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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부부가 사랑하며 사는 법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61 추천수:18 112.168.96.71
2014-11-25 13:58:05
17년 전 여름, 뮤리얼과 나는 황혼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지금 뮤리얼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늘 한밤중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따금씩 새벽이 언제 다시 올지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치매가 그렇게 이른 나이에 찾아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며 고통이 얼마나 길지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내 아내 뮤리얼은 말을 잃었어도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아내의 온화하고 사랑스런 모습이 몹시도 그리워질 것이다. 그렇다. 물론 성가실 때도 있지만 자주 그런 건 아니다. 아내에게 화를 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일뿐이다.

그런데 나도 완전히 이성을 잃어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한 적이 있다. 아내가 아직 거동은 할 수 있어서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던 시절에 나는 바로 그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야 말았다. 어느 날 아내가 화장실 앞에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서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금새 알아채고 얼른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오물을 닦아주려 했다. 그런데 아내가 몹시 민망해하며 강하게 거부했다. 아내가 그렇게 고집만 부리지 않았다면 별로 어렵지 않을 일이었다. 아내의 고집 때문에 나는 점점 더 답답해졌다.

결국 나는 아내를 가만히 서 있게 하려는 마음과 내 조급증에 못 이겨 아내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다 해도 나아질 리 없건만 나는 그렇게 하고야 말았다. 세게 때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평생 처음 당하는 일이라 아내는 화들짝 놀랐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내 행동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44년간의 결혼생활에서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아내에게 손을 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내에게는 내가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데…. 그때의 심리적 충격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날들이 필요했다. 얼마 전에 젊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지치지 않으세요?" "지치냐고? 물론 밤엔 지치지.

그래서 매일 밤 잠자는 거 아닌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제 말씀은…." 그러면서 젊은이는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힘드냐고? 아니, 난 별로 힘들지 않다네. 난 이 사람을 돌보는 게 좋아. 이 사람은 내 보석인걸." 사랑이란 관계가 오가지 않으면, 육체를 나누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또는 어느 한쪽이 자신의 짐을 지지 않으면 곧 증발해 버리는 것이라고들 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그 경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사랑 뮤리얼이 더 이상 배우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사랑이란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 내 아내 뮤리얼은 내게 기쁨이다. 우리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를 돌봐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추억들 역시 내게 도움이 된다. 고맙게도 뮤리얼은 내 마음의 벽장에 가장 좋은 추억들만 저장해 주었다.

나는 종종 아내가 보여 주던 특별한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지난 날 아내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삶에 강하게 집착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웃기도 한다. 아내는 몇 달 동안 조리 있는 말이라곤 단 한 마디도 해 보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된 문장이나 대화로 치자면 아내는 몇 년 동안 말을 해 보지 못한 것이다. 가끔 아내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며 말을 하려고 애쓴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예전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걸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1995년 2월 14일이 되었다. 우리에게 발렌타인데이는 언제나 특별한 날이었다. 1948년 2월 14일, 그 날이 바로 뮤리얼이 내 청혼을 받아들인 날이기 때문이다. 1995년 발렌타인데이 전 날 밤, 나는 아내를 목욕시킨 후 잘 자라는 키스를 하고 나서 아내를 위해 기도했다. "사랑하는 주님, 당신께서는 저보다 아름다운 뮤리얼을 더 사랑하십니다.

이 사람을 오늘 밤에도 지켜주시고, 당신의 이 딸에게 천사들의 노래를 들려주소서."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내의 발치에서 자전거 운동을 하며 오래 전 행복했던 연애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뮤리얼이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더니 이윽고 눈을 번쩍 뜨고는 예전에 그랬듯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내의 수정처럼 맑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여…보…여보." 나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아내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래, 나야 나. 여보, 당신 정말 나 사랑하지, 그렇지?" 아내는 나를 바라보다 내 등을 두드리며 그녀가 할 수 있는 단 한 마디 말로 대답했다. "여보, 행복해요." 주님 좋습니다. 정말 너무나 좋습니다.

이 노부부가 사랑하며 사는 법/로버트슨 맥퀼킨, 켈리
스미스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외 편저/나이들어 가는 것의 아름다움/ 씨앗을 뿌리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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