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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은 이유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808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37:47
웨인 몽고메리
A 꼬씨 결혼하신 지 3년째, 아기도 생겨 행복하실 당신이 뜻하지 않은 고뇌를 만나고 있는 모양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은 지난 반 년 가까이나 당신에게 통 말을 하는 일이 없었다고요? 그 원인을 알려고 말을 붙여도, "별로". 하고 대답할 뿐이라니 오죽이나 걱정이겠어요! 남편께서 우울병은 아닐까 라고 당신은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혹은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요. 참고 삼아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부부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 분들이 둘 다 30대였을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2년쯤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신혼 당시는 옆에서 보기에도 부러운 의좋은 부부였습니다. 부인은 어떤가 하면 매사에 적극적인 분이었습니다. 남편도 명랑한 편이었지요. 그런데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나자 곧 남편은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되었던 거예요. 찾아가는 일이 있어도, 머리를 그저 꾸벅할 뿐으로 '오랜만입니다'도 아니고 '안녕하십니까?'도 아닌 거예요. 고작 '어서 오십시오.' 정도고 말을 붙여도 '예'라든가 '아뇨'라고 대답만 할 뿐, 즐거운 대화는 생겨나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너무나도 달라진 데 놀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서로 이야기하곤 했었지요.

그 뒤 몇 번 만났지만 좀처럼 본디의 남편으로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하나의 발견을 했던 거예요. 그것은 그 부인이 마침 시어머니로부터 어떤 일을 질문받았을 때의 태도였습니다. "아가야, 저녁 반찬은 생선이니? 우리들은 당연히 며느리가, "네 , 그래요." 라고 대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엌에는 며느리가 방금 사온 생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도 그것을 보고, "오늘 저녁 반찬은 생선이니? 하고 가벼운 심정으로 말한 것일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금방 뽀로통해지며, "생선이 나쁘다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라고 대응했던 거지요. "아냐, 그저 물었을 뿐이란다." 시어머니는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며느리는, "일부러 묻지 않으시더라도 고기를 보면 아실 게 아니에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자리가 완전히 서먹서먹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도무지 눈썹을 곤두세울 만큼의 일도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들은 그때 비로소 며느리의 일면을 안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뒤로 주의해서 보았더니 비슷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어머, 이 차는 어디 것이니?" 하고 시어머니가 묻기만 하여도 벌써 그녀의 얼굴빛이 달라지는 거예요 "이 차가 어떻게 되었나요?" 시어머니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된장국이 짠 것 같으니 맹물 좀 타다오." "어머, 짜요?언제나 같은 간일텐데." 하고 듬뿍 물을 따르는 거예요. 나는 어쩐지 남편이 달라진 이유를 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혼 전 의 Y 꼬씨는 밝고 활발한 아가씨처럼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다만그렇게 보였을 뿐인 여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결혼 생활이 그녀의 숨겨진 결점을 드러나게 하는데 꼭 알맞는 장소였을지도 모릅니다. 꿋꿋한 성미인 그녀는 자발적으로는 일을 잘하지만 남이 무언가 간섭하거나 하면 곧 발끈하는 타입의 여성이었던 거예요.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서부터 그녀는 잔뜩 도사리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강해진다고 합니다만…,

그런데 Y 꼬씨는 수년 전 갑작스런 병으로 돌연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아도 말을 않는 남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며 은근히 걱정했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모르는 거였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에 차츰 생기가 돌아왔고, 이전처럼 명랑히 이야기를 하는 인간으로 돌아갔던 거예요. 그가 우리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해 준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인간이란 약한 것이더군요. 나는 같은 지붕 아래서 사는 인간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결혼하고서 잘 알았습니다.

아내는 물건이 있는 곳 하나를 물어도. 요리가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한 마디만 해도 곧 시무룩해지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어머니에 대한 태도를 당신들도 잘 아셨겠죠. 나에 관해서는 좀더 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밤 오랜만에 두부를 만들어 간장에 찍어 먹고 싶다고 하면, 이 근처에는 두부집도 없을 뿐더러 남자가 시시콜콜 여자 요리하는 것까지
참견하지 말아 달라는 식이었습니다. 나는 차츰 말을 잃어 갔습니다. 잠자코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는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싸움을 피하기 위해 말을 않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아내가 죽자, 나는 널찍한 들에 나온 듯 합니다." A꼬씨, 기분이 상하셨나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질문을 받고 왠지 Y꼬씨의 일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신이 그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마음에 알아두었으면 하고 썼습니다. 남자들이 흔히,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남편을 우습게 안다" 고 하는 말, 솔직히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자의 사랑은, 때로는 너무 고지식하여 어린애에게 쏟는 애정만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줄어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A꼬씨, 당신의 경우 그런 일은 없으실 테죠? 하지만 인간은 누구라도 고독한 법이지요. 언제고 누군가에게 자기를 알아달라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상대한테는 무엇이든 언제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여기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총명한 당신은 짧은 편지에서 반드시 무엇인가를 느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군의 회복을 진심으로 빌면서….

말을 잃은 이유/미우라 아야코
낮은 울타리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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