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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투성이의 예물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78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3:49:30
올해는 제게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형제와 화목하지 못함'으로 인한 그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께 화목의 예물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목. 그것은 제가 결혼할 때 친정아버지께서 첫째로 꼽으신 덕목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 가르침대로, 화목의 화신이라도 되듯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생겼습니다. 동업하던 매형과 남편의 회사가 부도가 난 것입니다. 불신과 오해, 분노와 원망으로 남편은 시누이와는 물론 '네가 참아야지' 하는 부모님과도 의절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후의 세월은 저희 가족에게 몹시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경제적 타격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힘든 것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남편이었습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남편 몰래 시댁과 시누이 댁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섣부른 화해의 노력은 남편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분노에 불을 지피게만 했습니다. 저는 시댁에 양해를 구하고 발길을 끊었습니다. 잠시라 생각했던 세월이 길어졌습니다. 남편의 마음에 난 '쓴 뿌리'의 독은 다른 사람 아닌 남편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상하게 했습니다. 과묵해도 정이 많던 남편은 더 말이 없어졌습니다. 상처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과도, 어떤 사람과도 접촉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안에 생긴 출입금지 구역은 너무나 견고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꽤 까다로워진 아빠를 피했습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그래서 용서란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부모님을 찾게 되었지만, 시누이네에 대한 남편의 거부는 여전히 완강했습니다.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려라'는 말씀이나 '주기도'를 할 때는 용서와 화해라는 말이 비수처럼 제 마음을 찔렀습니다. 제가 바랄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는 간절히 구하면 주님의 때에 이뤄주실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눈물로 뿌린 기도의 씨앗은 싹을 틔우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화해는 가망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 가을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낼 어느 목사님의 책을 교정보다가 저는 놀라 소리쳤습니다. "어머! 아니! 세상에!" 새벽마다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 그 교회 권사의 이야기였습니다. 분노와 오해로
심령이 상한 동생을 위해 용서를 빌며, 그 영혼을 회복시켜 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다는 권사는 바로 남편의 누나, 제 시누이였습니다. 기도는 저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나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 표시를 해서 남편에게 보였습니다. 제 앞에서는 본체도 않던 남편의 눈이 나중에 보니 빨개져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그렇게 낭비한 세월이 15년이 다 됩니다. 아무 일없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올 성탄,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화목의 예물을 드리며 다신 모인 저희 가족은 감사와 기쁨의 눈물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주부편지 2001년 12월 호 중에서-

구두 수선공

어떤 도시에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 있었다. 그는 늘 나무망치를 들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일했다. 그의 이웃에는 돈 많은 은행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가는 너무나 바빴다. 그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고 잠시 눈을 붙인 다음에는 부리나케 침대에서 일어나 일터로 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늘 잠이 모자랐고 피곤했다. 더구나 새벽에 잠이 들면 구두 수선공의 커다란 노랫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화가 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을 집으로 불렀다. 그러고는 아주 거만한 태도로 물었다. "당신은 1년에 돈을 얼마나 버는가?" 구두 수선공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지요. 그래서 돈을 모으거나 계산해 본 일도 없습니다. 그날 벌어서 그날을 사니까요." "그럼 하루에 얼마나 버는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죠. 하지만 버는 만큼 먹으니까 문제되진 않아요. 곤란한 건 노는 날이지요. 그런 날은 성당에 갑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어요. 배는 고픈데 사제의 설교는 길고 늘 성인들 이야기만 하거든요." 화를 내려던 은행가는 그의 솔직하고 선량한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돈을 좀 주지. 앞으로 끼니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새벽에 노래는 부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내가 잠을 자야 하거든." 구두 수선공은 돈을 받아들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구두 수선공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가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해진 것이다. 처음엔 벽에 구명을 뚫고 그 안에 숨겨 두었지만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그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사라졌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구두 수선공은 바짝 마른 몸으로 은행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감추어두고 있던 돈을 은행가에게 돌려주었다. 은행가가 화들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아니, 내가 준 돈이 적은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돈보다 노래와 잠이 더 소중합니다. 돈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즐겁게 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라퐁덴 우화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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