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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호사입니다.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3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4:01:07
나는 바닷바람과 바다새들을 친구 삼아 살았던 촌놈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두고 서로 다른 길을 떠나버린 부모님, 그 빈자리를 할머니의 사랑으로 대신 채워가며 가슴 한구석에 아픔을 키웠던 내 어린 시절.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이 부모님 얘기를 할 때면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었던 우울한 나날들... 이런 어둡고 침울한 정서는 하나님을 만난 후에도 꽤 오랫동안 나를 붙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내가 이제 변호사이자 목사가 되어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는 증언대 위에 선 것입니다.

짧지만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볼 때 부활의 예수님은 언제나 내 마음 한가운데 살아 계셨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 저 서울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출세할 거예요." 부모님과 세상을 향해 복수하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고 결심한 후, 나는 할머니 곁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공부에만 매달렸고 결국 어려운 고시에도 합격하여 검사의 길을 걷게 되었죠. 촌놈이 정말 출세한 것 아닙니까? 그러던 제가 후배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보니 장로님들이 절 무척 사랑해주시더군요.

교회생활은 그 동안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기에 교회 출석과 성경공부에 열심을내었지만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예수님이 날 위해 죽으셨고 부활하셨다구?... 정말 절 위해 그러셨습니까?' 그런데 마음 속의 외침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어 기도하러 교회로 달려갔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말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할렐루야'를 외칠 뿐이었죠. 전심으로, 온몸으로 그렇게 간절함을 터뜨렸을 때 하나님께서 믿음을 선물로 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믿으려고 할 때는 어려웠지만 성령으로 믿어지니 쉬운 겁니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선 마음속의 간절함, 그것이면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용서가 필요한 죄인입니다. 또한 당신이 부활하셨기에 이젠 소망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도대체 왜 내가, 더군다나 죄인을 가려내는 검사인 내가 죄인인지를 깨닫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니 난 정말 흠 많고 상처투성이인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그 뒤로 나는 피의자가 나에게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면, "죄를 용서해줄 수 있는 분을 소개해 드리지요." 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의 심정과 같은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변했는데 어떻게 나와 같은 처지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들은 저를 '할렐루야 검사'라고 불렀고 저는 그리스도를 전하는 삶이 너무 황홀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 여죄수가 있습니다. 검사실에서 만난 그 여인의 이력을 살펴보니 결손 가정에 불행한 과거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결손 가정과 불행한 과거...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았죠.

조사를 마친 후 그녀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가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30분씩 나와 성경공부를 합시다." 이렇게 검사실에서 제자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후 15년형을 선고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는데 그날 아침 교도소로 그녀를 찾아가, "이제 짧지 않은 세월을 갇혀 살아야 하겠지만 예수님 안에서 살면 그곳에 천국인 겁니다."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녀도 울고 나도 울었습니다. 헤어짐이 슬프기도 했지만 죄의 그늘에 억눌려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을 수렁에서나마 건지시는 하나님을 만난 기쁨과 감격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음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자신을 궁지로 몰아갔던 환경이나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아직도 용서할 수 없는 한 사람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를 떠나간 어머니... 나는 한 때 어머니를 찾았었죠. 보고싶은 마음보다는 대체 어떤 분일까하는 호기심으로 말입니다. 수소문 끝에 어머니라는 분을 만났는데 어쩜 나와 그렇게 꼭 닮으셨는지... 신기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우셨지만 나는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았습니다. 헤어져 있던 긴 세월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어머니는 변호사가 된 나를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너는 낳기만 하고 키우지 않은 날 원망하며 살았겠지만, 나는 어미로서 자식을 떠난 괴로움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다..." 무슨 말이든 해야겠는데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나만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는 나보다 더한 억눌림 속에 일생을 사셨구나...'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어머니를 미워하며 살아왔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 때문에 가슴아파하지 마십시오. 저를 용서해주세요...

" 다시 어머니를 만나 그 얼굴을 보자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그동안 꿈쩍 않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내려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울고 계셨습니다. 용서의 눈물이었고, 죄의 사슬에서 놓이는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내 생명뿐만아니라 내 아픔까지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나와 어머니와의 깊은 아픔에도 찾아오셔서 부활의 능력을 베푸셨던 것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던 원망과 분노를 치유하신 주님, 모든 죽었던 것들을 깨워 일으키시는 부활의 능력. 나는 비로소 진정한 용서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맛보았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어디서든 그 주님을 증거할 것입니다. 바로 이 법정에서도 외치고 싶은 것입니다. "할렐루야, 주님이 우리를 위해 부활하셨습니다." (주명수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정현' 대표 변호사이다.)

나는 변호사입니다/주명수 변호사
-낮은 울타리 2002년 4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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