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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값진 것은 (1)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14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6:29:18
6월 1일, 우리는 폴란드 전을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몰입하고 있었다. 곧 실전 경기를 방불케 하는 미니 게임이 이어졌고, 서로 호흡을 맞추며 마지막 전의를 가다듬었다. 내 컨디션 또한 최상이었다. 난 발빠르게 내달리며 공을 향해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볼 다툼을 하다가 동료 선수의 발에 채인 것이었다. ?별 부상이 아니겠지.? 하지만 한참 얼음찜질로 다리를 식혔는데도 계속 통증이 느껴졌고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훈련을 중지하고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했다.?제가 본 환자 중에 두 번째로 심하군요.?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다며 의사는 6주 진단을 내렸다. 빨라야 3주 후에나 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은 그냥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라운드를 밟아 보지도 못한 채로…. 목발을 짚고 병원을 나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갑작스런 부상. 선수라면 특히나 두려워하는,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이었다.

99년 6월,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던 때가 떠올랐다. 세계무대에서 내 기량을 마음껏 펼치겠다는 각오로 한껏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만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무려 3개월이나 쉬게 되면서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과 아주 흡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달랐다. 부상당하고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이름이었다.?하나님…?2001년 2월, 내 앞으로 책 한 권이 배달되면서부터 그분과의 특별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 ?항상 부지런하게 뛰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책을 보내게 되어 주님께 감사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자신이 쓴 책을 보내 준 것이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쳐 들었는데, 거기에는 한때 무당이었던 그가 하나님을 믿기까지의 내용이생생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평소 난 영적인 존재에 대해 궁금했던 터라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고, 정말 하나님이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있다면 나도 믿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 중에는 신앙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왜 나한테 하나님에 대해 얘기해 주지 않았어?? 이런 내 질문에 동료들은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 했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그 책을 전해 준 분에게도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2주 후 그분을 직접 만났을 때 내 마음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다. 그래서 그분이 함께 성경공부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 점차 새로운 감격과 기쁨이 내 가슴으로 흘러 들어왔다. 정말 많은 사실들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왜 태어났으며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축구를 해야 하는지도. 월드컵. 이젠 그 경기가 단순한 국제대회로 보이지 않았다. 종국, 태욱, 그리고 우리 셋이서 함께 전도한 천수, 영민 등 크리스천 동료들과 자주 모여 함께 예배드리며 기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게 해 달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모습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해 달라고 소리 높여 기도했다. 기쁨으로 찬양하고 기도하며 서로 말씀을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연습 시작과 끝에도, 또한 연습을 하는 중에도 난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꼭 저와 함께 해 주세요.?그런데 겨우 이틀을 앞두고 내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었다. 당장 폴란드 전은 제쳐 두고라도 월드컵 엔트리 명단에서 날 제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난 마음이 크게 상했다.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이 제일 먼저 앞섰다. ?저를 쓰시려고 여기까지 데려 오신 것이 아닙니까.? 밥맛도 없었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내가 무어라도 잘못한 걸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날 괴롭혔다.

이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성경 욥기서를 펼쳤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말씀이 큰 위로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으며 난 놀라고 말았다. 욥은 무엇 하나 잘못한 것 없는 참 의로운 사람인데도 자녀가 다 죽고 재산도 모두 잃고, 거기다 심한 병에 걸리는 고통까지 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 고난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아, 이런 것이 정말 믿음이구나.? 참 부끄러워졌다.

그에 비하면 정말 작은 일인데도 난 이렇게 힘들어하며 섭섭한 마음을 품다니. 하나님을 신뢰하기보다 월드컵에만 연연하다보니 그 출전 여부에 마음이 크게 요동하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는 욥이 그렇게 고통만 당하도록 버려 두지 않으셨다. 그를 더욱 겸손케 하셨으며 그전보다 갑절의 축복을 주셨다. 그 말씀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다음 주에 계속)

승리보다 값진 것은 /이영표(축구선수)
- 가이드 포스트 2002년 9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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