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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의 가족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66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6:30:06
막내아들 마저 이사를 가 버렸으니 이제 누가 나를 돌봐 주지? 애완견 발람이 내 무릎 위에 턱을 괴고는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청명하고 무더운 8월의 아침이었다. 집 앞뜰을 둘러싸고 있는 담 사이의 철문을 열고서 우린 총총히 걸어 나갔다. 이른 아침에 하는 산책은 늘 원기를 북돋워 주었다. 최소한 이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감정들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엄습해 오는 듯했다. 그건 우리 막내아들 데이빗 때문이었다.

자식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나와 같은 지역에 살았던 그 애가 최근에 이사를 간 것이었다. 나는 아들이 새로운 직장을 얻어서 무척 기뻤다. 그 직장은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 셋에게 풍족한 장래를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 애들이 떠났다는 사실이, 그리고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남편 랄프는 2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순간 나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은 바로 검은색 래브라도 잡종견 발람뿐이었다. 친구인 도로시네 집을 지나쳤다 ‘도로시는 복도 많지. 가족이 가까이 있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집에 잠시 들러서 지금의 내 심정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으나, 그러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내 문제로 괜히 부담스럽게 하고 싶진 않아.?발람이 무화과나무 쪽으로 재빨리 걸어가다가 그만 나뭇가지에 끈이 엉켜 낑낑거렸다. ?걱정 마라, 내가 봐 줄게.? 이렇게 말하며 녀석을 풀어 주려고 손을 더듬거리는 순간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엉켜 버리면 누가 날 돌봐 줄까??내 머릿속에는 끔찍한 시나리오들이 펼쳐졌다. 독감에 걸렸을 경우, 낯선 곳에서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을 경우, 차의 기름이 샐 경우, 응급 수술을 할 경우 등등. 조금씩 조금씩 두려움이 커졌고 불안함은 더욱 심해졌다. 우리 집 정문이 몇 미터 안 남았을 때, 보도의 불룩 튀어나온 부분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나는 쓰러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엎어졌다. 그 자리에 멍하니 누워 있는데 젊은이들이 픽업트럭을 놔둔 채 내게로 달려왔다. 그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부인, 괜찮으세요??그들이 다가오자 발람이 으르렁거렸다. 녀석은 목에 털을 곤두세운 채 나를 보호하려고 뛰어올랐다.?발람, 괜찮아.? 나는 팔을 내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젊은이들은 개가 무서웠는지 멈춰 섰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스페인어로 말했고, 그는 재빨리 통역을 했다. ?119를 불러 드릴지 여쭤 봐 달랍니다.?나는 정말 다치기라도 했는지 보려고 다리를움찔거렸다. 별 이상은 없었다.?난 괜찮아요. 바로 여기 살거든요.?

나는 우리 집을 가리켜 보였다.?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괜찮을 거예요.?그들은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내가 조심조심 움직이는 것을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아주머니 가족들께 전화해 드릴까요??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 ?난 가족이 없어요. ?아무도.? ?? ?가족이? 없다고요??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어 보였다.?하여간 여기엔 없어요.? 그들은 당황한 듯싶더니 이내 슬픈 빛을 띠었다.

두 사람은 양쪽에서 나를 부축하여 집 안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들은 전화기 옆에 있는 의자에 나를 편안히 앉혀 주었고, 병원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그리곤 퍼뜩 생각이 들어 지갑으로 손을 뻗었다.?날 도와줬으니 사례를 좀 하고 싶은데.? 내가 말했다.?아닙니다, 아니에요.? 둘 다 단호히 거절했다.?우리 어머니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는 걸요.?한 명이 말했다.

?도와 드릴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우린 모두?가족?이니까요.? 그들은 내가 정말 괜찮은지, 그들이 연락을 취해 줄 사람은 없는지를 다시 한 번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그들을 안심시키고는 갈 길을 가도록 보내 주었다. 그 후 그 젊은이가 했던 말은 내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우린 모두 ?가족?이니까요.?나는 그 말을 되새겨 보다가 이내 깨달았다. 가족은 단지 배우자와 자녀와 사촌과 이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웃, 동네 사람, 내가 길에서 지나친 사람들이 다 가족임을.

나에게 온 우편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마음 써 주고, 내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반겨 주는 우편배달부 아저씨. 내 안부를 묻고 세일 품목도 가르쳐 주곤 하는 식료품 가게의 계산원 로지. 우리 옆집에 살고 있는 버미스 가족만 해도 그렇다. 그 집 딸 매켄지는 이따금씩 우리 발람을 봐 준다. 나는 마음속으로 우리 교회 교우들의 이름을 죽 나열해 보았다. 내 대신 약을 타다 준 사람, 전화를 걸어 릴레이 기도를 부탁한 사람 등등. 이들은 분명 다 내 가족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친절을 보여 주는 낯선 사람들도 있다. 때로 예기치 않았지만 반가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우리가 비틀거릴 때 얼른 달려와서 우리를 부축해 주는 사람들. 바로 그 젊은 정원사 두 명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가족에 속해 있는 것이다. 나는 수화기를 들고 이웃집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 도로시.? 내가 말했다. ?내가 발을 헛디뎌서 도로에 엎어졌지 뭐야. 심하게 다친 덴 없지만 좀 놀랬어. 이따가 우리 집에 와서 차나 한 잔 같이 하지 않을래??도로시는 최대한 빨리 나타났다. 나는 그녀를 ?가족?처럼 맞이했다

가까운 곳의 가족 /by Pat Egan Dexter, Mesa, Arizona
- 가이드 포스트 2002년 9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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