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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다리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103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6 10:10:16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회 날이었습니다. “다음은 6학년 학생들의 엄마 손 잡고 달리기입니다.” 선생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이 우르르 출발선으로 들어섰습니다. 거대한 운동장이 비웃음으로 가득찬 건 내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저거 봐. 다리가 이상해.” “하하하 달리 수 있을까?” 엄마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습니다. 성치 않은 다리 때문에 아들이 행여 놀림이라도 당할까 봐 엄마는 늘 뒷전에 서 계셨습니다. 그 설움이 얼마나 컸을지 너무나 잘 알기에 그날만큼은 남 앞에 당당히 설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영준아, 아무래도 엄만 못뛰겠어.” “엄마, 우린 꼭 일등 할 거야. 그치?” “어... 그래” 출발 신호가 울리자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먼저 가려다보니 각양각색의 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운동장은 어느새 요절복통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구경꾼들의 웃음소리는 이내 야유로 바뀌었습니다. “영준아 엄마 더 이상 못달리겠다. 미안하다 영준아.” 엄마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는 순간 나는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엄마의 기억속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을 것이라고. “엄마, 내 등에 업혀요.” “영준아......” “빨리요.” 나는 주춤거리는 엄마를 와락 들쳐업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란스러웠던 운동장이 조용해진 건 그 때였습니다. 내가 반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숨죽여 우리를 지켜봤고 일제히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달려라. 달려라!” 비록 꼴찌를 했지만 나는 그 열렬한 응원 덕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회가 끝나고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엄마의 손보다 더 소중한 엄마의 마음을 잡고 뛰었다며 내게 특별상으로 공책 2권을 주셨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내 등에 업힌 채 엄마가 말했습니다. “영준아, 엄마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를 선물받아 행복하단다.” “엄마 사랑해요”

-TV 동화 행복한 세상 5권 중에서-

남편을 주님처럼

설악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 옆에 앉아 있는 집사님이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그는 내가 듣든 말든 혼잣말처럼 속삭이듯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내가 남편보다 똑똑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아이들도 학교 숙제거리까지 내게 묻지 아버지에게 묻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동회에서나 구청에서 온 분들도 다 나만 찾아요. 내가 남편보다 낫다고 자타가 인정하는가 싶어 나는 속으로 우쭐했지요." "바깥 선생님은 교회 안 나가십니까?"
"흥, 교회가 다 뭐예요. 매일 술만 마시고 들어와서는 코를 골고 자는 게 일인데요." "전도도 안 해 보셨나요?"
"왜 안 했겠어요. 당신 그러다간 제명에 못 죽는다. 죽어서 천당이나 가면 말도 안하겠어. 당장 지옥행일 테니 그 노릇을 어떻게 하느냐고 내가 앙탈을 부리면 '흥, 그좋은 천국엔 당신 혼자만 가라구. 내가 거기까지 쫓아가는 게 치가 떨리지도 않느냐.' 면서 여전히 독한 술만 퍼 마시지 뭡니까!" "알긴 다 아시네요."
"모르면 내, 말도 안 하겠어요. 그리고 술 마귀가 붙어서 발동을 하는 것이니 어서 회개하라고 해도 코방귀만 뀌었거든요."
"그래서요?" "그러다가 어느 날 교회에서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게 갑자기 날카로운 화살이 돼서 제 가슴에 꽃힌 듯이 여겨졌답니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이 주 안에서 마땅하니 주께 하듯이 남편을 대하라고 하셨어요. 내가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회개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지 뭡니까.

그래서 집에 돌아와 남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용서해 달라고 했지요." "기뻐하셨겠군요." "기뻐하는 게 아니라 하다 하다 이제는 바람까지 피웠구나. 바른 대로 다 말하라고 입에 거품을 물더군요. 그래서 내가 이 때까지 당신에게 주님 대하듯 못한 것 용서해 달라고 했더니, 흥 하고 코방귀를 뀌고는 그 다음날에는 더 술을 많이 마시고 와서는 내가 아끼는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행패를 부립디다." "어떻게 하나 보려고 그러셨나보군요." "욱 하니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을 참고 만일 예수님이 그러신다면 내가 못참겠는가 하고 스스로 달래며 넘겼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 동안 야단을 치더니 다음날 주일이 되니 신을 신고 나서는 게 아닙니까." "아주 집을 나가시려구요?"
"그게 아니라 나보고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느냐, 당신 교회에서 배웠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그런 교회라면 나도 가야지 하고 가는 겁니다." "어쩌면." "나는 또다시 회개했어요. 내가 높은 위치에 서서 당신을 마귀다, 지옥 사람이다 하고 정죄를 할 때는 코방귀도 안 뀌더니, 내가 낮아져서 성경 말씀대로 행하니까 남편의 마음이 녹더란 말입니다."

-윤남경/낮은 울타리 2004년 11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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