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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2209 추천수:19 112.168.96.71
2014-11-25 10:41:54
시카고에 있는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에서 간사로 봉사하던 시절 중증 소아질환 아이들을 매일같이 접하면서 내 믿음은 흔들렸고, 특히 어린이들이 죽는 그 참혹한 일을 당할 때마다 신앙의 곤혹스런 시련을 겪었다. 아이들과 마지막 작별을 할 때마다 신체적인 죽음으로 그 아이의 생명이 정말 끝났다는 것을 선명하게 금 긋기가 힘들었다. "잘 있어요!" 작은 몸집에 대머리가 된, 볼이 얼룩다람쥐 같은 남자아이가 앙증스럽게 말했다. 토비는 부근에 있는 아동전문 의료원에 외래 치료를 받으러 가기 위해 떠나는 참이었다.

그 날따라 토비는 좀처럼 짓지 않는 미소까지 내게 지어 보였다. "그래, 또 만나자." 이 열 살 난 소년의 미소에 답하며 그렇게 말했다. "왜 늘 잘 가라는 말 대신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는 거죠?"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거야 네가 틀림없이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지! 난 너희들이 건강 해져서 집에 돌아가게 될 때까지는 잘 가라는 인사를 하기 싫단다. 너하고 나는 앞으로도 서로 종종 만나게 될 테니까." 토비가 엄마와 함께 두 블록을 걸어 병원으로 떠나던 1980년의 그 따스하고 화창한 날 아침, 나는 다시 "잘 가라"는 인사를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그 아이에겐 작별을 할 수 없었다. 어떤 결말이 우리를 떼어놓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잘 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영원히 가라는 말이 될까 봐서였다. 치료를 받고 돌아왔을 때 토비는 완전히 진이 빠져 있었고 병색이 완연했다. 토비의 백혈병이 최종 단계까지 진행되어 이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토비가 살 수 있는 가망은 거의 없었다.

그 해 추수감사절 우리는 토비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병원 침상에서 맥도널드 하우스로 데려오는 일을 주선했다. 휠체어에 앉은 그는 너무 기운이 빠져 놀 수도 없었고 너무 아파서 먹을 수도 없었다. 토비는 우리 모두와 함께 '월트 디즈니 월드'에 갔던 일과, '에리 크라운 극장'에 갔던 날 밤에 피터팬 연극 공연 중 샌디 던컨이 그의 머리위로 날았던 일, '한 번에 한 단 계씩'이라는 여름 캠프에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그 해 12월 나는 임종의 순간을 맞으러 병원에 불려 갔다. 졸고 있는 토비를 지켜보며 나는 그 애 얼굴의 모든 것을 기억에 담아 두고자 했다. 몰핀 주사에 취해 몽롱해 있는 동안 토비의 어머니는 그의 얼굴에서 땀을 닦아 내었고, 나는 주스를 한 모금씩 마시도록 도와주었다. 순간 순간이 토비에겐 고통이었고 그의 신음소리는 우리의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토비가 나에게만 은밀히 말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일어섰다. 단 몇 분 동안 방을 나가 있는 것일지라도 그녀의 목소리엔 걱정이 가득 배어 있었다.

어머니가 복도로 걸어나가자 토비는 눈을 들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부탁드릴 게 있어요." 토비가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 순간 토비의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엔 그가 제발 죽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곧 그에게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겠다고 대답했다. "제 엄마를 돌봐 주세요." 그는 무척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저를 너무도 그리워하실 거예요. 엄마에겐 제가 전부였거든요." 나는 그 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러마고 약속을 해주었다.

잠시 후 그의 어머니가 돌아와 옆에 앉아 그의 손을 붙들었다. "너무 힘들어요," 하고 토비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는 "미안해요." 라는 말을 입가에 올렸다. "아가야,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년 사과할 일이 전혀 없어, 아무 것도...." 한 번 더 의식을 되찾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의 풀린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늘 그랬듯이 또만나자고만 하세요. 왜냐하면 하나님의 집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거니까요. 약속해요."

토비가 말했다. 나는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으며 말했다. "그래 토비야 또 만나자." "제 손을 더 꽉 잡아 주세요."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녀는 아들의 말처럼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그를 언제나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구절을 말씀해 주세요." 토비는 눈을 감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어머니는 시편 23편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토비는 끝까지 듣지 못했다.

그 날 나는 '잘 가라'는 말이 결국 옳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설교도 토비의 마지막 말만큼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그의 말속에서 전연 뜻밖의 방식으로 진리의 음성을 들었다. 이 어린아이의 단순한 믿음은 틀림없이 그를 기다리고 계시는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이 세상에서의 삶을 떠나가는 것임을 얘기해 주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말아요/조디 글린 앤더슨
(가이드포스트95년 10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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