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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82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7:22:45
내 어머니

폴 브랜드
우리 어머니는 젊은 시절 정말 빼어난 미인이셨다. 그러나 연세가 드시면서 그 모든 아름다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가 엄청난 미인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젊은 시절의 어머니 사진을 늘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인도에서도 아주 외딴 곳에 사시며 장티푸스, 이질, 말라리아와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시는 동안, 어머니는 어느 새 삐쩍 마르고 등이 굽은 할머니가 되셨다. 곱던 피부는 강한 햇살 바람에 수십 년간 노출된 가죽처럼 질기고 뻣뻣해졌으며, 내가 지금껏 살면서 누구에게서도 본 적 없는 깊은 주름이 어머니 얼굴을 덮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 망가졌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잘 아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집에 거울을 두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바위투성이인 산길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져 병원에 실려간 적이 수도 없다. 이미 어머니는 당신 키보다 큰 대나무 지팡이 두 개가 있어야만 거동을 하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불편하셨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말을 타고 변두리 마을로 다니시며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고 썩은 이를 뽑아 주셨다. 나는 이번에는 기필코 은퇴하겠다는 확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 진흙으로 벽돌을 이겨 만든 어머니 집을 방문했다. 차로도 하루는 족히 걸리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사시는 것부터 안전하지 못한 일이었다. 균형 감각도 상실하고 다리 한쪽도 오래 전에 마비된 어머니는 한눈에 봐도 의학적으로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우리 어머니는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으셨다!" 나는 미소 지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어머니, 건강하신 분들도 일흔 살이 넘으면 선교 일선에서 은퇴해요. 섬길 만큼 섬기셨으니 이제 그만 벨로어에 오셔서 저희와 함께 살아요, 네?" 그러나 어머니는 내 말을 단칼에 자르시며 질책 섞인 어조로 말씀하셨다. "그러면 이 일은 누가 하니? 이 산골까지 들어와서 복음 전파할 사람이 어디 있다든? 여기는 나말고는 상처를 싸매 줄 사람도, 썩은 이를 뽑아줄 사람도 없어. 그런데 나마저 여기를 떠나면 이 사람들은 누가 돌보니?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쓰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 늙은 몸뚱이를 아끼고 보호할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이냐?" 나는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계속 그 산중에 머무셨다. 그로부터 18년 뒤, 아흔네 살이 되어서야 어머니는 조랑말 타고 다니시는 것을 그만두셨다. 어머니를 따르던 인도인들은 그물 침대를 만들어 거기에 어머니를 눕힌 후 침대를 어깨에 매고 어머니가 가자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다. 그렇게 이 년을 더 선교에 헌신한 후, 어머니는 아흔여섯의 나이에 하나님 품으로 가셨다. 결국 눈 감으시는 날까지 복음을 전하신 셈이다. 시체는 평소 어머님 말씀대로 관에 넣지 않고 살아 생전에 쓰시던 천에 싸서 그대로 땅에 묻었다. 어머니는 귀한 나무를 왜 관 만드는 데 쓰냐며 당신은 죽더라도 절대 관에 넣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분이셨다. 죽으면 영혼이 몸에서 떠나기 때문에 육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육신이 원래 지음받은 흙으로 돌아가는 건 마음에 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던 분이셨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어머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그 산중 마을이다. 어머니를 찾아뵌 날 저녁 그 마을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돌담 위에 앉아 계셨고 돌담 주변은 복음을 들으려는 주민들로 북적댔다. 그들은 어머니가 들려주는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기울였다.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예리한 질문들을 던지기도 했다. 노안으로 인해 흐려진 어머니 눈이 그 순간만큼은 빛나고 있었는데, 어머니 옆에 서 있던 나는 어머니가 그 눈으로 무엇을 보시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으로 어머니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얼굴을 보셨던 것이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의 젊음, 힘, 건강, 지식에도 불구하고 나는 절대 그들에게 그런 사랑과 헌신은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들이 바라보는 내 어머니의 쭈그러진 얼굴은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어머니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결국, 어머니는 모든 사람이 집에 하나씩은 두고 있는 거울이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자기 얼굴을 비춰 볼 수 있을 정도로 빛나는 얼굴을 한 사람들이 수천 명이나 곁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찢기고 흠집 나고 상할 대로 상한 어머니의 외모는, 횃불처럼 하나님을 드높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이야기 2/엘리스 그레이/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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