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열린마을 열린이야기

열린이야기

게시글 검색
영원한 미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578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0:40:14
남편이 쓰러진지 3년. 언어기능까지 잃어버린 남편 곁에서 나는 눈물의 기도와 애원, 몸부림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투병생활도 마지막, 응급실로 실려간 남편은 임종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순간 한순간 우리들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얼마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이 짧은 시간에 내가 남편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무엇일까. 이 마지막 시간에 그에게 줄 수 있는 온전한 사랑... 나는 그 순간 전율했습니다. 남편이 건강하게 내 곁에 있을 때 왜 일찍이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평상시에 남편을 위하여 최선의 사랑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지 못했을까.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그것만을 분명하게 요구하시고 명령하셨는데 나는 왜 남편을 그렇게 사랑하지 못했을까. 벽에다 머리를 짓찧고만 싶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헐떡거리며 찾아다닌 것은 삶의 껍데기들 이었습니다. 좀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하여, 남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좀 더 나은 집, 좀 더 안락한 조건들만 성취하려고 발버둥질 쳐 왔습니다. 신앙 또한 눈에 보이는 겉껍질만 가꾸느라고 바빠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본질에 대하여 눈 멀은채. 그러면서도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신앙인이라고 자만했었습니다.

이 모든 쓰라린 자책감은 남편과의 이별 그 자체보다도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나에게 오해를 받고 싶어하시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까지도 내 삶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기적인 신앙. 주님께서는 더 이상 그러한 오해를 받고 싶어하시지 않는다는 공의로운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삶의 조건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으로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모독한 것이라는 자책감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결혼생활 14년. 나는 늘 하나님의 의를 먼저 구하면서 살아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되기를 원했던 남편과, 신학하기를 원했던 나 사이에서 언제나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적인 수양과 덕목에서 나보다 훨씬 뛰어난 남편을 바라보며 위선이라 단정했고, 나 자신의 인격적 결함은 원죄를 인정하는 기독교적 실존의 참모습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마지막 시간을 무의식 속에서 헤매며 누어있는 남편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비로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참 존귀한 그를 새로 만났습니다.

진정 신비한 눈뜸이었습니다. 그는 언어의 기능을 잃었지만 우리는 눈으로 말없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보 미안해요, 미안했어요. 용서하세요.' 말했고, 남편은 '알아! 이해하고 말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사람이었고 남편이었으며 아빠였고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충분한 행복의 조건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우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속에서 우리 결혼생활의 가장 아름다운 사연이 엮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멋있게 살거야.' 내가 대답했습니다. '천국은 아름다울 거예요.' 평소의 대화처럼 동문 서답이었지만 우리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한 소망이 넘치고 있었고, 그것은 그 동안 우리가 얻었던 그 어떤 만족보다 진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별의 순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는지 가슴이 막혔습니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연출가이신 하나님께 우리 세 식구를 전적으로 맡긴다는 강한 용기가 나를 격려하고 있었습니다. 영원 속으로 그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에, 비로소 평소에 꿈꾸던 참사랑의 본질을 체험하는 벅찬 감동 속에 잠겨있었습니다.

그는 가야만 했습니다. 아이와 나는 아빠가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고 하나님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아빠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십사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먼저 가세요, 천국에서 만나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너무 고집스러웠지요.' 나의 이 마지막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죽음은 평화스러웠고 비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숨을 거두는 순간, 오히려 그가 부러웠습니다. 나는 울 수가 없었습니다. 강하게 역사 하시는 성령님의 임재가 나의 통탄을 억제하시며 조용히! 조용히 하라고 강권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떠나는 남편의 장도를 살아남아 있는 나 자신의 슬픔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성령님의 명령을 복창했습니다. '용감해라. 기쁘게 살아라. 기쁘게 고통을 감수해라. 그것만이 영원 속에 거하고 있는 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너의 사랑이다.'

나는 미소로 응답했습니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슬픔이 치받칠 때마다 나는 주님을 향하여 미소를 드렸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울면서도 주님을 향하여 웃었습니다. 그것은 내 슬픔을 승화시켜 주시는 주님의 능력을 찬양하는 나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이 기가 막힌 이별 속에서 참사랑의 행복을 얻게 해 주신 하나님을 향하여 나는 오늘도 미소를 띄워드립니다.

영원한 미소 / 아름다운 아내가 된 C 집사
-주부편지2000년 1월호 중에서-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