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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노인의 왕진료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599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32:14
한 밤중에 왕진을 청하는 소녀의 급한 목소리를 따라 달려간 곳은 산 밑 움막집이었다. 방이라고 해야 노인이 차지하고 누워 있는 단칸방에, 석유 등잔의 그을음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의사가 앉을 자리도 변변치 않았다. 환자는 영양실조에 급성폐렴으로 열이 나고 기침 가래가 심하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우리 병원의 원장이 되시는 하나님! 당신이 부리시는 의사가 왕진을 왔습니다. 항상 능력으로 함께 하심을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의 손길에 함께 하사 저 노인을 치유케 역사 하심을 믿습니다. 아멘' 기도를 드렸다.

진료가 끝난 후 차츰 회복 될 것이라며 일어서는 의사의 옷자락을 소녀가 은근히 잡아당긴다. 식구들은 돌아가시는 줄로 알고 있었던지 임종까지 보아 달라는 것이다. 어쩌랴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가 주라'는 심정으로 밤이라도 세워 주리라, 다시 앉았다. 얼마가 지난 후 환자는 열이 내리고 숨소리가 고르다. 그리고 평안히 잠이 들어 있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빛나고, 새벽의 찬 공기가 시원하다. 헌데 누구하나 나와서 왕진료는 고사하고 안녕히 가라는 인사조차 없다. 경험으로 보아 오늘도 헛걸음이다. 왕진료를 지불할 만큼 가진 것이 없는 것이다. 허나 차라리 이런 방법은 너무 신사적이다. 때로는 의사를 앉혀 놓고 아이들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욕설과 매질을 할 때면 의사는 무안에 못 견뎌 오히려 어린아이를 달래고 나오는 예가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보다야 알아서 하라니 얼마나 순진한 표현인가.

그러나 속이 상한다. 새벽을 넘게 돌보아 주었는데 인사도 없는 것은 인심이 너무 사나운 것이다. '나 갑니다!' 소리를 질러 보려는 순간 거적문이 눈에 보인다. '몇 푼의 치료 보수 때문에 억울하게 생각하느냐? 의사는 누가 되게 했으며 여기에는 누가 보냈기에 무슨 짓을 하려느냐!' 미세한 음성과 자책의 음성이 가슴을 때리고 부끄러운 내 자신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지극히 작은 자 곧 굶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 옷 없는 자, 병든 자, 옥에 갇힌 자들에게 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라.

이런 자 만이 창세로부터 예비된 그 나라를 상속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잠시나마 마음에 일어났던 욕심의 격랑으로 자칫했으면 잃을 뻔한 영생! 아찔했던 순간을 회개하면서 더듬더듬 언덕길을 내려왔다. 먼 아랫마을 전깃불이 얼비쳐 신축 건물이 더 충충하다. 그 앞을 지나려 하려는데 "섯!" 움직 놀라 머뭇거리는 순간, 목에는 어느새 섬짓한 기물을 가져다 대면서 "소리 질러도 소용없어, 가진 것 다 내놔!" 위협적이면서 강렬한 요구다. 복면한 또 한 강도는 내 몸을 수색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주님!'을 불렀다. 그리고 '내 안 호주머니에 지갑이 있고 이 가방 속에는 혈압계도 있고....' 그러면서 왕진 가방을 내어 주려는데.... 나를 더듬던 사람이 "아- 이봐! 저기 의사 윤주홍!" 그러자 목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무엇! 윤 박사!" 두 사람은 민첩한 동작으로 어둠 속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내 아들 때문에 엊그제 신세를 졌는데...." 두런거린다. 나는 그들의 등뒤에 대고 '예수 믿어요' 외치고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렸지만 발은 왜 그리 무거운지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집에 당도했을 때는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어려운 중에서도 자기를 잊지 않고 그 이름을 부르는 자에게 환난에서 건져 주시는 주님. 가난한 노인의 왕진료를 도적의 손길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것으로 몇 갑절로 갚아 주신 주님.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시는도다. 항상 주의 기뻐하심을 행함으로 나를 홀로 두시지 아니하심'을 확인시키시는 주님의 은혜였음을 믿는다. 아멘.

가난한 노인의 왕진료
-주부편지 11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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