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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100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7:24:25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잘 다녀오세요. 다치지 않게 몸 조심하구요." 별들이 아직 총총한 새벽녘, 집을 나서는 내게 아내는 오늘도 물기어린 목소리를 전합니다. 예전 같으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좀 쉬면 안돼요? 그러다 당신 쓰러진다구요." 했을 텐데, 내 고집에 지쳤는지 그저 몸조심하라는 말만 할 뿐입니다. 이십여 년이나 지났건만 아내는 나만 보면 아직도 시린 가슴을 달래느라 안절부절못하지요.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남들은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 무거운 짐 가방 하나 짊어지고 인력시장엘 나가죠. 그곳엔 단 하루라도 일을 하고 싶어 나온 나 같은 수 백여 명의 인부들로 가득합니다.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로부터 나처럼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네들까지... 어디로 가란 말만 떨어지면 그곳이 어디든 그저 짐 가방 메고 갈 뿐입니다. 부르는 데로 가야 돈이 생기고, 그래야 처자식들을 먹여 살릴 테니까요. 이십여 년 전 충북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이 일에 뛰어든 후, 지금까지 휴일 한 번 없이 밤낮으로 일만 했습니다. "유 씨, 자네 몸이 무쇠인 줄 아나! 그러다 병나겠구먼." 남들이 걱정할 만했지요. 노동판에서 일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져 세상을 떠난 사람, 무거운 철근이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솔직히 나도 그럴까봐 조심은 합니다만, 나만 믿고 사는 아내와 내 생명처럼 소중한 육 남매를 배 안 곯고 남들 못지 않게 공부시킬 수 있으려면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내 몸뚱이 아끼지 않고 일하기를 여러 해, 한 번은 같이 일하던 인부의 실수로 그만 기계에 엄지손가락이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뼈까지 으스러졌는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왔죠.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보고 난 그만 정신을 놓을 뻔했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크지도 않은 손가락 하나를 스무 바늘이나 꿰매지 뭐겠습니까? "이제 어떻게 해요. 그렇게 일만 해대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구요..." "그만해. 누가 죽었어? 겨우 손가락 하나 다친 거 가지고... 보라구 붕대만 칭칭 감아놨지 멀정하잖어." 손가락이 욱신욱신 거리는데도, 내가 어떻게 될까봐 벌벌 떠는 아내 앞에서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어요. 하루 종일 눈시울이 벌개져서 다니는데, 나마저 끙끙대면 집사람 애가 타서 못 견딜 테니까요. 그 일이 있은후, 아내는 통장 하나를 내놓더군요. "아니 당신...! 언제 이렇게 돈을 모았어?" "당신이 종일 땀흘려 번 돈을 어떻게 함부로 써요. 이걸 보고 좀 쉬시라고 보여드리는 거예요."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모으려고 아내가 마음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오더군요. 무뚝뚝한 성격탓에 맘에 있어도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요샌 경기가 안 좋아서 폭염아래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하루 사오만 원밖에 벌지 못합니다. 물가는오르고 매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전에 비하면 이것도 감사하죠. 올 사월까진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을 못 나갔거든요. 반나절, 아니 단 몇 시간이라도 일을 해보려고 인력시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지요. 두툼한 가방을 안은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혹여나 내 이름을 불러줄까 싶어 이리저리 애타는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
다행히 그나마 나를 좋게 본 한 소장의 눈에 들어 자주 현장 일을 하는 편입니다. 적든 많든, 일을 할수 있다는 것보다 좋은 게 어딨겠습니까. 땅거미가 깔릴 즈음 우린 다시 인력시장으로 돌아와 보고를 하지요. 하루 종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무거운 자재들을 옮기느라 검게 그을린 얼굴엔, 그래도 오늘 일을 했고 돈을 벌었다는 단촐한 만족을드리운 채...
-유망종씨는 슬하에 6남매를 둔 가장으로 20년이 남는세월동안 가족을 위해 실새없이 일해 왔습니다. 그의 소망은 오로지 건강하게 일하며 사는것. 그를 비롯해 연일 계속되는폭염속에서도 하루벌이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옮기며 위험천만한 일을하기 일쑤지만 그들은 오늘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깜깜한 새벽을 가르고 일터로 향합니다. 오늘 만약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절망하는 분이 있다면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이유를 마음 상하지 않게 전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 낮은 울타리2003.8월 호 중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서 나는 길가에 주저앉아서
행복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을 거예요. 아저씨,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철학자를 본 적이 있으세요?
-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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