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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여름 날의 섬김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8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51:18
증기탕처럼 후덥지근한 열기가 여름날 오후 기분을 짜증스럽게 마무리 하려나보다. 오늘은 유월 스므날 저녁 9시 뉴스 5분전 쯤, 나름대로 생활 전선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아내도, 고 1이 되어 이모저모로 멋을 연출하는 막둥이 주미도 고 3이 되어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연이도 다 한 지붕 밑에 있는 시간이다. 문득 난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던 대사를 치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부 성경 공부 시간에 내 주었던 숙제 세족식 때문에 마음 편하지 않았는데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묵상을 하였다.

만왕의 왕이시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엇 때문에 제자들의 얼굴도 아닌 가장 지저분한 발을 씻겨 주었을까? 좁은 소견으로 그 어떤 명쾌한 해답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성경을 열고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장면을 읽고 또 읽었다.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가로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기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베드로가 가로되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저희 발을 씻기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요 13:5-15)"

"그래 온 가족 함께 세족식을 하자" 순간 각자 일에 몰두해 있는 가족 모두를 불렀다. 무더운 여름밤 조그마한 파티라도 있는 줄-실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파티가 종종 있었다.-알고 모인 식구들에게 오늘 저녁 계획을 말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아버지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어느새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양은대야와 비누와 수건, 의자... 먼저 아내의 발을 씻기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식사 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 신 것은 그 때 제자들이 서로 누가 크냐고 다툴 때였다. 예수님은 너희 중에 큰 자가 먼저 섬겨야 한다는 교훈을 몸소 행하신 것이다.

발을 씻기던 손을 멈추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혼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을 맡긴 아내의 표정은 마냥 황홀감에 취해 있었다.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우리 가족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시간 까지 몸 안사리고 수고하는 아내의 노고를 백분의 일이라도 알아 줬으면......본인 하나를 위해서라면 지금처럼 피곤하고 지치지 않았을 텐데......나는 정성을 다해 닦고 비누칠하고 꼼꼼하게 발가락 사이사이 마디마디 손으로 어루만지며 씻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샤워기로 깨끗이 물을 끼 얹은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다음은 주연, 그리고 주미가 마지막...

이윽고 내 차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다. 아내의 따뜻한 손길에 발을 맡기고 나니 조금전 그 황홀한 표정이 의도적이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보다 세배, 네배, 다섯배 더 정성을 다하여 씻어 주었다. 발씻김을 받으며 말씀이 다시 생각이 났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막 10:43-45)"

내가 조금 섬기니까 그 섬김이 열배 스므배로 열매 맺혀 왔다. "그래 오늘 밤은 모두 편안하게 잘 들자 그리고 내꿈 꿔

어느 한 여름 날의 섬김/김태경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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