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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내 영혼 평안해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07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3:25:06
한 소년과 아버지의 대화입니다. "얘야,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 몰라요." 소년이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건 운동화 때문이었습니다. 소년은 지난 주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낡은 운동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이만 저만 창피를 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로 아빠께 운동화 얘기를 얼핏 했지만 벌이도 신통 찮은 요즈음 아빠에겐 그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다시 야외에서 하는 체육시간이 내일로 다가오자 소년을 그 찢어진 운동화를 신을 수도 없어 학교에 안 갈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얘야, 일어나야지. 학교 갈 때 밥 먹고 가거라. 도시락도 싸 놓았으니 가져가고…." 오늘따라 왜 그렇게 아빠가 서두르시는지 소년은 아빠가 밉기만 했습니다. '엄마가 살아 계셨더라면 틀림없이 새 운동화를 사주셨을 텐데….' 소년의 엄마는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다가 지난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그 동안 살던 곳을 떠나 이곳에 이사와서 살게 된 것입니다.

오늘 아빠에게 소년이 운동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인 아빠가 그 동안 아무 일도 못하다가 시(市)에서 주는 일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속상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훌쩍이던 소년은 울음을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가방을 메고 신발을 찾으러 문턱에 앉았다가 소년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신발장 위에는 하얀 바탕에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 운동화가 놓여있었던 것입니다. 새것이 아닌걸 보니 어디서 주워온 듯 싶었습니다. 몸도 불편한 아빠는 저 신발을 닦느라 무척 고생하셨을 겁니다. 하얀 운동화를 집어드는 소년의 눈에 조그만 쪽지가 보였습니다. 『아들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발걸음으로 살거라.』
<오병이어> 20호에서 발췌한 글

내 영혼 평안해

이른 아침 환자의 수술 소식을 듣고 아무도 없는 병실 복도를 지날 때였다.‘집중 치료실’ 이란 푯말이 붙은 곳에서 다급하게 흘러나오는 애절한 외침이 들렸다.“엄마! 엄마 왜 그래! 눈 좀 떠봐, 응 눈 좀 떠보라니까? 엄마….”여인의 울부짖음을 뒤로하며 그 곳을 지나려니 며칠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날 오후 늦은 시간, 마침 호스피스 강의를 시작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오랫동안 간경화로 투병하다 약 3년 동안 우리의 섬김을 받으며 투병하던 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오랜 투병의 고통스러움을 아는 나는 이젠 평안을 찾았을 그 분에 대해 오히려 안도했다.

강의가 끝나고 핸드폰에 저장된 메시지를 들어보니까 2시간 전에 소천 하신 줄 알았던 그 분이 다시 깨어나 집중 치료실로 옮기셨다는 것이다. 급히 집중 치료실로 찾아갔더니 그 분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힘들어하고 계셨다. "집사님 나 박목사요! 염려도 말고 두려워도 말고 집사님 마중 나온 천사와 함께 천국에서 영원히 예수님과 함께 사세요. 그리고 우리 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요!” 그렇게 인사하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찬송가 470장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 내 영혼 평안해.” 이 찬송과 함께 다른 평안의 찬송들을 불러 드리니 그 분은 괴롭게 내 쉬던 숨들을 평안히 내쉬며 임종을 준비해 가셨다.

이제 환자에게 남아있는 온전한 곳은 청력인 것을 알기에 그 분의 귀에 가까이 가서 시편 23편을 읽어 드렸다.“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까맣게 타들어가던 환자의 얼굴과 입가에 잔잔히 피어오르는 미소를 보면서 모든 식구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의 임재를 느꼈다. 그리고 “아! 엄마가 너무도 평안하다!”며 눈물로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감사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임종하는 순간, 별로 확신이 없던 아들은 건강한 어머니가 여러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이 놀라운 경험은 불신의 아들이 믿음의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어머니 평생의 기도제목이기도 했다. 천사와 함께 천국으로 떠나는 어머니, 자신도 그렇게 천국을 가기 위해서 믿음의 결단을 하게 된 것이다. 복도를 지나자니 마음의 안타까움을 가눌 수 없다. 지금 저렇게 울부짖는 자매에게도 영원한 생명의 소망이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슬픔 뒤에 있을 영원한 위로를 위해서라도….

-목마르거든 2000년 1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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