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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091 추천수:20 112.168.96.71
2014-11-26 10:34:34
결혼 이야기
- 이강근 집사 -

요즘 주말이면 이곳저곳 결혼식장을 찾기에 바쁘다. 지난 주말 여의도에 있는 고급 예식장에서 치러진 사촌 조카의 호화로운 결혼식을 보면서 40 몇 년 전에 마치 전설처럼 치러진 나의 결혼식 생각이 떠올라 만감을 지울 수 없었다.
복사꽃이 한창이던 음력 3월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신부 댁에서 요즘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철저한 구식으로 혼례를 치렀다. 두 집안 모두 양반의 자존을 지키던 터라 당사자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사주(四柱) 오행(五行)의 논리와 양가의 지체가 합치되어 집안 어른들의 결정으로 혼처가 결정되었고, 손톱만한 신부의 사진 한 장이 나에게 쥐어진 것은 이미 혼인 날짜가 정해지고 집안 어른들과 손위 형들이 차례로 보고난 뒤였다.
여고생 같은 귀여운 쌍갈래 머리에 단정한 한복차림의 신부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이었구나!’나의 운명임을 직감하면서 담담히 마음을 정했다.
대학을 다니던 학생의 신분인데다 완고한 구식 집안이라 전통방식의 혼례를 올렸지만 이어 떼로 몰려온 친구들의 고집으로 즉석에서 신식 결혼식을 다시 올리니 해프닝이 아닐 수 없었다. 신혼여행을 뒤로 접어둔 채 신부 댁에서 보름 가까이 왕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밤이면 단둘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생모를 여의고 모정의 아쉬움을 앓고 살았기에 유복한 집안에서 고이 자란 나의 반려자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나에게는 부부 이상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집안 형편은 어려운데다가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터라 무지개 같은 화려한 꿈은 접어두고 내가 평생 살아갈 동안 가정을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몇 가지 생각을 신부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은 무엇을 성취하겠다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가정을 위해 최소한 이것만은 지켜보겠다는 평범한 약속으로 그 요지를 대략 기억하면 첫째로 절대로 이혼을 하지 않을 것이며 둘째로 생을 다할 때까지 폭력과 폭언을 쓰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어떤 비밀도 간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들이었는데 지금도 이 약속을 내 생애 끝까지 지켜보리라 가끔 마음을 다 잡아 보곤 한다.
나는 이것을 평생 기억하고 아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혼례를 치룬 초야는 물론이고 그 이후 몇 달 동안 처녀 총각으로 순결을 지키며 신부를 대했으니 멍청하고 상당히 모자라 신랑이 아니었나 싶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한해에 30만 쌍이 결혼하여 7만5천 쌍이 이혼을 하고 그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면 이 나라는 이미 백년해로라는 문자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다 맞지 않는 커플이라면 억지로 함께 사는 것이 더 나쁠지 모르지만 이혼이라는 것은 자녀에게 평생 어둔 그림자를 씌워주는 것이기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간에 손찌검하는 것을 자녀들이 행여나 모방한다면 이 또한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간에 흉 허물간 비밀이 없다는 것은 상호 인격을 인정하는 평등의 기본 논리이다. 결혼기념일 선물 등 외형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고 성취하겠다는 의욕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동안 몇 번의 주례를 맡을 때나 자녀들이 혼사 때 비슷한 이야기를 꼭 들려주곤 했는데 얼마나 마음에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올 한해에도 행복한 인생의 새 출발을 약속하는 수십만 명의 커플들이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찌니라”(마19:6)는 소중한 말씀을 평생 간직하기를 바라고 예기치 못한 불화가 있더라도 “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라”(잠31:3)는 하나님의 말씀을 늘 간직하며 살아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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