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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쳐 낙망하고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856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6:33:30
장애인 부부가 있었다. 서로 사랑하는 그 부부는 간절히 아기를 갖기 원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했다. 두 번에 걸친 유산은 그들의 마음을 몹시도 아프게 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선 세 번째 아이를 두고 기도하던 중 임신 초기에 통증이 찾아왔다. 황급히 병원으로 찾아간 그들에게 의사는 아직 아기가 살아 있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들에게 정밀 검사 결과를 가지고 다시 들어온 의사는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들의 뱃속 아이는 현재 심각한 장애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인공 유산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뇌가 골 밖으로 나와 있는 치명적인 장애였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죽지 않고 세상에 나오더라도 아무것도 먹지 못할 뿐 아니라 호흡장애를 일으킬 것이기에 아마도 15분을 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은 부부는 순간 아연실색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얼마나 기다리던 아이인가? 그리고 지난 몇 주간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하며 어루만지던 그 생명을 이제 죽여야 하다니...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의사에게 아이를 계속 뱃속에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는 그 말을 냉정하게 잘랐다. 그럴 수 없노라고... 당신들이 아이를 낳은 후 받아야 할 상처는 지금 유산시킬 때 받게 될 상처보다 훨씬 더 클 것이기에 의사인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부부는 생명을 죽일 수가 없었다. 의사는 마침내 화를 내었지만 결국 부부는 그 아이를 키우기로 결단했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뱃속의 아이의 이름을 루카스(Lucas)라고 지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겨진 몇 달간의 시간을 루카스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들은 매일 루카스를 위해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주었고, 루카스를 위해 기도했다. 그들은 루카스를 볼 수는 없었지만 만질 수 있었으며 느낄 수 있었기에 매일 그 아들과 깊은 영적 대화를 나누었다. 루카스의 살아 있음이 느껴질 때마다 그들은 감격했으며 그로 인해 감사했다. 루카스의 심장 박동을 느낄 때마다 부부의 애절한 사랑은 루카스의 혈관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들 안에는 사랑으로 잉태된 생명의 신비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출산의 날이 다가왔다. 긴장과 두려움 그러나 감격 속에서 아이를 받았을 때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어쩌면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 아이의 머리 뒤에는 뇌가 삐져 나온 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부부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루카스를 최대한 밀착하여 안아주었다. 부모의 피부접촉이 조금이라도 생명을 더 연장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루카스가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은 그 어린 핏덩이를 매 위에 올려놓고 보물처럼 껴안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루카스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평온하게 잠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주어진 15분이 지나고 30분, 1시간이 지나도록 루카스는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아 있었다.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자... 의사는 더 이상 병원에서 할 일이 없으니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집으로 루카스를 데리고 온 부부는 그날부터 루카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주기 시작했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모아놓은 것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루카스를 위해 서둘러 세례를 받게 했으며, 그를 위해 기도하며 조심스레 닦아 주고 매일 선물을 안겨 주었다. 공동체의 식구들을 불러 날마다 작은 파티를 베풀었다. 모든 사람들이 루카스를 보며 기뻐하고 사랑의 말을 던졌고, 서로 위로하며 또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날들이 지나간 후 마침내 루카스의 마지막이 다가왓다. 루카스는 17일을 살다가 그의 인생을 마쳤다.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 루카스의 임종을 아프게 그러나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루카스를 떠나 보내던 날, 데이브레이크 채플의 홀에서 사랑하는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하는 장례 예배가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단 위에 놓인 작디 작은 관 안에 루카스의 어여쁜 시신이 들어있었다.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슬퍼했다. 예식이 끝나고 루카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앞으로 걸어 나와 관 앞에 선 루카스의 부모가 잠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신들이 루카스와 함께 했던 지난 9개월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랑과 대화를 그와 나누었는지를... 그리고 지금도 그들이 얼마나루카스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그들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카스의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루카스로 인해 비로소 아버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아버지로 만들어준 내 아들 루카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루카스 이야기는 이로서 끝을 맺었다. 루카스 이야기를 들은 후, 우리 일행 중 어떤 이는 받은 감동이 넘쳐서 울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깊은 묵상 속으로 잠겼으며... 어떤 이는 아버지의 품 속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휘몰아치는 감동 때문에 도무지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테라스의 문을 열고나서니... 채플 앞의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고...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채플을 둘러싼 숲 속의 오솔길을 걸으며 루카스를 생각했다. 17일의 인생을 살다가 간 아이... 루카스... 내 걸음은 신비한 사랑을 막 체험한 사람인 마냥 연못 주변을 두둥실 떠가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잔잔한 음성이 내 귀에 들렸다. "바로 네가 루카스다" 내가 70년의 인생을 산다는 것과 17일을 산다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나님 앞에서 우리 인생은 모두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철저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인생들...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태속에서부터 알고 지명하신 이름을 불러주시며 우리를 사랑하여 이 세상에 낳게 하신 이... 그 아버지의 사랑을 네가 아느냐? 갑자기 감동이 휘몰아치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죽었고 땅에 묻혔다. 그러나 그 부부의 마음속에 루카스는 영원히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루카스는 살아서 지금도 숨쉬고 있다.

힘들고 지쳐 낙망하고/정진호(중국 연변 과학기술대학 교수. 아바저자 )
-낮은 울타리 2002년 9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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