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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하시는 분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11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3:53:45
금년에 나는 여러 번 울었습니다. 사막의 땅 L.A에서는 다른 어떤 화초보다도 선인장이 잘 자라, 좁다란 아파트 베란다에 수십 여종의 선인장을 길렀습니다. 선인장의 왕성한 생명력은 걸핏하면 엎드러지려는 내 신앙 생활에 견고한 지팡이가 되어 주었고, 엉겅퀴와 가시덤불뿐인 내 영혼의 뜰에는 주님이 자주 찾아와 주시지 않았지만 선인장 꽃들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아파트 뜰에는 자주 오셔서 생기를 부으시고 쉬어 가시는 듯 싶었습니다. 병들어 죽어가던 선인장 뿌리를 잘라내고 입원 시켜 가까스로 살려냈던 한 쌍의 선인장이 이년만에 찬란한 꽃을 피우던 날, 비둘기 한 쌍이 우리 선인장 꽃밭 속에 날아와 둥지를 틀더니 두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남편은 아주 귀한 손님이라도 맞아드리 듯 시멘트 바닥에 알이 으깨질 새라 둥지를 손보고 사막의 뙤약볕을 가려주려고 조그만 양산까지 받쳐주었습니다.

비둘기가 알을 품을 때, 아내 비둘기만 알을 품는 게 아니고 아내와 남편이 번갈아 한 정성으로 알을 품는다는 사실도 우리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6월. 갖가지 색깔의 선인장 꽃봉오리가 여기 저기서 터지고 꽃향기가 뜰을 가득 채우던 날, 두 개의 알 중에 한 알이 먼저 깨어지고 드디어 알속에서 젖은 비둘기 한 마리가 애처롭게 태어났습니다. 나는 들뜬 목소리로 남편에게 외쳤습니다. "여보! 우리 뜰에 창세기의 천지창조가 펼쳐졌어요! 새들이 태어나고 꽃들이 피어나네!" 천상의 색깔을 자랑하는 갖가지 선인장 꽃들의 훈향속에 새 새끼의 꿈틀거림은 천지창조의 신비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끊질긴 인내로 알을 품어 새끼를 태어나게 한 부부 비둘기가 대견하고 또 대견해서 미역국 대신 맑은 물을 떠다 받쳤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이었습니다. 금요 철야 예배에 나가서 비둘기 새끼의 무사를 위해 기도 하다가 나는 그만 격식 없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물처럼 태어나 꿈틀거리는 새의 모습과, 새처럼 말구유에 비천하게 태어나셨던 우리 예수님의 모습이 오버랲되면서 그분의 생애가 죽음을 위한 생애셨고 그분이 잠시나마 쉬신 곳은 비천한 말구유요 죽음을 위한 십자가 위에서 뿐이셨다는 자각이 느닷없이 제 심장을 찔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님이 제게 말씀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내가 괴로워한 그 사랑을 네가 정녕 얼마나 알았는가고! 너의 죄 때문에 납이 달린 채찍을 맞아 갈기갈기 찢어지고 상하고,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피 흘린 내 사랑을 네가 정녕 얼마나 알았는가고! ' 나는 대답했습니다. 모른다고! 아직도 그 무한의 자비와 사랑을 다 모른다고! 그 사랑 아직 다 몰라서.....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만 입혔노라고 정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내 사랑 안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네 생명까지 바치는 법을 배우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은총이 밀물처럼 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이십 년간 주님을 내가 사랑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시늉뿐이었음을 절절하게 깨닫게 하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주님의 은혜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쳐 깨어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알이 어느 날 아침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미가 박절하게 베란다 아래로 굴려버린건가 싶어서 내려다보았지만 떨어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알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깨어진 조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없어짐에서 저는 또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은혜 안에서 죄악을 깨고 태어난 생명은 영원한 생명으로 살겠으나, 깨어지지 않는 생명은 그렇게 멸망해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단순하지만 무서운 진리를 만나게 한 것입니다.

비둘기 부모는 태어난 새끼를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먹였습니다. 물에 젖은 모습으로 애달프게 태어났던 새끼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더니 양 날개가 눈부시게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미만큼 자라나서 날아야 할 때가 됐을 때, 어미 비둘기는 아기 비둘기의 정수리를 쪼아대기 시작했습니다. 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날아오를 준비를 하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새끼 비둘기가 마냥 응석을 부리며 날지 않자, 이번에는 아빠 비둘기가 더 날카로운 부리 짓으로 아기 새끼의 정수리를 사정없이 쪼아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가 곁길로 그릇 갈 때, 영적으로 게으를 때, 고집 부리고 불순종 할 때 사랑의 매를 드시는 주님의 손길과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마침내 새끼 비둘기는 엄마 아빠의 부리 짓을 견디지 못하고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날갯짓을 시작했습니다. 그 날갯짓 소리가 얼마나 장엄한지, 내 귀에는 천지창조의 굉음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비둘기는 마침내 홰를 치며 용솟음치듯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습니다. 그 눈부신 날갯짓은 하나님께 장엄한 영광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20년동안 주님을 그렇게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한번도 그 분을 향해 비상하지 못했던 내 앉은뱅이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었고, 또다시 격식 없는 눈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만이 보실 수 있었던 내 앉은뱅이 신앙의 정수를 보여주시려고 그분은 우리 작은 아파트 뜰에 천지창조를 이루시고 한 마리의 비둘기를 길러내셨던 것입니다. 나는 엎드려 흐느끼며 회개의 기도를 올리고 그분께 간구 했습니다.

부디 절벽 같은 내 귀를 이제 그만 열어주시고 내눈에 비늘을 떼셔서 눈멀음도 쫓아주시고, 내 영혼의 뜰 안에 생장한 엉겅퀴와 가시덤불을 모두 제해 주셔서 비둘기처럼 하늘높이 비상해, 오로지 당신과만 교제하고 싶다는...... 그런 간절한 기도를 끝내고 눈을 들었을 때, 흡사 주님의 응답인 듯 비둘기 세 마리가 아파트 베란다 철책 위에 사뿐 사뿐 사뿐 날아와 앉았습니다. 세 마리 중 다리가 새빨간 비둘기가 새끼 비둘기라는 싸인 을 보내며 그 동안 둥지를 보호해준 집주인에게 무한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응답이 너무나 신비하고 감사 해 나는 또다시 격식 없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나를 울게 하시는 분/나연숙(방송 작가)/주부편지 2002년 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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