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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값진 것은 (2)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1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6:29:41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어려움 뒤에 더 큰 축복을 주시겠구나 생각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 또한 절대 원망치 않고 그분 뜻을 신뢰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다. 부상 이튿날도 몸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목발을 짚고서도 잘 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직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었고 통증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 희망이, 너무나 환한 희망이 비추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재활 훈련에 몰입했다.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다. 나뿐 아니라 히딩크 감독님, 팀 닥터들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부상 8일 만에 달릴 수 있었고 12일부터는 정상 훈련이 가능해졌다. 모든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하게 되자 팀에서는 나를 포르투칼 전에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다시 정밀검진을 받지는 않았다. 이미 뛰기로 결정했는데, 혹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음에 부담감만 더할까 싶어서였다. 곧 6월14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늘 가지고 다니던 성경책을 펼쳐 들었다. ?여호와여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밖에 도와줄 이가 없사오니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가 주를 의지하오며 주의 이름을 의탁하옵고 이 많은 무리를 치러 왔나이다? (역대하 14:11) 이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었다. 정말 그랬다. 상대는 너무 강한 팀이었고, 더구나 난 부상 후 처음 뛰는 경기였다. 정상 컨디션을 장담할 수도 없었고 부상 휴우증이 언제 덮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난 간절히 기도했다.

약한 나를 도우셔서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하나님을 의지하여 담대히 싸울 수 있도록.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들어섰다.?삑~?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라운드를 달리는데 몸이 아주 가뿐했다. 전반 3분, 마침 기회가 주어져 중거리슛을 쏘았지만 빗나갔다. 서둘러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전담 마크할 상대는 콘세이상이었다. 그를 밀착 마크하면서 파울레타에게 볼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막아 내는 것이 내 임무였다.

난 빠른 발놀림으로 그의 공을 차단했고, 결국 그는 전반 내내 한 번도 파울레타에게 볼을 주지 못했다. 피구와 격돌한 순간도 많았다.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그 세계적인 선수와 대결할 때에도 주눅 들지 않고 힘껏 달리며 그를 제칠 수 있었다. 피구의 전담 마크였던 종국이는 피구와 몸싸움을 벌이며 번번이 공을 뺏어 냈다. 후반 20분, 나는 왼쪽의 빈 공간을 파고들었는데 뒤에서 베투가 태클을 걸었다. 난 크게 넘어졌고 그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이로써 핀투를 포함해 두 명이 퇴장당한 포르투칼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후반 25분, 공을 몰던 내 눈에 골문 저편으로 들어가는 지성이가 보였다. ?길게 넣어야 해.? 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며 공을 강하게 쳐올렸다. 그 공은 정확히 지성이의 가슴에 안기더니 이내 골키퍼의 가랑이를 통과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잠시 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세계 5위의 나라를 40위인 우리가 꺾다니…. 나는 종국, 태욱과 함께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이 승리의 영광을 돌리고 싶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비추어졌다. 우리가 기도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었다. 가슴이 너무 벅찼다. 난 자랑스레 내 윗옷을 들어 올려 속옷에 새겨진?JESUS?라는 글자를 관중석을 향해 내보였다. 90분 내내 이 이름과 함께 달려왔다. ?우리 예수님이 하신 일이에요!? 내 마음은 기뻐 춤추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날 밤, 호텔 방에 돌아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하루를 돌이켜 보았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던 일이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약한 자를 쓰셔서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나 같이 약한 자를, 부상을 입어 달리지도 못했을 나를 이렇게 사용해 주시다니. 내가 무엇이관대 나를 이토록 사랑하시는지… 한참을 울었다. 너무 감사해서, 그 은혜가 너무 벅차서. 4강의 신화를 이루고 이번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믿기지 않은 승리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는 패배도 있었지만, 내게 깊이 남아 있는 건 그 경기 결과가 아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셨다는 사실이다.

깊은 부상으로 낙심하고 주저앉을 때 그분은 다가와 날 일으켜 주셨고, 순간마다 걸음을 인도하시며 나와 함께 달리셨다. 철없는 나를 한없이 사랑하시며 내 기도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시는 나의 아버지. 정말 난 이렇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 사랑합니다.

승리보다 값진 것은 /이영표(축구선수)
- 가이드 포스트 2002년 9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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