 달밖에 안됐는데 아우네로 가라더군요...(목이 메인다.)

정집사 : 둘째 형두 아부질 달갑잖게 여기시던가요?
할아버지 : ...아들이 일곱인데...아비가 죄가 많은지...늙은 아비 맞아들여 편안히 해주겠다는 자식은... 하나도 없었어요...내가 잘못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뼈에 사무쳤습니다. 일곱 자식 위해서만... 우리 부부가...살아왔건만...그때서야 소록도에 보낸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일곱 아들을 위해서 그 자식을 버린건데....
목 사 : 소록도에 가서 아드님을 찾아보신게군요....
할아버지 : 예. 그랬더니 문둥병이 나아서 이 마을로 왔다더군요. 찾아오긴 했는데 아들네 집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아비가 가장 필요할 때 저를 버렸으니...다른 아들을 다 어떻게 하고 왔느냐 하면 뭐라고 하나...
정집사 : 그 때 외양간에서 나오던 제가 그런 아버님을 발견한거예요 목사님! 열두 살에 헤어졌는데두 아버질 금방 알아 보겠더라구요. 설마하면서두 아부지! 하구 외마디 소릴 지르구 달려갔어요. 틀림없는 우리 아부지셨드라구요.
할아버지 : 40년동안 네 소식 한번 알아보지 않았는데 애비가 원망스럽지 않더냐?
정집사 : 처음 소록도에 갔을 때는 너무 외로웠지요. 밤마다 집 꿈을 꾸었어요. 식구들을 미워하면서, 내 운명을 원망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문둥병자이면서도 저와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반발심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끌리더 군요. 그 사람들은 자신을 문둥병자 이상의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들 중 한 사람과 사귀게 되었지요. 그분은 병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대해 말씀해 주셨지요. 그리고 그후로 예수님께 선물로 받은 사랑을 나에게 주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을 따라서 예배와 성경공부에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예수를 믿게 된 다음부터는 식구들에 대한 미움을 잊게 되더라구요.
살고싶은 마음도 생기구요. 전에는 그냥 죽고만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기뻐해야 할 이유가 생겼지요. 하나님의 사랑과 기쁨에서 나를 떼어놓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집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우리는 사랑하게 되었고 언젠가는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요. 그리고 어느 날 우리 꿈은 현실이 되었어요. 우리는 섬을 떠나서 결혼할 수 있었고 이곳 용호에서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우린 우리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아버지.
할아버지 : (그만 울며) 못난 애비를 용서해라. 널 봤으니 이제 죽어두 여한이 없구나.
정집사 : 아녜요 아부지! 이젠 저희하구 사세요. 아부지만 좋으시면 우린 언제나 환영이예요. 제 엄마랑 외갓집 다니러 간 손주도 보셔야죠. 저희가 모실꺼예요. (목사님 보고) 저희가 모시고 살겁니다. 목사님.
목 사 : 모시고 사셔야지요. 모시고 사셔야 하구 말구요. 새해 첫 선물로 하나님께서 잃었던 아버님을 보내주셨군요. 40년만에! (할아버지 보고) 우리 마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만 남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