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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631 추천수:17 112.168.96.71
2014-11-25 10:26:03
(동네 앞 제과점에서 엄마를 제외한 아빠와 십대의 자녀 (아들, 딸)들이 모여 긴급 가족 회의를 하고 있다.)

아빠 : 너희들도 엄마가 이상해진 걸 느낀 모양이구나.
딸 : 그럼 아빠도 그걸 느끼셨단 말예요?
아빠 : 느끼고 말고!
딸 : 아빤 뭘 느끼신 거예요?
아빠 : 옛날 느이 엄마가 아니구 딴 여자 같은 말을 해!
딸 : 어떻게요?
아빠 : 술을 먹고 새벽3시에 들어왔는데 전혀 짜증을 안내! 회사에서 열받는 일이 있어서 마셨다고 했더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겠냐는 거야. 옛날 같았으면 찢어지는 목소리로 술주정뱅이 뒤치다꺼리 지쳤다느니 헤어지자느니 난리가 날텐데 말이야. 아침에는 해장국을 들고 와서 또 뭐란 줄 아냐?
아들 : 뭐라셨어요?
아빠 : 폭음하는 일로 회사 일이 잘 풀리겠냐는 거야!
아들 : 옛날 같으면 엄마가 싸고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죠.
아빠 : 느이 엄마 마음이 갑자기 바다같이 넓은 우리 어머니 같은 거 있지?
아들 : 아빠, 아빠보다 더 놀란건 저예요. 저 요번에 성적이 좀 올랐잖아요. 옛날 같으면 더 잘해라 더 올려라 야단나실 텐데 성적 올리느라구 애썼구나 그래요. 성적 제일주의 엄마가 이상하게 변한 거예요.
딸 : 엄마가 그러시니까 니 맘이 어떻든?
아들 : 엄마가 이제야 내 성적보다 나를더 사랑하나 싶으니까 눈물이 핑 도는 거야.
딸 : 나두 그랬어! 엄마는 내가엄마처럼 완전주의자가 되길 바라셨잖아. 내 방두 공주방 같이 꾸며놓고 치우라구 야단치구! 남자친구두 일류대학 출신 아니면 미팅도 못하게 하구. 사사껀껀, 껀껀사사 간섭이셨거든요.
아빠 : 그런데?
딸 : 엄마가 이상해졌어요. 잔소리가 80% 정도 없어지신 거예요. 캐묻는 법두 없구요. 늘 나하는 짓이 못마땅하셨는데 비난하는 법두 없구요. 3차 세계대전이 갑자기 싱겁게 끝나버린 느낌이에요.
아빠 : 느이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없다!
딸 : 맞아요 아빠! 매일 오후 1시에 나가셔서 3시쯤 들어오시는 것두 이상하구요.
아들 : 엄마가 우리 몰래 병원에라두 다니는거 아닐까요? 우리 몰래 나쁜 병을 앓고 있는데 알리지 않거나요.
아빠 : 너두 그런 생각을 했냐?
아들 : 사람이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나쁜 병에 걸리면 갑자기..... 착해진다거나.... 그런거요....엄마가 혹시 그런게 아닌가 싶어서 겁나요.
딸 : 엄마가 어딜 가는지 알아보는게 어때요 아빠?
아빠 : 난 떨려서 그런거 못해! 증말 떨린다야! 우리 쪽에서 약을 올리면 옛날 버릇이 나올지도 모르잖냐! 그러니까 또 한 번 시험해보자 우리. (세 식구 집에 들어가 저녁 식사하면서 의도적으로 엄마의 심기를 건드려 본다.)

아빠 : 이거 뭐 반찬이 있어야 밥을 먹지! 집에서 놀구 먹는 사람이 반찬 하나 입에 맞는걸 못해 놔! 당신 요새 뭐하구 다니느라구 사무가 바뻐?
아내 : 난 반찬 준비하느라구 했는데 당신 밥맛이 없나 보군요. 미안해요. 당신 요즘 뭐 드시구
싶은거 있으세요?
아빠 : 아니 남자가 그런거 저런걸 말을 해야 아나? 알아서 기어야 될꺼 아냐?
아내 : 당신 반찬이 입맛에 안 맞아 마음이 상했군요.
아빠 : 아니 당신 누구 약올려? 옛날식대루 나와! 막 나오라구! (아내 목소리 흉내) 집에서 놀구 먹는 사람 아녜욧! 식순이 취급 말아요! 월급을 많이 받아와야 식탁도 풍성한 거라구욧! (하고 자기 말로) 그렇게 나오라구! 왜 갑자기 말이 틀려? 내일 당장 세상 떠날 채비라두 차려?
딸 : 맞아요 엄마! 엄마가 딴 사람된 거 같아요 요새.
엄마 : 그래서 싫으니? 딸 : 살 것 같기야 하죠. 그런데 안 그러던 엄마가 변하니까 무슨 함정이 있나 싶잖아요.
엄마 : (아들 보고) 넌? 너두 엄마 변하게 싫으냐?
아들 : 히틀러 치하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자유와 평화를 찾은 느낌이라구요.
엄마 : 나쁘지 않다는 얘기구나.
아들 :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살 것 같다니까 그러네요. 그런데요.
엄마 : 그런데?
아들 : 언제까지 그러실 건지 불안하다구요.
엄마 : 엄마가 히틀러처럼 너를 자유 박탈하구 간섭하구 추궁하구 독재하구 속박한 거 너무너무 많았지!
아들 : 왜 그러세요 엄마, 엄마 어디편찮으세요?
엄마 : 엄마가 무지하구 무식해서 아내 노릇이 뭔지 어미 노릇이 뭔지를 알았어야지. 내딴에는 잘난 엄마 잘난 아낸 줄만 알았는데.....(목이메이며) .....빵점 인생인 거 인정하게 되었다. 자녀도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인격체라는거, 존중해주어야 할 상대라는거, 서로 귀하다는거, 서로 신뢰해야 한다는거.... 그런 원리를 알았어야지..... 느이들한테 그 동안 잘못한거 상처준거 기억나는대로 나 사과하고 용서받구 싶어.
아빠 : 여보!
엄마 : 당신한테두 마찬가지예요.. 내가 늘 피해자구 내가 늘 당신 땜에 손해보구 살구 속썩이며 살구 상처받구 살아간다구 생각했어요. 그런데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잔인한 아내였단 생각이 들어요.
아빠 : 여보 당신 왜이래? 당신 진짜 어디 아프니? 내가 그 동안 속 너무 썩여서 머리가 어떻게 됐니 응? 우울증이야? 아니면 당신 암검사 했는데 어디가 나쁘단 진단 받았니 엉?
엄마 : 네! 암 진단보다 더한걸 받았어요! (세 식구 기절할 듯 놀라며) 마음의 암이예요. 나 그거 고치러 다니구 있다구요! (엄마가 울면서 고백하기를 교회 친구 권유를 따라 "당신도 유능한 부모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그 동안 대화법 공부 중이었음을 고백한다.)
아빠 : 그 공부는 나한테도 꼭 필요한 공부 같군. 기회가 되면 나도 그 공불 꼭 해야겠소. 우리 가족한테 말로 상처를 가장 많이 준 사람이 나 아니겠소?
엄마 : 여보! (목이 메이며) 당신은 대화법 공부도 안 했는데 나보다 잘하네!
아빠 : 당신한테 벌써 배운거라구!

말! 말! 말!
-주부편지 9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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