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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작아
열린교회 (yeolin) 조회수:757 추천수:16 112.168.96.71
2014-11-25 10:15:05
늙은 호랑이는 피 묻은 뼈들이 흩어져 있는 초가집 마당을 걷다가 잡풀 속에서 얼굴을 쏘옥 내민 병아리를 발견하고는 말했어요.“ 난 지금 배가 부른 걸. 쩝!”호랑이는 이미 주인 없는 초가집을 덮쳐 개를 잡아 먹었고, 닭 세 마리를 잡아 먹은 후였어요. 뿐만 아니라 닭들을 잡아먹을 때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무참히 깔려 죽었는데, 잡풀 속에서 빠져나온 병아리 하나가 삐약거리지 뭐예요. 배가 부른 호랑이는 그냥 초가집을 나와 산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다음 날, 사냥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다시 초가집을 지나치게 됐어요.

“아직도 삐약거리네!” 호랑이는 병아리에게 다가가 입을 벌렸어요. “난 지금 배가 고프지만 너를 잡아먹어 봤자 아무 소용없을 거야.” 호랑이는 늙은 몸이라 사냥을 하기 힘들었는지 그냥 초가집 마당에 `길게누웠어요. 그러자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다가오더니 호랑이 가슴으로 안겨오지 뭐예요. 병아리는 호랑이 가슴털로 파고들며 간지럽혔어요. 그 고운 목소리로 삐약거렸어요.“난 네 엄마가 아니란다.”호랑이는 얼른 일어나 산으로 달아나듯 했어요. 하지만 아주 떠난 게 아니지요. 늑대나 너구리가 병아리를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며 몰래 지켜보았어요.

어둠이 내리자 호랑이는 초가집으로 다시 가 마당에 누웠어요. 천진하게 놀고 있는 병아리를 지켜보는 게 흐뭇했지요. 다른 동물 같으면 호랑이 소리만 듣고도 달아나기 바쁜데, 그래서 언제나 외롭게 지내야 하는 처지인데, 그런 무서운 호랑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 주는 병아리가 너무 귀엽고 너무 귀여웠지요. “편히 자거라.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고.”호랑이는 낮이면 병아리를 등에 태우고 다녔고 밤이 되면 가슴털 깊숙이 병아리를 품어서 재웠어요.

그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호랑이는 병아리를 지켜보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야 했지요. “얘야, 사실 네 부모는 내가 잡아먹었다. 정말이다. 내가 아주 못된 짓을 저질렀단다. 이를 어쩌냐! 흐흑흑.” 하지만 병아리는 그저 삐약거리며 놀기만 했어요. 호랑이는 그래서 풀숲에 앉아 캑캑거리며 뱃속에 든 그 무엇을 토해내려 했지요.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어요. 목만 뻘겋게 달아오를 뿐이었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호랑이가 또 말했어요.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단다. 내 목숨을 내가 알지. 그래서 먼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 안식의 계곡에 내 몸을 던져야 하는데, 네가 걱정이구나. 이 고통의 땅에서 너같이 연약한 목숨은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거야.”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된 늙은 호랑이는 일찍이 자기가 지배했던 산과 들을 굽어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어요. 더욱이 연약한 병아리를 놔두고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하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늙은 호랑이는 그래서 나무 아래에 길게 누우며 병아리에게 힘없이 말했어요. “그래. 난 이 고통의 땅에서 죽으마. 내 형체가 바람에 나부낄 때까지는 네가 안심해도 될 거야. 다른 동물들이 감히 여기에 못 올 테니까. 그 동안에 너는 내 품에서 자라다오.”

얼마 후 늙은 호랑이는 자기를 향해 개미와 진드기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았어요.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지요. 죽음의 긴 터널을 지나 ‘꼬끼오!’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때를 기다릴 뿐이었어요.

넌 너무 작아/김문기
-목마르거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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