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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사람을 교만하게 했구나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143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6 10:14:58
눈이 사람을 교만하게 했구나

"글쎄, 글씨를 읽지도 못하는 분이 어떻게 권사에 뽑혔는지 몰라요. 낫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무식한 할머니가 권사라니! 이 교회 앞날이 걱정이네요." 정봉숙 할머니가 권사님이 된 후 예서제서 수군덕거림이 많았다. 삼백 명 재적인 교회에서 투표를 거쳐 권사로 뽑히자면 이백 명이 표를 던져 당선이 되었다는 뜻이다. 돈도 많고 번지르하게 잘 입고 학벌도 좋은 많은 권사감을 제쳐놓고 아들 집에 얹혀 살면서 며느리가 직장을 나가 두 살박이 손자를 업고 교회에 나오는 할머니가 권사로 당선된 것을 놓고 입방아 찧는 소리가 무척 요란했다. 그래도 권사님은 그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싱글벙글이셨다. 늘 맨 앞 정해진 자리에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계시는 분. 언젠가 내가 똑같은 설교를 다섯 번이나 들으시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난 글씨를 모르는 무식쟁이라 다섯 번은 들어야 머리에 녹음을 할 수가 있어요. 찬송도 자꾸 불러야 머리속에 다 들어가지요." 정 할머니는 그렇게 글을 읽지 못하시면서도 언제나 무거운 찬송 성경을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씩씩하게 걸으시는 분이셨다. 성도들 모두가 찬송을 뒤적이며 펴는 시간에 찬송을 집어들고 좌우를 봐 가며 엇비슷하게 펴놓기도 하고 성경을 찾을 적에도 그렇게 흉내를 냈다.
"읽지도 못하시면서 무엇 하러 힘들게 찬송, 성경을 펼쳐놓으세요." 하고 곁에 앉은 사람이 면박을 줘도 "나는 몰라서 읽지 못해도 하나님의 말씀이니 정성스럽게 펴놔야지요. 하나님께서 내려다보고 계시는데 어떻게 그냥 앉아 있어요." 하시며 언제나처럼 또 싱글벙글 웃으신다. 그렇게 싱글벙글로 통하는 분이시지만, 권사회에서 정 할머니는 눈의 가시였다. 글씨를 읽지 못해 권사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사람이요, 그렇다고 돈이 있어 회비를 내는 것도 아니고, 손자를 업고 다니는노인이라 봉사도 못한다. 다만 항상 모든 기도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밤마다 손자를 데리고 예배당지기처럼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기도회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먼저 나와서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오는 사람들을 향해 기쁨의 "할렐루야"를 외쳐댔다. 아무도 그 인사를 받는 사람이 없건만 혼자서 열심히 인사를 하고 너무너무 기뻐서 그저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파마도 못한 머리는 뭉텅 묶어서 비녀를 꾹 찌르고 월남 치마에 다 헤진 헐렁한 윗옷‥‥ 같은 권사님마저도 정 할머니를 보면 같이 있기가 창피하다고 슬슬 피해 다녔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같은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매주 권사님들의 기도모임이 있던 그날 밤에도 정 할머니 주변에는 아무도 앉질 않았다. 회장 권사님의 사회로 모임이 진행되는데, 찬송가를 부를 때쯤이었다. "고요한 바다로 저 천국 향할 때 주 내게 순풍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큰 물결 일어나 나 쉬지 못하나…" 그때였다. 정전이 됐는지 갑자기 전등불이 꺼지는 것이었다 부르던 찬송을 중단할 수는 없는데 찬송가가 보이질 않으니 모두 허둥대며 허밍으로 음음~ 거렸다. 그 가운데 힘차게 찬송을 부르는 권사님이 한 분 있었으니, 바로 정 할머니 였다. "… 내 걱정 근심을 쉬 없게 하시고 내 주여 어둔 영혼을 곧 밝게 하소서. 이 세상 고락간 주 뜻을 본받고 이 몸이 의지 없을 때 큰 믿음 주소서…." 천둥치듯 거침없이 힘 있는 목소리로 정 할머니는 깜깜 절벽의 방 안을 찬송으로 들썩이게 했다. 같이 있던 권사님은 정 할머니를 따라 부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정 할머니의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후에 그분들은 이런 생각들을 했다고 한다. '눈이 사람을 교만하게 했구나.' '지식이 사람을 교만하게 했구나.' '옷이 사람이 교만하게 했구나.' '성령이 임하는 데는 재산이구 지식이구 미모구 옷이구 보석까지 모두 걸림돌이었구나' 라고 말이다.
찬송가 외에도 정 할머니는 성경도 줄줄 암송해서 모두 정봉숙 권사님을 따라 입을 벌리는 앵무새가 되었다. 그날은 눈이 소용없는 밤이라 귀로만 기도회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밤 내내 정전이 되었으니 권사회 회장님은 모든 권한을 정봉숙 권사님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었다. 무식한 권사의 진행 속에 모두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회개를 했다. 다행한 것은 어두워서 서로 볼 수가 없으니 체면을 던져 버리고 마음껏 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숙/낮은 울타리 2004년 10월 호 중에서-


<꿈은 아름답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보다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진 이가 더 아름답습니다. 지금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공부를 더 잘할수 있다는 꿈을 간직한 이가 더 아름답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꿈을 가진 이가 더 행복합니다. 글을 잘 쓰는 작가보다도 글을 잘 쓸수 있다는 꿈을 안고 사는 이가 더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의 좋은 글 모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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