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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586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3:33:24
"누구든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수 없다"
이 한편의 동화가 갈증을 적셔 주는 한 방울의 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싸리골 둔덕에 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째-앵, 쨍.”
개울의 얼음장 금 가는 소리가 하루종일 들렸습니다.
“얘들아, 어서 일어 나.”
소소소 봄바람이 마른 풀더미를 헤집으며 풀씨들을 깨웠습니다.둔덕에 바위가 하나 있었습니다. 누가 일부러 깨뜨린 것처럼 중간에 좌악 금이 간 바위입니다.
그 금 안쪽 어두운 곳에 풀씨 하나가 곤히 자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높새바람이 어디선가 싣고 와 떨어뜨린 것입니다. 풀씨는 한창 봄이 무르익는 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하루종일 햇볕 한 올 들지않는 음습한 곳이라 봄이 온 것도 몰랐습니다. 민들레, 제비꽃, 개나리가 다투어 꽃울 피울 무렵에야 풀씨는 겨우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습니다. 고개를 길게 빼고 바위틈 사이로 살짝 내다보던 풀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 어쩜 좋아. 나만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네.”둔덕엔 벌써 풀꽃들이 만발하고 나비들이 날고 있습니다.
풀씨는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정말 이젠 싹을 틔우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바위틈의 풀씨 하나쯤 싹을 틔우든말든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 슬펐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누가 아는 척이라도 해 주었으면….

그때 개미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개미는 풀씨를 보자마자 덥석 삼키려고 했습니다.
풀씨의 까만 눈에서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굴러내렸습니다. “넌 살아있는 풀씨구나.”
개미는 풀씨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난 살아있어도 아무 쓸모없는 풀씨야.”
풀씨는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여왕님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고 하셨어.”“하지만 난 싹을 틔울 기회를 놓쳤단다.”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보렴.”
개미는 풀씨를 햇볕 잘 드는 민들레밭에 물어다놓고 떠났습니다. 혼자 남은 풀씨는 개미의 말을 곰곰 새겨보았습니다.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보렴.’
개미의 말이 방망이처럼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풀씨는 가만가만 발을 뻗고 허리를 펴보았습니다.
“아얏!”갑자기 등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습니다. 풀을 뜯던 염소의 발에 사정없이 밟힌 것입니다. 캄캄한 어둠이 풀씨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햇님을 향해 팔을 뻗기위해 풀씨는 몸부림을 쳤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부지런히 수액을 뽑아 올렸습니다. 남들이 한창 꽃을 피울 무렵에야 풀씨는 겨우 떡잎 두장을 매달았습니다.“잰 지진아인가 봐.”민들레가 키들거렸습니다.

“호호호.”“하하하.”다들 웃었습니다. 풀씨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봄이 지나갔습니다. 둔덕을 노랗게 물들이던 민들레도 머리가 하얗게 세었습니다. 그 하얀 민들레 밭에 노란 나비들이 날아왔습니다.
“어디서 좋은 향기가 나는데?”
“여기야! 어머, 제비꽃이잖아? 다른 꽃들은 벌써 다 져 버렸는데….” “글쎄말야. 이렇게 예쁜 제비꽃은 처음이야!”풀씨 아니 제비꽃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굴러 내렸습니다.

조임생/ 동화작가 -목마르거든 2001년 4월 호 중에서-


우리들의 갈색 코트

플로리다 주로 이사오면서 난 가장 즐겨 입던 갈색 격자무늬 외투만 빼 놓고 겨울 옷가지들을 모두 없앴다. 담요처럼 포근한 그 외투는 깊숙한 큰 주머니가 있어서 손을 푸욱 집어넣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선샤인 주(플로리다 주의 애칭; 편집자 주)에 사는 동안 가끔씩 아주 추운 날에 꺼내 입을 생각으로 외투를 옷장 안에 걸어 두었다. 얼마 후, 나이가 지긋한 친구 매티를 알게 되었다. 플로리다처럼 따뜻한 곳에서도 매티는 종종 날씨가 쌀쌀하다고 불평을 했다. 하루는 매티에게 내 낡은 외투를 빌려 주었다. 외투를 폭 감싸 안 듯 걸쳐 보며 매티가 미소지었다. 매티는 그 외투를 아주 맘에 들어 했다. 매티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늘' 춥다고 하소연했는데 결국 나는 그 외투를 매티에게 주고 말았다. "다 입고 나면 꼭 돌려 줄께요." 그냥 가져도 된다고 했는데도 매티가 약속을 하며 말했다.

매티는 남은 여생을 거의 그 옷을 입고 살다시피 했다. 매티가 세상을 떠난 후, 외투를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매티의 집에 갔을 땐 벌써 옷가지들이 다 처분되고 난 뒤였다. 우리 둘 다 그렇게 좋아했던 외투가 없어져 너무 서운했다. 하지만 매티가 주님의 따뜻한 품에 안겼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몇 해가 지난 후, 알뜰상점의 숙녀복 진열대를 여기저기 뒤져 보다가 매티에게 빌려 줬던 바로 그 갈색 외투를 발견했다. 매티와 함께 나눴던 따뜻했던 우정을 기억하며 그 옷을 샀다. 집에 돌아와 외투를 옷장에 넣어 두었다. 갑작스런 한파가 몰려온 어느 날, 그 외투를 꺼냈다. '오늘 같은 날씨엔 딱 좋을 거야.' 외투를 걸치고 앞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었는데, 종이 쪽지 같은 게 느껴졌다. 꺼내어 읽어 봤다. "새라, 외투를 빌려 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요. 매티가."

가이드 포스트 98년 8월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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